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지 “남의 눈치 대신 내 눈치나 보자”
『평일도 인생이니까』
글쓰기의 가장 묘한 점은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으면서 쓰기 싫어 최선을 다해 도망 다니게 된다는 것인데요. 저 역시 그런 날들이 많습니다. (2020. 04.21)
주말만 기다리는 이들에게 “평일도 인생”이라는 걸 알려주는 이가 있다. 새 책 『평일도 인생이니까』 로 돌아온 에세이스트 김신지. 70점짜리 애매한 재능을 타고난 데다 일명 ‘작은 비구름’ 사주라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하다는 그는 스스로를 ‘무난하고 야망 없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러나 반경 5미터 안의 사람과 삶을 다정하게 관찰하다 보면, 수시로 고개를 내미는 불안과 걱정을 뒤로하고 고단한 평일의 삶까지 호시절이라 여길 수 있게 된다고 담담히 속삭인다. 그 호시절이 쌓이면 그것이 바로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이라고도. 실제 그도 이 작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책을 닮아 있을까.
제목 ‘평일도 인생이니까’가 인상 깊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의미로 짓게 되신 건가요?
회사 다니며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아직도 O요일인가요?”더라고요. 아직도 월요일인가요? 아직도 화요일인가요? 아직도 수요일인가요?(웃음) 평일이 가는 내내 주말만 기다리는 삶을 사는 게 어느 순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일의 5일은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라고, 주말엔 시간이 가는 걸 아까워한다면 결국 인생의 2/7만 소중히 하고 5/7을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 끝에 평범한 매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주말에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평일에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지. 출근하고, 일하고, 고단하게 퇴근하는 나날들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즐거움들을 찾고 좀 더 자주 웃으며 지내야지. 너무 당연해서 새롭게 들리는 이 책의 제목처럼, 평일도 인생이니까요.
책 내용을 보면 80%의 최선만 다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 회사에선 중간관리자시라고요. 회사에서의 역할과 평소 생각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극복을 잘 못합니다.(웃음) 그게 가장 솔직한 대답이겠네요! 그래도 예전과 달리 요즘은 ‘균형’을 찾는 법을 배워가고 있어요. 예전에 120%의 최선을 다하려 했을 때의 저는 제가 이룬 것이 곧 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잘했을 때의 저는 꽤 괜찮은 나 같았고, 뭔가를 못했을 때의 저는 별로인 나 같았죠.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스트레스를 받았고, 회사에서도 하던 일이 잘 안 되면 내 탓인 것만 같았고…. 지금은 ‘무언가를 잘하든 못하든 나는 그냥 나’라는 생각으로 균형을 잡으려고 해요. 책에도 썼지만 “뭘 또 잘하려고 해, 그냥 해도 돼”의 마음으로! 프롤로그에 쓴 주문(?)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 그렇게 되면 좋겠지. 하지만 너무 애쓰지는 말자. 이 모든 건 결국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려고 하는 일들이야.”
책의 첫 글과 끝 글이 모두 어머니 이야기더라고요. 어머니는 책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뭐 엄마 얘길 이케 마이 썼나, 남사스럽구로~” 하셨어요. 물론 전혀 싫지 않은 목소리로.(웃음) 엄마가 평소에 책을 읽는 편은 아니신데, 뒷장이 궁금해서 자꾸 읽게 된다고 하셨어요. 낮에는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해 지고 집에 돌아와서야 책을 읽을 짬이 생기는데, 빨리 뒷이야기가 읽고 싶어서 요 며칠 밭일을 서둘러 마치고 집에 오신다고요. 글을 쓴 입장에서는 최고의 칭찬인 셈이죠. 책에 구남친 현남편인 ‘강’과 엄마 ‘윤인숙 여사’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는데, 요즘은 통화할 때면 서로를 책에 나오는 표현으로 불러서 웃겨요. “강, 저녁은 뭇습니까?” “아이고, 윤인숙 여사님~”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가운데 작가님이 뽑은 최고의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 글인 ‘어느 날 스트레스가 전화를 걸어온다면’이요. 인숙 씨의 성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일화가 아닌가 싶어요. 야근하다가 퇴근하는 길, 제가 “요새 일이 너무 많아. 아, 스트레스 받아…” 라고 말했더니 이렇게 되받아치시죠. “어마야, 니 스트레스를 왜 받나. 그거 안 받을라 하믄 안 받제. 바보맹키로….” 쓸 때는 몰랐는데, 책 한 권을 엮고 나니 엄마의 긍정적인 화법이 내게 영향을 미쳤겠구나 싶었어요. 평생을 넉넉지 않게 살았고 보증이니 뭐니 별일을 다 겪었는데, 예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한테 잘해라’, ‘마음을 좋게 가져라’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정말 강한 마음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사실 가장 아끼는 글은 마지막 글인 ‘엄마와 운전’인데 그건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하셨으면….(웃음)
카드뉴스로 만들어진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살기 위한 십계명’이 인상 깊던데요. 설명을 덧붙여 주신다면?
이번 책에 여러 가지 일화와 감정들을 담았어요. 누군가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책이야?”라고 물으면 한마디로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내 마음에 드는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민한 것들을 모아서 쓴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자주 하는 고민과 다짐들을 정리해 보았어요. 1. 남의 눈치 대신 내 눈치나 보자. 남한테 잘하려는 만큼 나한테나 잘하자. 2.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즐거운 만큼만 하자. 3. 제철 과일을 먹듯 제철에 해야 가장 좋은 일을 즐기자. 4. 자꾸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자. 그냥 해도 된다. 5. 최선을 덜 하자. 80퍼센트의 최선이면 충분하다. 그런 식으로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글쓰기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혹시 비결이 있을까요?
글쓰기의 가장 묘한 점은 쓰고 싶어 쓰기 시작했으면서 쓰기 싫어 최선을 다해 도망 다니게 된다는 것인데요. 저 역시 그런 날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고 믿는 편이에요. 그 마음으로 다시금 책상 앞에 앉고, 첫 문장을 시작합니다. 2020년의 나여서 하는 생각들, 겪는 일들, 만난 사람들,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겠죠. 그걸 다만 잘 기록해 두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책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평일도 인생이니까, 당분간은 평일의 나를 잘 데리고 살고 싶어요. 회사에서 맡은 업무도 열심히(80%만!) 하고, 점심시간엔 공들여 메뉴를 고르고,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저녁이면 산책을 나서고, 일기를 쓴 뒤 잠에 들고…. 그러다 보면 다음 책을 위한 이야기들이 쌓일 거라 믿고 있습니다. 다음 책에서는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나여서 살 수 있는 인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요.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저 | 알에이치코리아(RHK)
“안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도 않는 절묘한 속도”(정세랑)를, 그는 마침내 찾아낸 듯하다. 『평일도 인생이니까』는 그 과정을 차분히, 신중하게 그린다.
관련태그: 평일도 인생이니까, 김신지 작가, 글쓰기, 일화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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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글을 쓴 사람을 닮아 미덥다.” -이다혜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일수록 그리워지는 이야기.” -이슬아 “서른 쪽을 읽고 나니, 스트레스 레벨도 삼십 퍼센트쯤 내려갔다.” -정세랑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면 아홉 시가 된다. 매일 겪어도 매일 억울하다. 아니, 뭐 했다고 아홉 시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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