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달러에 투자하라는 이유”
북클러버 세 번째 모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강세입니다. 원화 약세라고 굳이 신경 쓰실 필요 없이 한 쪽만 알면 됩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강세,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약세입니다. (2020. 07. 13)
6월 23일, 예스24 홍대점에서 홍춘욱 박사와 함께하는 북클러버 세 번째 모임이 열렸다. 『환율의 미래』 를 토대로 한국 외환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정보, 환율에 따라 바뀌는 경제 상황, 환율과 자산 시장의 관계 등을 다뤘다. 마지막 시간이니만큼 이론을 토대로 참여자들이 실제 투자를 할 때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다루는 시간이었다.
“블룸버그 커런시 화면을 캡쳐한 그림입니다. 그림 왼쪽에서 앞에 나오는 게 기준 통화입니다. 환율이 상승했다는 말은 항상 이 그림의 가장 왼쪽에 적힌 통화가 기준인 것이죠. 이것만 기억하시면 외환 시장 판단은 정말 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어요.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는데 원화가 약세라고 말하는 거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했다는 건 즉 달러가 강세라는 뜻입니다. 이것만 기억해 주십시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강세입니다. 원화 약세라고 굳이 신경 쓰실 필요 없이 한 쪽만 알면 됩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강세,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 약세입니다.”
홍춘욱 박사는 모든 통화 중에서 미국 달러에 대한 환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세계 외환 거래량의 95%가 미국 달러와 다른 통화 간에 일어난다.
“기축 통화가 늘 맨 앞에 쓰이게 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영국 파운드와 유로입니다. 이건 과거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독립하기 전부터 있었던 통화와 달러화가 붙으면 미국 달러가 뒤로 갑니다. 유로-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유로화가 강세라는 뜻입니다. 이것 하나만 외워두면 어려울 게 없습니다.”
“미국 달러 가치가 움직일 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하는 등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환율은 출렁거리지만, 장기적인 흐름을 추적해 보면 전세계 달러 가치에 비해 원화 가치가 조금 더 많이 빠지는 것뿐이지 달러 가치와 환율의 방향은 같습니다.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달러가 강세고, 달러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원화의 가치가 혼자 상승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내에서 일어난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달러가 강세냐 약세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홍춘욱 박사는 ‘그날그날 주식이 오르고 떨어지는 걸 잘 설명할 수 없는 것처럼,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걸 우리 안에서 이유를 찾는 건 힘들다’라고 말하며 마음 편하게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환율 상승의 이면에는 미국 달러의 높아진 가치가 있다는 데 주목하자는 것이다.
“그림에서 파란선은 미국 정크본드 가산금리를 나타냅니다. 정크본드는 10년 안에 망할 확률이 5% 넘는 회사의 채권입니다. 이름 자체가 ‘쓰레기 채권’이라는 뜻이고, 지금 돈을 못 버는 회사죠. 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책 금리에 이자를 더 붙여 줘야 망할 확률을 상쇄하고 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정책금리에 더한 가산금리는 평균적으로 5% 정도입니다. 평균치보다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시점이 그래프에 나오는데요. 이 시기는 사람들이 경기가 나빠졌다고 생각한 시기입니다. 불황의 시기죠. 여러분이 미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불황이 와서 정크본드 회사가 망할 것 같을 때, 태평양 건너 나라의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사고 싶을까요? 이런 공포의 시기가 오면 환율도 떨어집니다. 가산 금리가 급등하고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외국인이 빠져나가죠.”
회사채가 인기가 좋다는 것은 불황에 대한 공포가 완화된다는 증거다. 홍춘욱 박사는 희망 섞인 전말로 연말쯤이면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크본드 가산금리가 떨어지고 환율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달러를 사놓는 게 도움이 된다.
“그동안 저에게 어떤 자산이 안정적이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물가가 오르지 않는 자산이 안정자산이라고 말했죠. 미국 소비자물가와 일본 소비자물가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시면, 미국 대비 일본의 물가가 떨어졌다는 뜻은 일본 물가가 미국 물가보다 덜 올랐거나 마이너스가 되었다는 뜻이죠. 즉 엔은 상대적으로 디플레 통화고, 디플레 통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계속 강세를 보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같은 값이면 구매력이 좋으니까요.”
홍춘욱 박사는 1996년 만났던 일본인의 예시를 들었다. 신입사원 일본인에게 연봉을 물어보니 400만 엔이었다고 한다. 20년 후, 다시 만난 일본인에게 물어보니 당시 신입사원일 때 받았던 400만 엔 그대로 지금 신입사원도 400만 엔을 받는다고 했다. 20년 동안 연봉이 하나도 오르지 않은 셈이다.
“환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요? 20년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을 생산하는 원가도 그대로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년 동안 집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제품 생산 원가도 그만큼 늘어나죠. 인플레이션이 많이 일어나는 통화는 환율을 조정해주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약세 통화입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통화는 강세 통화가 되기 쉽죠.”
그러나 엔에 투자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미국 달러나 스위스 프랑에 투자한다면 물가가 오르는 만큼 회사도 성장하고 주식의 가격도 오른다. 예금을 들어두면 정책금리만큼 이자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엔화는 이자율이 0%다. 환차익 말고는 기대할 수익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이제까지 세 가지 배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 환율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 달러입니다. 둘째,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상승하고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경제 불황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면 원화는 약세가 된다. 셋째, 물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는 국가 화폐를 보유하면 장기적으로 약세 통화가 되면서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
“빨간 선은 정책 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입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들어간다는 건, 미국 달러 예금을 들고 있으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훼손된다는 뜻이죠. 변동성이 커 보이지만 미국 달러 가치의 방향성은 같습니다.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국면의 특징은 미국 정책금리가 인하되거나, 혹은 정책금리 수준보다 물가가 많이 올라서 달러로 예금을 해봐야 이익이 거의 없는 시기죠. 다른 나라 화폐와 달리 미국 달러는 다른 나라의 관계보다 미국 경기 그 자체가 달러의 가치를 좌우합니다. 미국 중앙은행에서 실질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가 좋다는 뜻이고, 미국 경제가 좋을 때는 돈이 미국으로 갑니다. 반대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갔을 때는 미국에 투자할 매력이 없는 시기고 미국 중앙은행에서 돈을 뿌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이럴 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좋습니다. 돈이 다 미국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고 신흥국이나 우리나라로도 올 테니까요. 환율 공부를 하라는 이유도,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할 때 미국 달러가 강세냐 약세냐에 따라 주식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환율의 관계에 대해 설명할 때면 이 차트를 자주 보여드립니다. 파란색 선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빨간색 선이 환율입니다. 다시 한 번, 환율이 상승하는 건 달러 강세 때문이었죠.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렸거나, 불황이 왔기 때문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는 국면은 우리나라 수출이 잘 안 될 때, 미국 기업 부도리스크가 커질 때, 달러가 강세여서 돈이 자꾸 미국 달러로 빠져나갈 때 등이다. 흔히 배우는 것처럼 환율이 급등하면 수출액이 늘어나지 않는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때 환율이 상승하는데 수출 전망이 좋아지기는 힘들다.
“항상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팔고 나갈 때마다 환율이 급등하는데,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패닉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2016년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하면서 환율이 1300원일 때가 있었습니다. 주식 시장은 별로 안 빠진 반면 부동산 가격은 박살이 났었죠. 어떻게 보면 부동산 매수의 적격기였습니다. 지금은 외국인이 팔면서 주식이 내려갔는데 부동산 가격은 하나도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주식을 사는 거죠.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면 이게 가능합니다.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어요. 최근 들어서는 기회가 자주 옵니다.”
끝으로 홍춘욱 박사는 가격 변화가 반대인 자산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는 방법을 추천했다. 미국 국채와 한국 주식을 반씩 매수해 환율 상황에 따라 비율을 바꾸는 방법이다. 또한 한국 원화는 한국 경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한국 경기와 반대에 있는 미국 달러에 투자하고 있다가 급락 시 파는 방법도 추천했다.
지금 화폐 가치가 하락한 브라질이나 터키 화폐는 투자 대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반대하는 편이다. 브라질이나 터키 화폐가 싸다는 걸 몰라서 추천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추천하지 않는다. 요새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싸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기에는 자신이 없다. 특히 젊어서 투자에 실패하면 용기가 꺾인다. 만일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잘 알고 투자한다고 하면 말리지 않는다.
제안한 내용과 비슷한 ETF로 ‘KODEX200 미국채혼합’이 있다. 직접 투자보다 밸런싱을 해놓은 ETF에 대신 투자해도 될까?
미국채권 60%, 한국 주식 40%로 추종하는 지수다. 최근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 연 3~4% 이율 찾는 분들에게는 많이 추천한다. 수익률 나쁘지 않고 안정적이다. 그러나 종잣돈을 크게 굴려야 할 시기에는 아쉬울 수 있다. 조금 더 공격적인 운용으로 버틸 수 있는 사람에게는 미국 달러를 직접 들고 있는 편을 추천한다.
외국계 은행 금리가 높은데 위험성이 걱정된다. 외국계 은행이나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도 될까?
외국계 은행이나 국내 은행 둘다 문제 없다. 증권사와 외국계 은행 모두 전산대장이 남고, 증권사가 망한다고 하더라도 거래에 불편이 생길 뿐 원금은 5천만원까지 모두 보전된다.
금 투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여력이 되면 금도 투자하면 좋다. 달러 반대편에 있는 자산으로 금도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다. 지금 듣는 분들이 주로 20대에서 30대이기 때문에 달러를 강조하는 것뿐이다. 달러에 투자하면 환율 공부를 하기 때문에 좋은 점이 있고, 우리나라 환율이 급등은 자주 하지만 급락은 상대적으로 적다. 천천히 떨어지면 분할 매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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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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