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고픈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책임감이 자라는 강아지 탐구 생활』저자 홍용기 수의사 인터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생각해요.”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저 고양이 불쌍한데 그냥 우리 집에 데려가면 안 돼요?”
생일에 가지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면 꼭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이 불쌍하다며 막무가내로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죠. 보통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아이들은 귀엽고 애교 많고 한없이 예쁜 동물을 키워보고 싶어 합니다. 귀여워서, 심심해서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보며 그저 난감하기만 한 부모님들. 여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하지만 마냥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수가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 공장과 유기 동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금, 무엇보다도 어릴 적부터 반려동물이 하나의 생명체임을 이해하고 보호자로서 자신의 책임이 무엇인지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려동물 키우기가 일상에 어떻게 변화를 주는지 그리고 무슨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설명할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죠. 이렇게 새로 생길 혹은 이제 막 생긴 작은 친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가족이라면 수의사 홍용기 원장님의 따뜻한 조언을 들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홍용기 원장님. 『책임감이 자라는 강아지 탐구 생활』이 어떤 도서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경험이 없거나, 맞이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키우고 있는 아이들 혹은 부모님들에게 기초적인 지침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마음으로 집필에 참여했고요.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나 노령견에 대한 이야기 등의 현실적이면서 필수적인 부분을 다뤘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향의 다른 도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이 자라는 강아지 탐구 생활』에서 주인공 하진이는 반려견 코코를 키우면서 수의사의 꿈을 키우게 되는데요. 선생님께도 수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또 어떤 수의사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따로 있으시다면?
신기하게도 하진이와 거의 같아요. 제가 스무 살에 유기되었던 새끼 강아지를 만나 ‘돌돌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면서 동물을 처음 키우게 되었어요. 함께 살면서 정말 큰 행복을 느끼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이 저를 수의사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수의사’는 단어 그대로는 ‘동물을 치료하는 직업’이지만, 동물을 키우고 보살피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을 위한 직업이라는 생각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의사로서 보호자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도 늘 하고 있습니다. 이번 집필 참여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작업이죠. 고민의 결과물 중 하나로, 반려동물에 대한 양질의 진료뿐만 아니라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올 수 있는 따듯한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병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심각한 화상을 입고 구조된 개를 치료하여 새 삶을 찾아 주신 적이 있으시죠. 이렇게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동물을 대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질문에 이미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픈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제가 수의사로서 진료를 볼 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고 기억이 있어요. 물리적인 통증을 느끼는 건 당연하고요. 그런 고통들을 최대한 이해하고 헤아리려 노력하면서 동물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해치지 않고 도와주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끔 그리고 그 믿음이 생길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하죠. 물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에 대한 파악을 하고, 최대한 덜 아프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구조했던 강건이는 전신 화상을 입은 채로 한 달간 방치되어 있던 아이였습니다. 강건이에게는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겠지만, 고맙게도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면서 치료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치료를 하느라 매번 자신을 아프게 하는데도 저를 많이 따라주었던 명랑한 아이예요. 많이 아플 수밖에 없었던 긴 치료 과정을 꿋꿋하게 잘 버텨주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동물과 따로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물과 우리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그 진심을 이해시키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죠. 물론 우리가 동물을 조금 더 이해해서 그들의 방식에 조금 더 맞춰줄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때로는 간식이 진심을 이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하) 하지만 간식을 주는 행위도 주인 입장에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거잖아요. 다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남발하지는 말아주세요.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의 영향에 대해 쉽게 표현하자면, 집에 아기가 생기면 집안 분위기가 한층 밝아지고 화목해지죠? 반려동물은 나이가 들어도 사람에게 아이 같은 존재로 남아주니, 그런 좋은 기운을 꾸준히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길러주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도하고, 심지어는 면역력을 강화시켜주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말하자면 사실 너무나도 많죠.
반려동물을 이제 막 키우기 시작하는 초보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다면?
『책임감이 자라는 강아지 탐구 생활』을 보시면 다 나와 있어요! 홍보하려는 건 아니고요. (하하) 네, 홍보 맞습니다. 어쨌든 꼭 알아야 할 점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챙겨줘야 할 것도 많고요. 반려동물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가 많은 부분 노력을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놀아주고 산책도 시켜줘야 하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화장실을 청소 해주고, 목욕 시켜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도 해주고 등등 너무나도 많아요. 그리고 동물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아플 일이 많아지고, 그만큼 병원에 갈 일도 점점 많아진다는 점도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우리와 같은 생명체라는 인식인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책임감이죠. 물론 동물에 대한 이해 역시 필요합니다.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죠. 또... 말하기 시작하니 끝이 안 날 것 같네요. 네. 따지면 사실 너무 많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야만 키울 수 있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려는 자세가 노력 인거고, 그런 노력들로 소중하게 보살펴줬으면 하는 바람 인거죠.
반려동물을 키울지 말지 고민 중인 가족들 그리고 『책임감이 자라는 강아지 탐구 생활』의 독자님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려동물이 큰 행복을 안겨다 줄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행복만을 위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맞이하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반려동물도 우리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거친 후 결정을 내리시면 좋겠어요.
그러한 맥락에서 이렇게 기획된 도서의 저자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도 뜻깊은 작업이었는데요. 온 가족이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면서 반려동물과 보내는 일상과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열심히 만들었으니, 아이들이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반려동물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하진이에게는 ‘코코’, 저에게는 ‘돌돌이’와 ‘꼬마’(홍용기 원장님의 반려견 이름)처럼 여러분에게도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을 안겨줄 작은 친구가 생길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홍용기 웨스턴 동물의료센터 외과 팀장으로 일했으며 동물병원 움의 원장님이에요. 스무 살에 강아지 돌돌이와 꼬마를 만나 수의사의 꿈을 키웠고 지금은 고양이 쿠쿠 님을 모시는 행복한 집사랍니다. 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구조된 개, 강건이를 정성껏 보살펴 새 삶을 찾아 주었어요. 언제나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진심을 다해 진료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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