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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이 레드벨벳일 수 있도록, 레드벨벳 슬기

슬기, 탄탄한 실력으로 완성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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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 없이 철저한 동작들과 능숙한 라이브 실력으로 슬기는 레드벨벳 멤버들과 무대를 바라보는 대중에게 모두 안정감을 선사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간다. (2020.08.06)

미니앨범 <MONSTER> 티저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레드벨벳-아이린&슬기 유닛이 내놓은 첫 번째 곡 ‘몬스터(Monster)’와 후속곡 ‘놀이(Naughty)’는 섬세하게 이야기를 엮은 듯한 퍼포먼스가 무엇보다 인상적이다. ‘몬스터’에서 타란툴라와 같은 거대한 거미의 형상으로 악몽 같은 집착을 통해 완성되는 비틀린 사랑을 얘기하고, ‘놀이’에서는 두 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무가 아이린과 슬기 두 사람의 오래된 인연과 지나온 시절을 상기하듯 꼼꼼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얼굴에서 갑작스레 괴물의 탈을 쓰고 곡의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아이린의 옆에, 능숙한 춤과 연기로 묵묵히 곡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슬기가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조화는 왜 레드벨벳의 첫 유닛이 두 사람으로 결정됐는지 단번에 납득할 수 있게 만든다. 

슬기의 이야기는 데뷔곡 ‘행복(Happiness)’ 때부터 늘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으로 레드벨벳의 무대 안에서 펼쳐져 왔다. 이후 명랑하고 엉뚱한 소녀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루키(Rookie)’와 다소 과격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배드 보이(Bad boy)’, ‘RBB’, 그리고 이 사이에 놓인 기묘한 트랙 ‘피카부(Peek-A-Boo)’ 등 다양한 콘셉트 안에서 슬기는 늘 안무의 핵심 포인트를 올곧게 전달해 왔다. 다섯 명의 다양한 개성이 유독 두드러지는 그룹인 레드벨벳 안에서도 그의 춤은 곡의 콘셉트와는 별개로 안무의 포인트를 성실하게 그려내는 믿음직스러운 존재로 기능했다.

슬기의 존재는 레드벨벳이라는 팀을 한국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아티스트로 자리 잡게 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많은 아이돌이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들을 무대 위에서 활용하며 스타가 되어가지만, 정작 그룹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늘 변함없이 중심을 지키는 멤버가 필요하다. 개성이 강한 멤버들 각자가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이 어떤 프로듀싱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면, 슬기는 탄탄한 노래와 춤 실력으로 무대 위의 레드벨벳 멤버들이 무대 아래의 연습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발전시켰는지 들여다보게 만든다.


미니앨범 <MONSTER> 티저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때로는 눈웃음을 활용하고 때로는 특유의 서늘한 무표정을 활용하며 연기력을 보여주다가도,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게 안무와 노래의 핵심 정서를 전달하는 사람. 이런 슬기에게 있어서 무대란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자세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고마운 공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이 무대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오차 없이 철저한 동작들과 능숙한 라이브 실력으로 그는 레드벨벳 멤버들과 무대를 바라보는 대중에게 모두 안정감을 선사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간다. 이제 인기 걸그룹의 멤버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슬기는 말한다. 동작은 손끝까지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게, 무엇보다 나의 재능이 녹슬지 않도록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레드벨벳이 발표한 앨범들


레드벨벳-아이린&슬기 (Red Velvet - IRENE & SEULGI) - 미니앨범 1집 : Monster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 The ReVe Festival Day 2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4집 : Rookie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5집 : R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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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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