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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그 순간 - 뮤지컬 <더 모먼트>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미래와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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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앞에 이미 예견 된 운명이었을까 혹은 그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기적이었을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라는 흔한 말.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고 살면서 한 번쯤은 타인에게 건넸을 그 말. 가슴 아픈 이별을 겪은 이들에게도,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도, 아깝게 기회를 놓쳐 자책하는 이들에게도 위로로 건넬 수 있는 말. 모든 시간이 멈춘 것 같이 괴롭고 힘든 그 상황이 영원할 것 같고, 영원히 고통 속에 살 것 같지만 정말 놀랍게도, 하루 또 하루를 버티고 살다 보면 어느 새 요동치던 마음이 가라 앉는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인다. 그만큼 시간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함께 줄여준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 시간이 가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때론 존재한다. 억지로 잊으려 노력해고 잊혀지지 않는 사람,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사람,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유일한 사람. 평생에 걸쳐, 시간에 갇혀 찾아 헤맬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 뮤지컬 <더 모먼트>는 그런 ‘시간’ 속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다. 

눈이 펑펑 내리는 한 겨울,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산장에 각자 다른 사연을 가진 40대 사내, 30대 남자, 10대 소년 세 사람이 나타난다. 산 장에서 만난 세 사람은 서로 자신이 산장을 예약했다고 우기며 예사롭지 (?) 않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어딘가 의문스러운 산장을 둘러보던 세 사람은 자신들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공간에 갇혀 있다는 것과, 자신들이 기다리는 여자가 모두 동일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들이 기다리는 여자가 두고 간 하나의 노트와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통해, 얽히고 설킨 세 사람 사이의 놀라운 비밀과 비현실적인 사건을 함께 풀어간다. 


다른 듯 하지만 어딘가 닮은 세 사람의 비밀은, 관객들에게 깜짝 반전을 선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양자 역학과 다중우주를 소재로 풀어나가는 스토리는 흥미를 유발한다. 시간과 공간, 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를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세 배우들의 찰떡 같은 호흡 속에 유머 코드를 녹여냈다. 주인공 세 사람은 철저한 문과형 인물로, 그들이 기다리는 여자는 철저한 이과형 인물로, 대비를 주어 그 차이에서도 웃음을 이끌어 낸다. 물론 보다 진지해도 되는 부분에서도 갑작스레 이어지는 웃음 코드가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으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러한 부분 또한 매끄럽게 연결시킨다.  


<더 모먼트>는 공간의 제한에서 오는 한계를 똑똑히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특히 눈 내리는 한 겨울을 산장을 표현하기 위한 세심한 소품들과 감성적인 무대, 인공 눈 효과 등은 한 여름에 포근하고 감성적인 한 겨울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90분의 다소 길지 않은 공연 내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채우는 감성적인 넘버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만들어 준다. 여주인공에 캐릭터나 여주인공을 둘러싼 서사의 개연성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창작 초연임을 감안했을 때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시간을 뛰어 넘어 그들은 그 여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만남은, 그들 앞에 이미 예견 된 운명이었을까 혹은 그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기적이었을까. 더 이상의 자세한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기에 극장에서 직접 관객들이 그 진실을 함께 풀어가길 추천한다. 시간과 사랑에 대해 감각적으로 풀어낸 작품, <더 모먼트>는 오는 9월 6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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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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