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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칼럼] 서점을 잘 운영하는 방법 - 마지막 회

매번 위기요,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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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또 누가 내게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친구들을 믿으세요.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구나. (2020. 06. 15)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느닷없는 질문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여태 모르겠다. 한두 달에 한 번은 겪는 일인데도. 계산대 건너편에서는 기대 가득한, 한편으로는 머뭇거림과 조심성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는 두 눈이 있다. 정말 모르겠어.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올해 7월 1일이면 4년 차 서점이 된다. 임대계약 주기인 2년이 작은 서점들의 최대 위기라는데, 그런 시기를 두 번이나 건너가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래서 나의 서점은 잘 살아남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확언을 할 자신은 여전히 없다. 그렇기는커녕, 매번 위기요, 어려움이다. 하여 매년 칠월의 첫날이 되면, 그저 이마에 땀을 닦는 기분이 되는 것이다. 

과장 없이, 여기까지 해온 것만 해도 기적에 기적이 더해진 덕분이다. 그것이 친구들의 도움이든, 누군가가 쥐여준 기회이든 내 힘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뿌듯함이나 그런 데에서 기인하는 자부심 같은 것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어디 가서 행여 호기롭게 큰소리를 쳤다면 그저 이에 대한 책임감 혹은 자책감에 대한 반동이겠지 싶다. 

내게 질문을 했던 이는 이윽고 민망해진 모양이다. 애써 덧붙인다. 이곳에서 퍽 떨어진 곳에 차릴 서점이라고. 당신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가지 않을 거라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골몰하다가 퍼뜩 떠오른 말은 이런 것이다. ‘대체 왜 서점을 하고 싶은 거지요. 서점 말고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반문이 몹시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내게 그렇게 물어보았다면, 난들 무슨 대답을 했겠는가. 그저 기분만 팍 상해서, 해줄 말이 없으면 말 것이지 별 참견을 한다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꿀꺽 무언가를 삼키고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부지불식간에 서점을 하게 되었노라고. 여태 내가 왜 서점을 하고 있는지 계속 찾고 있다고.

질문을 한 이에게 이런 대답이 통할 리 없지. 가르쳐주기 싫은 것이다,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둘러 나는 나의 생각 따윈 숨겨버리고 간단한 팁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주워섬긴다. 사업자는 어떻게 내야 하는지. 도매업체와 어떻게 거래하는지. 그런 뻔하디 뻔한 방법. 궁여지책일 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내용이다. 내 짐작만큼 상대도 김이 빠진 형색이다.

하지만 선생님. 저도 처음에는 이럴 줄 몰랐는 걸요. 시간이 지나서도 당최 알 수가 없어요.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어떤 것이 필요한 것일까요. 대책 없이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은 나를 남겨두고,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한 칸 한 칸 나선계단을 밟아 내려서는 장차 서점지기가 될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시집서점을 시작하겠다는 나의 만용을 지켜봐주던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여태 이 어려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던 눈빛들. 처음에는 말렸으나, 다음에는 지지해주던 사람도 있었고, 덮어놓고 믿어주던 사람도 있었으며, 끝내 말리고 또 말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모두 나를 걱정해주고 믿어주었다는 것을 그때도 지금도 아니 4년차 작은 서점지기를 앞둔 지금에 이르러 더 잘 알고 있다.



만약 또 누가 내게 서점을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친구들을 믿으세요. 하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들의 눈빛 하나하나를 잊지 말라고. 더 어쩔 수 없을 것만 같을 때에 적금통장처럼 그 눈빛을 꺼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그들이 당신과 당신이 열게 될 서점을 지켜줄 거라고. 믿기지 않을 이야기를 하리라.

그런 사람들이 어디 가깝게만 있겠는가. 내가 무엇을 하든 나를 믿어주는 나의 서점 단골 독자들은 어떤가. 사소한 일에 같이 기뻐하고, 이 작은 서점을 자신의 일부처럼 느끼는 이들. 오월이면 작약 한 송이를 건네고, 크리스마스 때에는 슬쩍 작은 선물을 놓고 가면서 열 평 남짓한 이 공간이 역사가 될 수 있게 해주지 않는가. 도망치고 싶게 약해질 때에 나는 그들을 떠올린다.

매일 벽돌을 한 장 쌓아가는 기분이다. 이 작은 행동이 당장은 아무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몇 걸음 물러나보면 이것은 벽채가 되고, 집이 되고 누군가 그곳에서 밥을 지으며 살아가리라.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집이더라도, 지붕이 되고 온도가 되고 안심이 되리라 하는 그런 믿음. 무척이나 감상적이지만, 이런 물컹함 없이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까지의 나를 격려하며, 함께해준 당신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또 누군가가 작은 서점을 열면, 내가 그런 이들 중 하나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을 감출 방법이 없다. 당신이 채워놓는 책들은 당신 서점의 독자들뿐 아니라 당신의 일생을 구해주리라.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퇴근을 위해 간판 불을 내릴 때까지도 가시질 않았다.

지금껏 별다름이 될 수 없을 글을 읽어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이런 것을 누가 읽을까 싶어 낙담도 했었으나, 때로 찾아와 응원을 건네준 이들이 있어 즐겁게 버텨나갈 수 있었다. 모두 건강하시길. 그리고 행복하시길. 당신들이 내게 준 것만큼. 아니 그 이상. “끝나지 않는 그런 여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유희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 2018)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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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유희경(시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7년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별을 가두다」가,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가 당선되며 극작가와 시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이 있으며 현재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을 운영하고 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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