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김봉곤 “한 시절을 마주하는 책읽기”

소설가 김봉곤의 서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다시 한번 까무러칠 만큼 좋은 작품을 찾는 것이 독서의 시간이고, 그런 작품을 만난다는 건 제가 다시 태어나는 경험과 비슷할 거예요. (2020.06.25)


소설가 김봉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와 동대학원 서사창작과를 졸업했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Auto」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름, 스피드』가 있다. 2019년ㆍ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고등학생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문학의 재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되게 엄격하고도 숨막히는 공간이었는데 자습시간이든 자유시간이든 책을 읽는 것은 허용됐어요. 물론 만화책은 안 되었고, 한국 현대문학은 제가 몰랐기에 일본 문학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기숙사로 복귀하는 일요일 저녁, 엄마가 일하던 가게에 잠시 들렀다 정류장 옆에 있던 서점에서 책을 한 권씩 골라 학교로 돌아가는 게 리추얼이었어요. 돌이켜보니 그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이 제겐 문학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였네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다른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하더라도 문학작품으로 얻는 것만큼 크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이건 이미 제가 돌이킬 수 없이 문학적으로 사고하고, 문학의 렌즈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된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예단할 수 없지만 제가 문학으로 받은 충격과 감동은 오직 문학으로만 갱신 가능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어요. 다시 한번 까무러칠 만큼 좋은 작품을 찾는 것이 독서의 시간이고, 그런 작품을 만난다는 건 제가 다시 태어나는 경험과 비슷할 거예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 저의 관심사는 여전히 사랑입니다. 하지만 지금껏 제가 써온 성애를 바탕으로 한 감정의 연장선이라기보다, 이것이 과연 사랑이 맞는가 싶은 네거티브한 감정들과 양태에 관심이 있어요. 무턱대고 제가 갖고 있는 믿음이 하나 있는데요. 제가 고민하고 탐구하고 싶은 감정의 거의 모든 것이 프루스트의 작품에 있다는 생각이에요. 아마 올해는 시간이 나는 틈틈 프루스트의 작품을 탐독해볼 생각입니다.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 소설집이 오롯이 현재에 몰두한 소설이었다면, 『시절과 기분』은 과거로 되돌아갔다 다시 현재로 회귀하는 소설의 모음이에요. 지금의 나를 만든 유의미한 것들을 되돌아보는 작업이었달까요. 모든 소설은 일종의 회고 형식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어떤 회고는 꽤 용기가 필요한 작업인 듯도 합니다. 오래 거슬러올라갔다는 말은, 오래 미루어두었던 대면이기도 할 테니까요. 제 작업이 나 자신을 대면하는 것뿐 아니라, 독자 여러분의 한 시절을 마주하는 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울분』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울분
울분
필립 로스 저 | 정영목 역
문학동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영화냐? 소설이냐? 하던 진로 고민을 완전히 끝내버렸다. 내가 하고 싶은 것 그 이상이 필립 로스의 작품에는 들어 있고, 그를 처음으로 접해보기에 『울분』만큼 좋은 소설은 없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저/김희영 역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저 | 김희영 역
민음사


프루스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섬세함’이란 단어가 떠오르지만 그건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다. 섬세함이란 수면 아래, 그는 너무 미쳤고, 너무 천박하며, 너무 아름답고, 너무 박식하며, 너무 너무하다. 평생을 옆에 끼고 읽을 책.  


『몰로이』

사뮈엘 베케트 저/김경의 역


몰로이
몰로이
사뮈엘 베케트 저 | 김경의 역
문학과지성사


언젠가 이 책의 단평을 내 SNS에 남겨둔 적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친구 또는 가장 증오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픈 책.” 문학이 어째서 문학일 수 있을지 생각할 때 베케트를 떠올리게 되고, 몰로이는 그 질문에 대한 어떤 해답을 제시한다.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저/최정수 역 


단순한 열정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저 | 최정수 역
문학동네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가 지극히 사회적인 사료-역사가 되는 경이로움을 알려준 소설. 가장 파격적이면서 가장 우아한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대표작.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저/변광배 역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저 | 변광배 역
민음사


마르셀 프루스트, 사뮈엘 베케트, 아니 에르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나는 롤랑 바르트를읽는다. 심지어 필립 로스까지. 이 각기 다른 네 작가들이 내겐 모두 롤랑 바르트에 이르러 합일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