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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레디의 견고한 메시지, 'I am strong, I am woman'

이즘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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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음악의 힘으로 나약한 현실을 강인함으로 승화했다.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에서 「I am woman」이 이토록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노래를 여성들의 연대를 이끈 결정적인 노래로 기억한다. (2020.08.28)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 네 명의 주인공은 각자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안고 함께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로 여행을 떠난다. 사만다는 갱년기에 접어들었고, 미란다는 가정을 위해 직업을 포기했으며, 캐리는 남편에게 주기적으로 각자의 시간을 갖자는 요구를 받았다. 샬롯은 고된 육아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쳐있다. 그런 그들은 여행지에서 헬렌 레디(Helen Reddy)의 「I am woman」을 열창한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환히 웃으며!

대중음악계 여성의 발자취를 짚어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듯, '허스토리(Herstory)'를 이야기하려면 헬렌 레디를 빼놓을 수 없다. 이즘 'I am woman' 코너명의 탄생 배경이 된 헬렌 레디의 일대기를 그려본다.

“한때 나는 바닥까지 내려갔었어요. 누구도 다시는 나를 바닥에 머물게 할 수는 없어요.”

어릴 적 헬렌 레디의 꿈은 가정주부였다. 영화배우였던 어머니, 배우 겸 감독이자 작곡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고 실력도 출중했으나 가수의 길은 자의가 아닌 부모의 뜻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후 그는 노래 부르기를 거부했다. 비슷한 시기 건강상의 이유로 음악을 그만둘 수밖에 없기도 했다.

헬렌은 스무 살이 되던 해 가정주부의 꿈을 이룬다. 10대 때부터 연애해 온 케네스 위트(Kenneth Weate)와 결혼한 뒤 딸 트레이시(Traci)를 낳았다. 그러나 3년 만에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되고 어린 나이에 싱글맘이 된다. 1966년, 어린 딸과 함께 단돈 200달러를 들고 떠난 미국에서 그의 첫 거주지는 허름한 여관방이었다.

그는 살기 위해 음악을 다시 택했다. 어린 딸의 밥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이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노래해야 하는 무명가수였다. 「I am woman」의 노랫말 속 “I am strong, I am woman(나는 강해요. 나는 여자입니다)”라고 외쳤지만, 그의 삶은 결코 강인함만으로 이기기에 쉽지 않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본격적으로 음악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계기 역시 제프 왈드(Jeff Wald)와의 결혼이었다.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로 폰타나 레코드(Fontana Records)에서 첫 싱글 「One way ticket」을 발매하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지 2년만인 1968년이었다. 그러나 이후 제프와도 이혼하게 되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래봤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결심을 더 단단하게 하도록 도와줄 뿐이죠.”



데뷔 싱글로 성공하진 못했으나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한 헬렌은 1971년 「I am woman」을 발표하며 페미니즘 제2의 물결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페미니즘 제1의 물결이 선거권 및 법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운동이었다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지속된 미국의 페미니즘 제2의 물결은 편중된 가사 노동으로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가정 내에 국한되는 여성들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헬렌 레디 역시 주부들의 고충을 너무도 잘 알았다. 「I am woman」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이야기와 함께 이를 강하게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노래한다.

"제때 딱 맞춰 왔어요. 여성운동에 관여하게 됐고, 약한 사람들, 고분고분한 사람들 그리고 약하고 우아한 모든 것들에 관한 노래도 라디오에 많이 나왔죠. 우리 가족 여자들은 전부 강했어요. 그들은 노동을 했고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직접 겪었죠. 난 결코 내가 고분고분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 2013년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 중



이후 헬렌 레디는 주체적인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주창한다. 척 베리(Chuck Berry),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케이씨 앤드 더 선샤인 밴드(KC and the Sunshine Band), 비지스(Bee Gees)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심야 음악 버라이어티 쇼 <The Midnight Special>에서 1972년부터 1975년까지 고정 호스트를 맡았다. 그뿐만 아니라 1973년 <The Helen Reddy Show>와 1979년 <The Helen Reddy Special>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버라이어티 쇼를 진행한다. 여성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가사 노동에 집중되어있던 시기였기에 더욱더 유의미했다.

“나는 현명해요. 그 지혜는 아픔에서 온 거죠. 나는 강해요. 나는 여자입니다.”

헬렌 레디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페미니즘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투사임과 동시에 재능있는 뮤지션이었다. 「I am woman」과 동일 앨범에 수록된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 OST 앨범에 수록되며 이름을 알리는 데 일조했고, 풍성한 코러스와 온화하고도 파워풀한 가창력이 돋보이는 「Delta dawn」, 마이너한 편곡과 의미심장한 가사가 돋보이는 「Angie baby」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출연했다. <에어포트 75>,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에 출연했고, 그중에서도 <피터의 용>에서는 주연을 맡으며 OST인 「Condle on the water」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는 업적을 남겼다.

싱글맘으로의 삶, 세 번의 결혼을 겪은 헬렌 레디는 세상에 “See me standing toe to toe(정면으로 세상에 맞서는 날 봐).”라 선언했다. 그는 음악의 힘으로 나약한 현실을 강인함으로 승화했다. 시카고 트리뷴 인터뷰에서 「I am woman」이 이토록 성공을 거둘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노래를 여성들의 연대를 이끈 결정적인 노래로 기억한다. “나는 현명해요. 그 지혜는 고통에서 온 거죠. 나는 강해요. 나는 여자입니다.” 페미니즘 이슈가 계속 화두 되는 세상 속 「I am woman」의 메시지는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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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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