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정 “공감하는 태도가 아이를 바꾼다”
『공감했더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어요』 곽윤정 저자 인터뷰
자녀의 자율성을 키워주면서 자녀와 올바르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긍정 훈육법이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 (2020.07.06)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엄마는 일단 죄책감부터 느끼는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내가 뭘 잘못 가르친 건 아닐까?’ ‘내가 모르는 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 때문은 아닐까?’ 그러면서 괜히 다른 집의 엄마와 비교하거나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정과 비교하면서 정작 필요한 것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외적인 완벽함을 찾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의 문제는 엄마인 내 탓’이라는 생각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부모는 없음을,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할 필요도 없음을 기억해야 아이도, 엄마도 모두 행복해진다.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인 곽윤정 저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었던 저자에게 위로가 되었듯이, 이 책을 읽는 부모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는 우리 아이들을 남과 비교하거나 주관적인 시선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 아이를 우리 아이로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로서 필요하다. 그러한 근거를 통해서 자녀를 진정으로 공감하고 바라보면서 좋은 부모가 되어가는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활동성이 강한 아들을 양육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아들을 얌전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는지,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뇌 발달 및 특성이 밝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양육 정보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엄마와 아들은 뇌발달적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엄마는 여성의 고유한 뇌 특성을, 아들은 남성의 고유한 뇌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아들의 행동이나 언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들이 가지고 있는 남성의 고유한 뇌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은 세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여성만큼 언어적 표현을 빨리, 그리고 잘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우측 후두엽이 발달하면서 공간과 시각적 자극을 좋아하고, 행동적 표출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뇌량이 여성보다는 좁고 덜 촘촘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정보 전달이 여성만큼 빠르지 않다는 것이지요. 좌우뇌 정보 전달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엄마의 질문이나 감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속도가 느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아들의 특성 때문에 엄마 입장에서 보면 염려스럽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타고난 뇌발달적 특성 때문에 보이는 아들의 행동이나 언어에 대해서 엄마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하면서 화를 내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세 가지를 바탕으로 아들을 지도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아들은 시각적 자극에 집중을 잘하므로 아들을 훈육하거나 타이를 때는 큰소리보다 눈맞춤을 하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활동 바탕이 되는 테스토스테론이 어느 정도 발산이 되면 차분해진다는 점을 기억한 뒤, 이를 배출할 수 있는 신체활동을 꼭 하게끔 도와주길 바랍니다.
흔히 ‘친구 같은 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변덕스러운 딸 때문에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 변덕을 부리는 감정적인 딸과의 올바른 소통법은 무엇인가요?
아들에 비해서 좌우뇌의 연결이 잘되어 있는 딸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반응도 잘합니다. 그리고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또한 감정과 관련되어 있지요. 종종 딸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자주 바뀌고 변덕스러운 이유도 에스트로겐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딸은 아들보다 친구관계를 비롯한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많이 느낍니다. 그 이유도 바로 옥시토신과 에스트로겐의 상호작용 때문입니다. 옥시토신이 친밀한 관계를 유도하도록 만들고, 그 속에서 에스트로겐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해서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거든요. 그러므로 딸과의 소통에는 관계의 따뜻함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기보다는 ‘엄마가(혹은 아빠가) 우리 딸을 무척 사랑하고,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딸이 하는 말에 지지를 해준다거나 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연예인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요. 거기에 더해서 딸에게 긍정적인 비언어 단서를 가지고 부모의 감정을 전달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때 비언어 단서는 표정, 제스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의 뉘앙스, 목소리 톤 등을 말합니다. 즉 평소에 딸에게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와 표정을 보여주는 태도가 대화를 시작하는 좋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
유아기 자녀와 대화할 때 어려움이 많습니다. 부모가 하는 말을 아이가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모를 때도 있고요. 유아기 자녀와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녀가 유아기에 도달하면 자율성과 독립성의 욕구가 강해져서 무언가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위태위태한 행동을 하거나 부모의 지시를 잘 듣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은 “안 돼!” “그만 해” “하지 마!”라는 말을 자꾸 하게 되지요. 이런 말들을 아이가 반복해서 들으면 어떨까요? 아이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겁내게 됩니다.
그렇다면 자녀의 자율성을 키워주면서 자녀와 올바르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긍정 훈육법이 그 해답이 될 것입니다. 긍정 훈육법은 자녀의 수준에 맞추어서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인데, 무엇보다 자녀의 수준을 잘 이해해서 설명해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즉 자녀의 수준에 맞는 메시지를 구체적인 용어로 전달하는 것이지요.
긍정 훈육법은 부모님이 연습을 해야 이뤄지는 소통법입니다. 자주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훈육법이지요.
초등 시기의 아이에게는 지능보다 학습민첩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습민첩성을 향상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인공지능이 더욱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부모 세대가 공부했던 방법이나 학습 능력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즉 인공지능과 컴퓨터가 인간이 담을 수 없는 지식의 양과 속도를 갖추면서 단순 암기나 계산 능력은 덜 중요해진다는 말이지요.
특히 우리의 자녀들은 휴대폰과 컴퓨터에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책을 통해서 공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학습민첩성(learning agility)입니다.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정보를 분석하고’ ‘어떻게 통합해서 새로운 결론을 이끌어낼 것인가’를 가르쳐야 할 시점이 된 것이지요. 이때 필요한 능력이 바로 학습민첩성입니다.
학습민첩성은 어떤 것을 반복해서 외우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해보지 못하고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머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능력을 말합니다. 학습민첩성이 뛰어난 사람은 빨리 배우고, 실패를 통해서도 무엇인가를 학습합니다. 때문에 실수를 감수할 줄 압니다. 그리고 정해진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자녀의 학습민첩성을 길러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는 것입니다. 학습민첩성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능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하나의 답을 알려주기보다는 자녀가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한 한 많은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요.
많은 부모들이 사춘기 자녀와 대화할 때마다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뇌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아동기에 비해 엄청난 양의 성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감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감정의 변화를 제어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은 아동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에 이르면서 감정 조절이 미숙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사춘기 자녀와 대화를 할 때 부모님들은 가장 힘들어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요.
사춘기의 자녀와 큰소리를 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앵무새 대화법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앵무새 대화법은 자녀가 하는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고 자녀가 하는 말을 따라 해보는 것입니다. 따라 한다고 해서 똑같이 한다는 것은 아니고, 자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긍정적인 호응과 지지를 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화를 하면 자녀는 부모님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한다고 느낍니다. 그 결과 감정을 상하게 하는 대화는 오고가지 않지요.
사춘기 자녀와 성을 주제로 대화할 때 효과적인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사춘기 자녀와 나누는 대화 주제 중에서 가장 껄끄럽고 어려운 주제가 바로 ‘성’일 것입니다. 이 시기의 자녀들은 엄청난 양의 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그만큼 성적 호기심도 높아집니다. 대화하기 껄끄러운 주제라 하더라도 건강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부모는 사랑과 성에 대해서 자녀와 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에 대해서 대화하지 않거나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사랑스러운 자녀에게 불행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녀와 ‘사랑과 성’을 주제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님이 너무 쑥스러워하거나 어색해하지 말고, 부모님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다만 설교조로 말하거나 한꺼번에 모두 다루려고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그때그때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피임, 임신, 사랑과 섹스 등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새로운 상황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심적으로 불안해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질적으로 수줍음이 많거나 낯선 상황에 위축되는 성향을 지닌 자녀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자녀를 보면 ‘사회성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등 부모의 고민은 늘어가고 마음도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자녀를 발표력 증진학원, 스피치 학원, 리더십 학원과 같은 곳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줍음이 많은 기질의 자녀들에게 이런 방법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킵니다. 아이가 더 힘들어하고 위축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커지기도 하고요.
수줍음이 많은 자녀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괜찮아, 천천히 같이 해보자. 나중에는 더 잘할 수 있어”라며 격려해야 하지요. 실수를 두려워하는 자녀의 마음을 도닥여주고, 용기를 낼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녀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곽윤정 서울대학교에서 정서지능(EQ)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 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를 거쳐 현재 세종사이버대학교 상담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 박사후과정 중 뇌발달 및 상담분야를 접한 후 이를 우리나라의 자녀양육 및 교육, 상담, 심리치료 분야에 도입하여 적용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이론과 생활을 통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EQ를 높이려면 이렇게 하자!』 『내 아이의 강점지능』(공저) 『내 아이를 위한 두뇌발달 보고서』 『우리 아이 공부머리』 『아들의 뇌』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10대들의 사생활』 『너무 다른 사람들』 『루머사회』 『아이가 열 살이 넘으면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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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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