[9월호 특집]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 봄알람 이민경, 우유니, 이두루
<월간 채널예스> 2020년 9월호
출판 외에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만나는 형식에 대해 고민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덜 외롭게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과 논문을 준비하면서 확보한 콘텐츠를 합쳤다. (2020.09.14)
첫 책은 페미니스트를 위한 회화 책이었다. 낙태죄 폐지 논쟁이 한창이던 2018년에는 구성원 모두가 순전히 『유럽 낙태 여행』 출간을 목적으로 유럽 여행길에 올랐다. 전위적인 행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봄알람은 실용주의자들의 집합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나 단 2개월 만에 첫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고 5년이 지났다. 그사이 열두 권의 책을 냈는데, 초기 두 권과 여섯 번째 책은 텀블벅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시작할 때와 다름없이 ‘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해 여성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시도를 하자’는 신조에 매우 충실하다. 발등에 떨어진 일은 반(反)성매매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하는 것. 코로나가 우리의 만남을 방해하고 외로움을 증폭시켰던 올 봄과 여름에는 봄알람 세 사람 중 한 명인 이민경 작가가 여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꼴로 편지를 썼다. 프로젝트명은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다. 그녀에게는 온라인으로 포옹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입트페(입이 트이는 페미니즘)’로 더 유명한 첫 책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3주 만에 4400여 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는 전설을 들었다. 목표액 200만 원으로 출간이 가능한가부터 5월에 모여서 7월 출간이라는 속도까지 봄알람의 시작과 관련해 놀라운 이야기가 많다.
이민경: 당시 우리 머릿속에 ‘출판사 창업’은 아예 없었다. 2016년은 클라우드 펀딩이 페미니즘 프로젝트의 동력이 되던 해다. 우리 일도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익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다.
이두루: 그때는 빨리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여성들은 즉각적으로 알지 않았나? 내 삶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을.
우유니: 이민경이 글을 쓰는 동시에 내가 디자인을 했다. 한 꼭지가 완성되면 공유하고 바로 의견을 반영하는 식으로.
차기작도 클라우드 펀딩이 기반이다.
이민경: ‘입트페’가 배송되던 날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시작했고, 9월에 배송까지 마쳤다. 『LGBT 첫걸음』도 펀딩을 통해 출간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회화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는 워크북, 『꿈을 그리는 여자들』은 컬러링 북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새로운 접근이다.
이민경: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학부와 석사과정에서 실용 언어를 공부했는데, 내가 배운 바에 의하면 언어는 연습 없이 절대로 늘지 않는다. 여성들의 실행력을 높일 책이 필요했다.
이두루: 실제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에는 ‘페미니즘 실용서’라고 명시돼 있다. 여성들의 삶은 위협당하고 있는데, 가까운 남성이 나의 공포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나의 마음을 지킬 언어를 알려주는 책이 필요했다.
이민경: 그런가 하면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는 시각 정보로 각성을 일으킨다. 독자는 빈칸을 채우면서 이 칸이 비어 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꿈을 그리는 여자들』은 어떻게 된 건가?
우유니: 시작은 ‘여성 위인전을 만들자’였다. 한국의 여성 위인들을 테마로 달력을 비롯해 굿즈를 만든 적이 있는데, 반응이 사뭇 흐뭇했다. 매출이 좋았다는 게 아니라, 여성 인물들이 일상에 들어갔다고 할까?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사랑받길 원했는데 그림이 어른스럽게 나와서 당황했다, 하하.
무게를 뺀 페미니즘이라. 이런 게 봄알람의 역할인가 싶기도 하다.
이두루: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런 효과를 낸 것 같다. 학술적인 책도 꾸준히 내고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허들이 낮은 외양으로 시장에 내보내려고 신경 쓴다.
이민경: 봄알람의 출발이 대중 페미니즘이 확장되던 시기와 맞물린다. 엘리트 페미니즘과 다른 태도를 가진 책이 필요했다.
부제가 ‘이민경 석사 논문 완주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이하 모두 이민경: 출판 외에 페미니스트 동료들을 만나는 형식에 대해 고민했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이지 않나? 어떻게 하면 그들을 덜 외롭게 할 것인가? 이러한 고민과 논문을 준비하면서 확보한 콘텐츠를 합쳤다.
형식이 편지다. 다른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고전적인 의미의 편지에 좀 더 가깝다. 논문을 쓰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친구와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쓴다. 보내는 요일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내용의 성격이나 구성도 그때그때 다르다.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처럼 난도가 높은 책 해석이 주를 이루는 경우도 있고, 레즈비언 섹스에 대한 직접적인 고민 상담을 하는 날도 있다. 농산물꾸러미처럼 어떤 날, 어떤 글이 올지 정해져 있지 않은데 그래서 더 기대하게 됐다고 하더라.
구독료가 자율이라고 하던데?
1000원에서 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자율로 한 이유는 돈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200만 원을 낸 사람을 보고 부담을 덜어내길 바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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