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용, 제대로 알면 걱정하지 않게 됩니다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저자 양광모
모든 분이 독자가 될 수 있겠지만, 제가 마음에 둔 독자들은 1인가구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더 적은 1인가구도 있겠지만, 저는 30대 중반 정도를 주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책을 썼습니다. (2020. 05.25)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이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겸임교수 양광모 저자가 의료비용과 건강관리에 대해 체계적으로 짚어주는 책을 펴냈다. 제목이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고, 부제는 ‘뜻밖의 병원비에 대처하는 건강관리와 의료비용 가이드’다. 이 책은 누구나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갑작스러운 질병과 그에 따르는 병원비, 혼자 살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할 건강 문제, 부모님을 위한 건강 정보를 다룬다. 병원비 영수증과 건강검진표도 읽어주는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내용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저자에게 직접 들어보자.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처음부터 의료비용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은사이신 원주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예병일 교수님의 권유가 컸습니다. 의료비용에 대한 책이 서점에 없더군요. 많은 사람이 아플 때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병원비인데 말이죠. 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분이 독자가 될 수 있겠지만, 제가 마음에 둔 독자들은 1인가구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분들입니다. 나이가 많거나 더 적은 1인가구도 있겠지만, 저는 30대 중반 정도를 주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책을 썼습니다. 경제적으로 불완전하기에 병원비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 걱정도 있다면, 이런 불안감은 배가 됩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의 입장을 헤아려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비뇨의학을 전공하신 뒤 의료정보학인증의 자격을 받으셨네요. ‘코리아헬스로그’를 창간하시고 신문 <청년의사> 편집국장도 하셨고요. 현재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이자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겸임교수로 일하시는데, 이렇게 다양한 일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료정보학, 의료인문학이 무엇인지도 설명해주세요.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복잡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쓰는 모자(직함)만 달라졌을 뿐 내용은 같습니다. 저는 과거 ‘코리아헬스로그’라는 블로그 미디어에서 활동할 때부터 ‘시민들의 보건의료에 대한 이해 향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 했습니다.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은 이를 바탕으로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의료인도 치료 역할뿐 아니라 올바른 정보 전달을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같은 일은 한다고 믿습니다.
의료정보학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게요. 요즘에는 무엇이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야 납득합니다. 의료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것을 공부하는 것이 의료정보학입니다. 이 책도 의료정보학의 기초적인 기법을 통해 통계 자료를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료인문학은 마음 따뜻한 의료인을 만드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그러기 위해 의료윤리와 소통하는 방법, 의료전문가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여러 감염병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점을 짚어주세요.
많은 분이 이미 아시다시피 코로나19 유행에 대처하려면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일시적으로 남과 거리를 두는 것은 가능해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백신이 필요합니다.
백신은 보건학적으로 비용 대비 효용이 가장 높아요.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백신이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요.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백신은 다 맞아야 합니다. 그 외에도 권장하는 백신은 맞는 것이 좋습니다. 국가에서 비용은 지원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이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독감에 걸리면 며칠을 앓아눕습니다. 백신을 접종하면 그럴 염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코로나19의 백신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감기 예방주사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죠.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유전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힘들더라도 개인위생과 사람들 간에 거리두기를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만약에 코로나19처럼 남에게 잘 감염되는 질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면 집에서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매일 나가던 직장이나 학교에다가 아파서 나갈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꺼리면 안 됩니다. 우리는 아파도 직장에 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부모님이 우등상은 못 받아도 개근상은 받아야 한다고 했던 영향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란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외출은 병원 가는 정도로 제한하고 직장이나 학교에 아파서 못 나간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되고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에 부모님을 위해 건강검진을 예약할 때, 무조건 풀 패키지 검진을 선택하는 것은 지양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부모님을 위한 건강검진에서 무엇을 중점에 두고 선택해야 할까요?
풀 패키지 검진이라는 단어는 정해진 것이 없는, 다분히 주관적 검진 분류입니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 중 공통적인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고비용의 검사면서 비용 대비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기본적인 검진에서 알 수 없었던 질병을 발견해 다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비싼 검사를 받지 말라는 게 아니라 병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부분만 잘 골라 검사를 받는 것이 낫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심혈관질환 검사를 추가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것도 꼭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국가가 무료로 하는 검진)의 시행률은 지금도 낮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40%가 안 된다고 하니까요. 부모님이 건강검진을 언제 받으셨는지 챙기는 것만으로도 효도입니다.
책에서 건강 정보와 의료비용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친절히 조근조근 들려주시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언제부터 글을 쓰셨고,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 훈련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할 때 어르신들 진료를 많이 했습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마을 청년회에 가장 젊은 분이 60세가 넘었으니까요. 그분들과 진료나 보건교육을 했는데,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건강과 관련된 기록’이란 뜻으로 ‘헬스로그’라고 이름을 붙였고, ‘한국의 건강 이야기’란 의미로 ‘코리아헬스로그’라고 했습니다. 진료실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남기자는 취지였는데 글을 쓰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때가 2006년이네요. 이후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팀 블로그로 발전했고, 언론사 등록까지 하게 되었죠.
사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글을 재밌게 잘 쓰시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기본적으로 주어와 술어만 맞추는 수준이죠. 그나마 <청년의사>에서 일하면서 선배였던 박재영 주간님께 많이 배웠습니다. 제 경우에는 많이 쓰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현재 집필을 계획하고 계신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의사의 글쓰기’에 대한 책을 구상 중입니다. 올해부터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비교과 과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비 의사들에게는 따뜻한 마음과 의료인으로서 윤리적인 자세, 전문가다운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의사의 전문직업성(프로페셔널리즘)을 이루는 기본 바탕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마음가짐을 글로 담는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의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치료를 잘하는 거였으니까요. 앞으로는 조금 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교실 여러 교수님과 함께 책을 만들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 를 읽는 독자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이 책을 통해 의료비용뿐 아니라 의료제도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비교적 우수한 편에 속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8% 수준입니다. 국민의 건강 수준을 알 수 있는 기대수명은 82.7세고 저체중 출생아와 영아 사망률은 OECD 국가들에 비해 매우 우수한 편이고요. 한마디로 매우 효율적인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게다가 지금도 의료비용을 사실상 국가가 결정하면서 낮게 책정된 의료비용(수가)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돈이 듭니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죠.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조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덕분에 의료에 대한 관심은 조금 높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결국 여러분의 관심입니다. 어느 쪽이 됐든,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나은 제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관심을 일으키는 데 『혼자서도 병원비 걱정 없습니다』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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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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