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리 “떡집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힘들 때는 위안이 되어 주는 것처럼 저도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2020. 05.19)
김이 나는 따끈따끈하고 달콤한 떡만큼 든든하고 맛있는 간식이 있을까? 20만 부 판매를 기록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 주는 『만복이네 떡집』은 그런 동화다. 구수하고 쫄깃한 글맛의 이야기로 아이들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 준다. 뒷이야기가 매우 궁금해지는 엔딩 때문에 후속작에 대한 독자들의 목마름이 컸다. 거기에 대한 응답으로 10년 만에 두 권의 후속작 『장군이네 떡집』과 『소원 떡집』을 선보인 김리리 작가를 만나 보았다.
학교 강연 때마다 뒷이야기를 써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후속작을 쓰기로 결심하신 과정 혹은 계기가 있을까요?
‘장군이네 떡집’ 이야기를 써 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은 쭉 받아왔는데, 차마 용기가 안 났어요. 『만복이네 떡집』을 좋아하는 아이들한테 실망을 줄까 봐 겁이 났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만복이네 떡집』 책을 만들었던 박지은 편집장과 통화를 하는데, 혹시 후속작을 쓸 생각은 없냐고 묻더라고요. 장군이네 떡집 이야기도 궁금하고, 떡집의 정체도 궁금하다면서요. 그때 기분이 이상했어요.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도 담당 편집자도 장군이 이야기와 떡집의 정체를 궁금해하는데, 제가 뭐라고 답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문뜩, 『만복이네 떡집』이 미완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아이들이 뒷이야기를 바랐던 건, 그만큼 만복이의 소원을 들어줬던 떡이 더 많은 아이에게 필요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동안 『만복이네 떡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후속작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심하자,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내 안에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만복이네 떡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제가 아는 아이 중에 만복이처럼 입만 열면 다른 사람의 약점을 건드리고, 나쁜 말을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를 불러서 왜 그러는지 물어봤더니 자기는 외동이라 혼자일 때가 많대요.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도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 얘길 듣는데, 제 어릴 때 고민이 떠올랐어요. 짝꿍을 좋아했는데, 친해지는 방법을 몰라서 저도 짝꿍을 때리고 꼬집고 괴롭혔던 적이 있어요. 비록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나쁜 마음으로 그랬던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그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었어요. 그 아이처럼 친구와 친해지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몰라서 고민인 아이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을 위해서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그냥 하면 재미없잖아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떡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우리 전통 음식인 떡은 종류가 아주 많은데, 떡을 소재로 한 동화는 옛이야기 빼고는 별로 없더라고요. 우리는 떡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풍습이 있어요. 건강과 복을 기원할 때에도 떡을 만들어 먹지요. 떡 안에 간절한 소망과 염원, 그리고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거든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떡 안에 다 담기더라고요. 떡이 떠오르자 이야기가 술술 풀렸어요. 정말 신나게 『만복이네 떡집』 이야기를 썼던 것 같아요.
뒷이야기를 펴내는 데에 부담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쓰시면서 어려운 지점이 있으셨을까요?
『만복이네 떡집』 마지막 장면이 ‘장군이네 떡집’으로 간판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끝나잖아요. 그러다 보니 2권에서 장군이가 떡집에 들어가서 떡을 먹고 변화하는 이야기는 『만복이네 떡집』의 기본 플롯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반복되는 플롯으로 개성 있고, 더 재미있게 이야기를 쓰는 게 사실 쉽지 않지요. 부담이 커서 그런지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우선 장군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군이는 만복이와 달리 어떤 고민이 있을까?’ 그 부분에 집중하면서요. 잠을 잘 때도 산책을 할 때도 장군이한테 계속 말을 걸었던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옴츠려 있던 장군이가 기지개를 켜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복이 없는 장군이 이야기는 그렇게 완성이 되었어요. 심리적 부담이 컸던 2권과는 달리 3권을 쓸 때는 마음이 아주 편했어요. 2권이 1권에서 받았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이야기를 썼다면 3권에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왜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떡집 이야기를 썼는지, 소원 떡집의 비밀을 드디어 밝힐 수 있어서 저도 신이 나서 글을 썼어요.
세 권의 책에는 만복이, 장군이, 생쥐가 각각 다른 고민을 안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권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으실까요?
『만복이네 떡집』에서 만복이가 떡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장군이네 떡집』에서 자존감이 낮은 장군이는 떡을 통해 내면의 힘을 믿게 되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이야기예요. 세 번째 『소원 떡집』 주인공 꼬랑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원 떡을 배달해 주고 소원을 이루는데, 남을 도우며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만복이와 장군이 꼬랑쥐 모두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데, 그게 잘 채워지지 않아 고민인 주인공이에요. 재미있는 건 제 주위에서 『만복이네 떡집』을 읽고, 만복이가 자기랑 비슷하다고 고백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장군이네 떡집』 이 나오니깐 이번에는 장군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고백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모두 만복이와 장군이처럼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어서 고민이었던 적이 있었던 거지요. 저도 어릴 때 결핍이 많았는데, 마지막 이야기 『소원 떡집』에서 꼬랑쥐가 소원 떡을 배달하고 사람이 되는 것처럼, 저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면서 제가 더 많이 치유를 받았어요. 제 동화가 결핍이 많은 어른과 아이들에게 위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매번 다른 효능을 가진 떡이 등장하는데요, 떡 이름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만복이네 떡집 이야기를 쓸 때는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장군이네 떡집과 소원 떡집을 쓸 때는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아이들의 고민과 각각의 에피소드 그리고 해결방법이 떡 이름과 딱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굉장히 복잡한 수학 공식을 푸는 것처럼 힘들었어요. 떡 공부도 많이 하고,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장군이네 떡집』에서 ‘용기가 용솟음치는 용떡’은 도움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작가님이 만약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책에 나오는 떡 중에 어떤 떡을 드시고 싶으세요?
저는 가래떡을 가장 좋아해요. 가래떡을 구워서 꿀에 찍어 먹고, 떡볶이도 해 먹고, 떡국도 끓여 먹고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아서 좋아요. 그런데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떠오르는 무지개떡을 먹고 싶어요. 무지개떡은 저에게 가장 필요한 떡이거든요. 무지개떡을 먹고 앞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쓰고 싶어요.
그간 많은 작품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 오셨는데요, 특히 저학년 동화를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아이들은 힘들어도 자기가 왜 힘든지 이유를 몰라요. 연령이 낮을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사람이 된 꼬랑쥐가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친구가 되어 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고, 힘들 때는 위안이 되어 주는 것처럼 저도 아이들 편이 되어 주는 동화를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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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