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진 “예민함은 나쁜 게 아니에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펴내
예민한 사람들은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느끼지 못하는 걸 느껴요. 슈퍼맨이죠.(웃음) 그래서 힘든 거거든요. 하지만 예민함은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고, 잘 관리해서 좋은 쪽에 사용하면 굉장한 성장을 할 수도 있어요.(2020. 08. 18)
예민한 사람의 고통은 예민한 사람만 안다. 누군가 스치듯 던진 말 한마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 내일 처리할 회사 업무 같은 걸 생각하느라 잠 못 드는 밤이 얼마나 괴로운지. 종종 벼랑 끝을 걸으며 사는 것 같고, 꼬리를 문 걱정이 일상을 덮칠 정도로 불어나면 늘 자책한다. ‘나는 왜 이토록 예민하게 태어나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는 걸까?’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전홍진 교수가 펴낸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에 따르면 예민함은 타고난 게 아니라 길러졌을 가능성이 높고, 잘 관리하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곧게 날이 선 예민함의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성공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니. 예민한 사람들에게 구원의 메시지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책에 적힌 해결 방법들을 하나둘 따라 해 봤다. 단 며칠 만에도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예민함이 심해지면 긴장, 걱정, 불면에 우을증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뇌의 균형을 찾고 항상성을 잘 유지하면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통찰을 얻게 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잘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39쪽)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제목이 정말 직관적이에요.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저는 주로 우울증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은 매우 예민하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런데 병원 위치가 강남에 있다 보니 건강검진을 위해 아주 유명하고 성공한 분들도 많이 오시거든요. 이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봐도 무척 예민하신 거예요.
유명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예민하고, 우울증 환자도 예민하다면, 이 차이가 어디서 시작됐을까 생각을 해보니 아주 옛날로 돌아가더라고요. 성공한 사람들은 본인이 예민하다는 걸 일찍부터 잘 알고 관리를 했어요. 그리고 그 예민성을 일에 최대한으로 발휘한 거죠. 예를 들어 디자이너라고 하면, 예민한 감각으로 트렌드를 읽고 남과 다른 옷을 만드는 거예요.
반면 우울증 환자들은 이 예민함 때문에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나오질 못해요. 잠을 못 자는 건 기본이고요. 집밖을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고 사람을 아예 안 만나는 분들도 많죠. 같은 예민성을 가지고 있는데, 삶이 극명하게 차이나는 걸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예민한 성향이 발현되기 시작하고, 본인이 그걸 느꼈을 때로 돌아가 스스로 예민하다는 걸 자각하고 관리를 잘 하면 환자가 될 사람이 성공하는 게 아닐까?’ 그 방법을 수많은 사람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책을 쓰게 됐어요.
제목은 직접 지으신 건가요?
원래 처음 제가 지었던 제목은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었어요. 그런데 책을 내기 직전에 출판사에서 ‘조언’이라는 표현은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권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바뀌었는데, 저도 지금의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들어요.(웃음)
정신의학에 관련된 내용이라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술술 읽히더라고요.
예민한 사람들이 읽기 쉽게 만들려고 굉장히 애를 썼거든요. 예민한 사람들은 책도 디테일하게 읽어요. 이분들에게 예민함을 관리하면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설득하려면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해요.(웃음) 어디서 인용한 건지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꼭 알려줘야 하죠. 모호하면 안 믿거든요. 그리고 너무 길면 읽다 지치니까 짧은 원고들을 모았어요.
한국과 미국의 우울증 사례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 연수를 가서 본격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우울증을 비교하게 됐는데요. 서양 사람은 우울증이 있으면 자기가 신에게 죄를 지어서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우울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내 감정이 슬프다, 불안정하다, 예전과 다르다는 걸 잘 인지하죠. 또 미국 사람들은 파티 등 취미생활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곳에 가면 우울한 기분이 표면으로 잘 드러나니까 주변에서도 피드백을 많이 해주는 거예요. 우울한 기분이 드러날 기회도 많고,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는 편인 거죠.
반면 아시아권 사람들, 특히 극동아시아는 감정표현이 적어요. 사회적으로 억압하는 게 많기 때문이에요.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게 미덕처럼 문화 속에 오랫동안 굳어진 탓에 희로애락이 표정에 잘 안 나타나죠.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다 보니 슬프고 예민해지면 몸이 아파요. 보통 환자들에게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머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소화도 잘 안 된다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해요. 그러니까 계속 병원만 돌아다니게 되는 거예요. 정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흔하게 드러나는 신체적 증상이 두통, 소화불량, 불면증이거든요. 잘 관리해서 일하는 데 쏟아야 할 예민성의 에너지를 신체 증상을 고치려고 병원을 찾아다니는 에너지로 소진해버리게 되는 거죠. 그러다가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얻으면 그제서야 정신의학과를 찾아요. 너무 안타깝죠.
실제 치료 사례들이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제가 그동안 진료한 환자가 만 명 가까이 되거든요. 그 중 예민한 사람들의 사례를 잘라서 40개의 유형으로 만들었어요. 책에 나오는 사례 하나당 적게는 10~20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환자의 케이스를 압축해서 담은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 사례에 속하는 사람들이 환자라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민한 사람들을 제가 진료한 데이터를 토대로 유형화 한 거죠.
자신이 ‘매우 예민한 사람’인지 아닌지 체크해볼 수 있는 자가점검표가 실려 있어요. 직접 고안하신 건가요?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설문지는 체크하기가 어렵겠더라고요. 전부 다 인지적인 걸 물어보거든요. 문항이 보통 ‘당신은 우울하십니까?’ ‘당신은 불안을 느낍니까?’ 이렇게 시작해요. 그럼 체크하는 사람 입장에선 난감하죠. 우울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불안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웃음) 정상적인 평균치를 잘 모르니까요. 그런 설문지는 제가 봐도 체크하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체적 느낌들을 모아 임의로 척도를 만들어 봤어요. 신체적 증상은 감별하기가 쉬우니까요. 그랬더니 구별이 정말 잘 되더라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많이 해봤는데, 예민하지 않은 사람들은 보통 2~3개의 항목만 체크를 하는데 예민한 사람들은 심할 경우 모든 항목을 다 체크하기도 해요. 제 주위에도 이런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예민한 분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니, 이게 다 체크 안 되는 사람도 있나요?”(웃음)
사실 저도 ‘2~3가지의 몇몇 질문을 빼고는 대부분 체크 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생각했거든요.(웃음)
아니에요.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들게 살고 계신 거예요.(웃음) 보통 2~3개 정도 체크하는 분들이 많고, 전체의 1~20% 정도의 매우 예민한 사람들만 대부분의 항목에 체크를 하거든요. 여기에 얽힌 한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출간 전, 출판사에서 원고를 보고 자가점검표가 잘못된 거 같다면서 연락을 하셨어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에게 테스트를 해봤는데, 거의 다 대부분의 항목을 체크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교정 보고, 책을 편집하는 일이니 성향 자체가 예민한 분들이 많이 모이셨나 봐요. 예민성을 일에 쏟는 분들인 거죠.
그런데 체크된 항목이 많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매우 예민한 성향일 뿐이죠. 예민한 성향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니까, 스스로 예민하다는 걸 알고 앞으로 어떻게 예민함을 관리해 나갈 건지가 중요해요.
그럼 어떻게 관리할 수 있나요?
먼저 책에 나오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의 다양한 유형 중,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찾아보시고, 그 안에 있는 조언대로 한 번 실천해 보시기를 권해요. 또, 예민함은 에너지와도 연관이 있거든요. 예민함을 잘 관리하려면 자신의 에너지 수준을 알아야 해요. 그래서 자기가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다시 충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죠.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거나, 예민함을 발휘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중간중간 에너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을 끼워 넣어야 해요. 그러면 예민함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 거예요. 관리가 잘 되면 상당히 부드러워지죠.
‘예민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다시 충전을 해야 한다.(355쪽)’고요.
핸드폰 배터리가 0%에 가까워지면 난감하고 불안하잖아요. 하지만 50% 정도 떨어졌을 때 알아차리면 다시 충전해서 금방 100%를 만들 수 있죠. 예민함도 똑같아요. 자기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에너지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이유죠. 그럼 저절로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책에는 ‘예민한 마음을 약간 평평하게 해준다(6쪽)’고 썼는데, 예민함을 관리하려고 작은 행동이라도 하나씩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실제 치료 사례 중, 확실한 효과가 있는 방법들만 모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예민하다는 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곤 해요.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죠.
그건 예민함을 잘 관리하지 못해 감정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된 하나의 예일 뿐이고요. 오히려 예민하다는 건 섬세함, 꼼꼼함과 연관이 있죠. 예민한 사람들은 섬세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예민한 성격은 인간관계의 형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342쪽)’고도 하셨어요.
예민함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일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되는데요.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리스트를 쭉 써보면, 좋아하는 사람의 교집합은 본인과 비슷한 모습이고 싫어하는 사람의 교집합은 본인과 정반대 성향의 모습일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친해지기 마련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예민한 사람들이 여기에서 왜 문제가 생기냐면, 만나서 편한 사람이 아주 적기 때문이에요.(웃음) 반면 싫은 사람은 많고요.
또, 싫어하지 않더라도 예민한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면 너무 많은 정보를 얻기 때문에 쉽게 지쳐요. 대화를 나눌 때, 보통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 것만 집중한다면 예민한 사람들은 이야기의 내용뿐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 다 신경을 쓰죠. 예를 들어 표정, 말투, 옷차림, 분위기, 태도 같은 것들이요. 보통 사람은 메가바이트로 받는 정보를 기가바이트로 받는 셈이에요.(웃음) 그러니 사람을 만나고 오면 기력이 떨어지죠.
비단 대인관계뿐 아니라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정보를 다량으로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맞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특히 운전할 때 예민함이 발휘되는 분들도 많죠. 차가 옆에서 튀어나오면 어쩌지? 누가 갑자기 뛰어들면 어쩌지? 급발진 일어나면 어쩌지? 하면서 너무 많은 가능성을 생각해요. 그래서 차 운전할 때 무척 조심하고, 한 번 운전하고 나면 굉장히 힘들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운전하지 않거든요.(웃음) 이런 게 쌓이다 보면 나중에 탈이 날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가족, 그중에서도 특히 ‘배우자가 가장 중요하다(318쪽)’고요.
예민함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굉장히 편안해지거든요.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배우자를 만날 때도 이를 염두에 두셔야 해요. 내가 예민한데 배우자가 그걸 자꾸 자극하면 예민성은 점점 더 심해져요. 안정적이고 다정다감한 상대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떡하나요?
내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 돼요. 무언가를 했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예민함이 없어지는지 발견해야 하는 거죠.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취미활동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마라톤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라톤 동호회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거든요. 이야기를 나눌 때도 불편함이 없고요. 그런 걸 찾아야 해요. 예민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다고 집에만 누워있으면 안 돼요. 보통 매우 예민한 사람들은 사회와 단절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에요. 혼자 누워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예민해져요. 20~30년 전 일까지 생각하게 되거든요. 타임머신을 타고 아주 먼 옛날로 회귀해서 내가 잘못했던 일, 창피했던 일 다 생각하며 괴로워하죠.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내가 그 말을 왜 했지’라는 생각 때문에 힘든 날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책의 조언을 보고 그 불편한 감정이 거의 사라졌어요. ‘지금 말한 것이 결국은 잊어버릴 내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좋다.(296쪽)’고 하셨는데요.
맞아요.(웃음) 달력을 확인하지 않고 한 달 전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곧장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죠. 그날 만났다는 기억, 익숙한 느낌만 떠오르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세세하게 기억하고 곱씹는 사람은 없어요. 그것만 알아도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예민함이 유전되기도 하나요?
유전이라기 보다는 닮아간다고 할 수 있어요. 예민한 부모를 보고 배우니까요. 특히 예민한 분들은 산후우울증에 걸리기도 쉬운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남편의 역할이에요. 아이는 태어나서 1년간의 양육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불안정안 아내 대신 남편이 아이를 잘 돌봐 줘야 해요. 그래야 아내의 우울함도 나아지고, 아이의 애착 형성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아내, 아기와 시간을 보내는 게 꼭 필요하죠. 영아기 시절 아빠의 육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에게 그 어떤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훨씬 큰 이익으로 돌아올 거예요.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실감하세요?
예민한 분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책이 나오면서 그게 가능해진 것 같아 즐거워요. 보통 리뷰를 보면 이 책을 읽은 독자의 감상이 세 부류로 나뉘더라고요. 하나는 ‘정말 내 얘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분들은 스스로 예민하다는 자기 인식이 된 거니까, 본인에게 맞는 유형을 찾아 해결방법을 따라해 보시면 큰 도움이 되실 거예요. 또 하나는 ‘본인은 안 예민한데 가까운 주변인이 예민하다’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책을 선물했더니 예민함을 가진 당사자가 굉장히 재밌게 보고, 조금 바뀐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나머지 하나는 ‘이 책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는 분들이었어요. 아주 소수이긴 했는데요. 본인도 예민하지 않고, 주변에서도 이렇게 예민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 분들이 가장 중요해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가장 중요한가요?
일단 본인이 예민하지 않다면, 주위 사람 중에 예민한 사람이 있는지 관찰해 보고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뜻이잖아요. 그럼 공감능력이 다소 부족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주변에 예민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없어요. 만약 책을 읽고 ‘이런 사람들이 어딨어’라고 느끼셨다면, 다시 한 번 주변을 살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분명 있을 거예요. 만약 다시 생각해도 전혀 없다면, 본인을 한 번 돌아보세요.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예민함을 조금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불편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같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예민한 사람들이 피하는 거예요.(웃음) 지금 당장 집필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는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민함과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거든요.
예민함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리뷰를 보시면 무척 뿌듯하시겠어요.
너무 기쁘죠. 어렵게 책을 쓴 목적이 달성된 거니까요. 그런데 독자들이 대부분 예민한 사람들이다 보니 자꾸 책의 오탈자를 찾아서 보내주세요.(웃음) 어디에 오타가 있고, 띄어쓰기가 잘못됐다고 메일이 종종 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책을 쭉 확인하고 전부 수정했어요. 이제 오탈자가 없을 거예요.
이 책을 직접 추천한다면, 누구에게 권하고 싶으세요?
10대~20대 초반의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면 예민성은 고등학교 때까진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오지선다형인 수능 시험을 정해진 시간 안에 틀리지 않고, 풀려면 얼마나 예민해야 하겠어요.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까진 스스로 예민하다는 걸 잘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공부 잘한다고 칭찬을 들었을 확률이 높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대학에 가면 방황해요. 갑자기 환경이 바뀌고, 대인관계가 어려워지다 보니 현실에 휘둘리다가 휴학하는 경우가 많죠. 아마 대학에 적응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다가 휴학한 학생의 상당수가 매우 예민할 거예요. 지금까지 리뷰를 보면 30~40대 독자들이 많은데, 10대~20대의 독자들도 책을 꼭 봤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빨리 알수록 앞으로 나아갈 삶의 방향을 정하고, 커리어를 쌓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자신이 예민하다는 걸 일찍 자각하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진 환자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럼 이렇게까지 힘들어지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죠. 안타까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저는 3차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1,2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거나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서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이건 우울증으로 10년 이상 고생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환자들을 직접 볼 때도 안타깝지만, 성공한 분들을 만날 때도 환자들이 생각나요. ‘예민함을 관리하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구나. 우리 환자들도 자기가 예민하다는 걸 일찍 알았다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요.
예민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위안의 말씀이 있을까요.
예민한 사람들은 남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듣고, 느끼지 못하는 걸 느껴요. 슈퍼맨이죠.(웃음) 그래서 힘든 거거든요. 하지만 예민함은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고, 잘 관리해서 좋은 쪽에 사용하면 굉장한 성장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예민함을 관리하는 방법을 잘 살펴보시고, 작은 행동일지라도 조금씩 실천해보시면 삶이 훨씬 편하고 풍성해질 거예요.
저는 예민해서 삶이 힘든 사람들이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주체적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방법을 꼭 알려주고 싶고요. 특히 예민함 때문에 감정적인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분들이 방에 숨어 동정만 받는 건 전혀 원하지 않아요. 우울증으로 고통스럽다는 걸 자각하고, 치료를 받는 것도 주체적인 활동이죠. 이분들이 꼭 예민성을 잘 관리해서 사회에 나가고, 그 예민함을 무기로 직접 세상을 바꿔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예민한 사람의 주변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요. 예민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잘 들여다보면 이들은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눈치 많이 보고, 폐 안 끼치려고 노력해요. 대신 본인은 엄청 힘들게 속앓이를 하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지 모른 채 살게 돼요.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이 책을 읽어보세요. 그럼 너그러워지고,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특히 예민한 배우자를 둔 분들께서 꼭 보시고, 부부간에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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