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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 선 희망 : 주디 갈란드

영화 <주디> 쥬디 갈란드의 생애 마지막 투어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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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무대를 두려워했지만 그곳에 오르면 언제나 대중을 휘어잡던 한 여성 뮤지션의 이야기.(2020. 05.08)

인적 드문 극장가에 지난 3월 25일 영화 한 편이 조용히 개봉했다. 우리에게 'Over the rainbow'라는 명곡으로 친숙한 주디 갈란드, 그의 일대기를 담은 <주디> 다. 외롭게 분투하지만 항해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주디 갈란드의 생애 마지막 투어 콘서트를 그린 극이 관객들의 잇단 호응을 불러내고 있다. 이에 맞춰 그의 삶의 궤적을 좇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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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불행의 시작 <오즈의 마법사>(1939)


배우 겸 가수인 주디 갈란드의 성공 스토리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시작된다.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의 나라로 날아가게 된 소녀 도로시의 여행담을 담은 극은 뮤지컬 형식과 상상력 풍부한 서사로 당시 큰 사랑을 받는다. 작품의 전면에 섰던 주인공 주디 갈란드의 인기 역시 엄청났는데 영화의 중심 곡 'Over the rainbow'로 그해 아카데미 베스트 오리지널 송 부문에서 수상하는가 하면 이후 15년간 24개 이상의 영화를 찍으며 대중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그의 나이 17살 때의 일이다. 성공의 단맛은 불행의 씨앗을 낳았다. 작품의 반응이 뜨거워질수록 소속사 MGM의 핍박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서서히 자리 잡고 있던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 몇몇 아역 배우들이 그와 함께 세상에 나왔고 그들에 비해 통통하고 그들의 미적 기준에 (상대적으로) 미치지 못했던 주디 갈란드는 MGM에 의해 수면제와 각성제를 번갈아 복용하게 된다. <주디> 에서 그려지듯 엄격한 식단 관리가 뒤따랐으며 식욕 억제를 위해 어린 그에게 하루 담배 80개피를 강요한 사실은 그의 회고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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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지만 강한 홀로 서기 <스타 탄생>(1954)


1935년 시작된 MGM과의 계약은 1950년이 되서야 끝이 난다. 제작사가 그를 놓아준 건 그가 극심한 약물 중독과 불면증, 외모 콤플렉스 등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후의 일이었다. 잠시 할리우드를 떠나있던 그는 1954년 얼마 전 레이디가가와 브래들리 쿠퍼가 열연한 <스타 이즈 본>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던 <스타 탄생>으로 복귀한다. 1937년 원작을 다듬은 극을 통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성과를 얻어낸 그는 그간의 우려를 씻고 다시금 자신의 스타성을 공고히 다진다.

 

상승세는 1961년 카네기홀을 꽉 채운 공연으로 이어진다. 이때 공연 실황을 <Judy at Carnegie hall>이란 라이브 음반으로 묶어 발표했고 실력을 또 한 차례 인정받았다.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그래미 어워드의 중요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상' 또한 거머쥔다. 여성 최초 수상이었다. 연이은 호재 속 주디 갈란드의 삶은 더욱 망가져갔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많은 빚을 졌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쉽게 한 5번의 결혼이 끝내 그에게 남긴 건 4번의 이혼뿐이었다. 그의 자살 시도는 잊힐만하면 매스컴을 달구는 토픽이 되어간다.

 

 


다시 영화로 <주디>(2019)


그런 그의 일대기가 2019년 영화 <주디> 로 태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개봉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는 2019년 빛을 발한 이 영화는 나름의 역사적 함의를 지닌다. 2019년은 주디 갈란드의 사망 50주기가 되는 해이고 동시에 그를 바깥으로 쏘아올린 영화 <오즈의 마법사> 개봉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이 극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영화는 찬란하게 빛나는 무대 위의 주디 갈란드에 주목한다. 제도권의 폐단, 사회의 억압된 굴레에 삶의 많은 것을 짓눌린 채 끝내 그 무게를 짊어지고 위태롭게 살아간 한 여성의 고된 일대기가 아니다. 작품은 그럼에도 그가 피어낸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여오고 그가 맞서 싸운 작지만 강한 흔적들을 꺼내 그의 삶에 새로운 항력을 끌어온다.

 

늘 무대를 두려워했지만 그곳에 오르면 언제나 대중을 휘어잡던 한 여성 뮤지션의 이야기. 불안하게 걷고 도망치기만 하던 그가 처음, 스스로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는 희망에 관한 곡이라며 'Over the rainbow'를 열창한다. 이를 지켜보던 관계자는 여기서 주디 갈란드의 주체할 수 없는 노래를 향한 열망을 본다. 절망 끝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뮤지션 주디 갈란드. 47살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떴지만 그는 끝없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항하며 노래했다. 그의 삶을 다시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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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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