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는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가난의 대물림을 본다. 그는 우리에게 요청한다. 가난이 죄가 되는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발언할 수 없을 때, 부러움 때문이든 시기 때문이든 부의 대물림을 보는 대신 대물림되는 가난을 보자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여기의 고통과 불행,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목소리를 안간힘처럼 내보자고 말한다.
저자는 한결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말한다. 단지 개탄하는 것으로 자신의 윤리적 우월감을 확인하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지 않느냐고. 세상을 혐오하고 개탄하기는 쉬운 일이다. 개탄을 넘어 분노로, 분노를 넘어 참여와 연대와 설득으로 나아가기는 고되다. 모두가 타인을 설득하기를 포기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하는 것이다.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토마 피케티는 끝까지 민주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우리를 통치하는 자들을 위해 책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쓴다. 시민들, 노동조합원들, 모든 성향의 정치 활동가들을 위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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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방관자는 비겁한 위선자일 뿐이다” 회의하는 자 홍세화의 투명한 고백 진보 지식인 홍세화가 2014년 4월 16일 이후 6년 동안 [한겨레]에 쓴 칼럼을 책으로 묶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신 속의 ‘미안함’을 글로 썼다고 고백한다. 요행으로 “살아남은 자”는 속절없이 죽은 세월호 학생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