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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좀비를 통해, 일상을 이야기해요”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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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고여버린 상태의 가족이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좀비’라는 비일상적인 키워드가 쓰였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일상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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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는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예 작가다. 태어나 처음으로 완성한 단편소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황금가지의 제2회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두 번째 완성작이자 첫 장편 『시프트』로는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 후 안전가옥과 함께 출간한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로 달콤한 젤리가 흘러넘치는, 그러나 슬픔과 공포로 가득 찬 놀이공원 뉴서울파크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첫 번째 단편집 『칵테일, 러브, 좀비』 는 데뷔작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와 함께 「칵테일, 러브, 좀비」, 「초대」, 그리고 「습지의 사랑」까지 총 4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좀비가 된 아빠를 앞에 둔 가족,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숲속의 습지, 그리고 세 사람의 시간 여행을 탄탄한 스토리로 엮어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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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을 발표한 후 약 10개월 만에 신간 『칵테일, 러브, 좀비』 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 는 4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단편집인데요. 어떤 계기로 시작한 프로젝트인지, 그리고 집필하면서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작업이 끝나갈 즈음, 스토리 PD 신을 통해 안전가옥에서 단편집 기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한참 이후에 작업하게 될 줄 알고, 관심을 보였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집필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내키는 만큼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는 장편과 달리, 단편소설은 분량이 제한적이에요. 게다가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는 콤팩트한 게 핵심이라, 구상한 이야기를 정해진 분량 안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를 오래 고민했습니다. 결국엔 일단 초고를 써놓고, 스토리 PD 헤이든을 포함한 여러 독자의 리뷰를 받으며 장면을 추가, 삭제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단편집인 만큼, 각기 다른 네 이야기의 분위기가 겹치지 않게 하는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전작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절대 헤어지지 않게 해 주는 젤리를 나눠주는 젤리 장수가 나오는데요. 덕분에 끈적하고 달큰하지만 무서운, 판타지 같기도 하고 로맨스도 있지만, 호러이자 스릴러인 소설이 탄생했죠. 이번 『칵테일, 러브, 좀비』 의 네 작품은 각각 어떤 장르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초대」는 굳게 믿고 있던 사실에 대해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 주인공이 겪는 클래식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습지의 사랑」은 풋풋한 로맨스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칵테일, 러브, 좀비」 제목에 좀비가 들어가긴 하지만, 좀비보다는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도 타임 리프라는 소재가 들어가긴 하지만 SF보다는 드라마 장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읽어 보신 분들께서 동의하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독자분마다 다른 장르의 소설로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단 한 번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를 호러 장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지인이 읽어보고는 너무 무섭다는 후기를 남겨준 적이 있기도 하고요.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는 어느 날 좀비가 된 아빠와 함께 밥상에 앉은 딸 주연과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속 유지의 이야기처럼 작가님의 작품 곳곳에서 ‘가족’으로 묶인 이들의 관계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칵테일, 러브, 좀비」 속 주연의 가족을 통해서 독자들이 읽어냈으면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저한테는 가족이 제일 어려운 관계 같아요.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겪는 작은 사회잖아요. 맞는 성격의 친구를 골라서 사귈 수 있는 학교나, 일 위주인 회사와는 달리 랜덤으로 배정된 관계를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지칠 수 있어요. 평생 화목하기만 할 수 없으니까요. (그건 그거대로 무섭지 않나요?)


그렇게 한 곳에 고여버린 상태의 가족이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좀비가 나오지만, 좀비의 존재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좀비’라는 비일상적인 키워드가 쓰였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일상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습지의 사랑」은 출간 전에 원고를 먼저 봤던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이 가장 좋아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담당 스토리 PD였던 헤이든은 ‘프로듀서의 말’을 통해 “사랑스럽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고, 다른 표현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적기도 했죠. 숲에 사는 두 귀신의 사랑 이야기,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물귀신이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남들 다 가는 저승도 마음대로 못 간다니, 너무 심하잖아요. 게다가 그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남을 희생시키기까지 해야 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잔인한 구조입니다. ‘물귀신’이라는 개체의 설정이 이 모양이니, 항상 괴담에 악질적이고 지독한 캐릭터로 쓰이더라고요. 그런 물귀신에게 새로운 서사를 줘보고 싶었어요. 물귀신뿐만 아니라 숲귀신도요.


‘귀신’ 들은 이야기에서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한을 품고 복수를 해요. 이런 ‘귀신’의 본분(?)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자들에게 더는 집착하지 않고, 그래서 외로운 지박령들의 이야기를 쓰고자 했습니다.

 
단편집의 첫 번째 작품인 「초대」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영화의 장면이 되어 머릿속에 펼쳐지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초대」는 처음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 혹시 쓰시면서 영감을 받은 영화들도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초대」의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시장에서 회를 사 먹었는데, 갑자기 목이 칼칼하고 붓더라고요. 그래서 생선 가시가 걸린 줄 알고 뜬눈으로 날밤을 새우며 오만 걱정을 했습니다. 다음날 바로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걸린 게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결국은 감기 기운 때문에 목이 약간 부은 것뿐이었죠. 뭔가 우습기도 하고 묘한 경험이라 나중에 소설에 써먹어야지 했는데, 이렇게 「초대」에 쓰게 되었습니다.


「초대」는 사실 개발단계에서 ‘무지막지한 여자 사이코패스 이야기를 써야지…’ 하고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독자들을 함께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장치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그래서 쓰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무지막지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알쏭달쏭하고 은근한 느낌이 더 마음에 듭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작업하면서 스토리 PD 헤이든이 추천해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지금 쳐다보지 마」라는 단편을 참고했어요. 원래 영화로 인풋을 많이 하는 편인데, 요새는 코로나19 때문에 넷플릭스를 주로 시청하는 바람에… 드라마와 예능으로 관심이 잠시 옮겨간 상태입니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호흡이 길어서, 애정을 가진 캐릭터를 오래 볼 수 있어서 좋아해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공모전 수상 당시 본심 심사위원이었던 김보영 작가가 ‘두 개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다가 이어지는 지점이 훌륭하다. 예측할 수 있으면서도 예측을 벗어나는 작은 반전들이 계속되며, 긴장감이 끊어지지 않고 마지막까지도 호흡이 좋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을 만큼 탄탄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였는데요. 보통 글을 쓰실 때 어떤 순서로 시작하고, 완성해나가시는지 궁금합니다.

 

많이 특별할 것은 없는 작업 과정을 거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단 전체 시놉시스를 써요. 어차피 쓰다 보면 바뀌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세세하게 짜지는 않는 편입니다. 커다란 줄기를 정하고 나면 그 줄기에 어울리는 플롯을 구상한 뒤 일단 씁니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 이야기가 막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해요. 흘러간 방향이 마음에 들면 계속 흘러가게 두고, 별로 같으면 후다닥 지우고 다시 씁니다. 그렇게 엉망진창의 초고가 만들어지면 계속 고치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초고의 초반부를 쓸 땐 매번 모험하는 기분이에요.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때도 처음에 플롯을 구상했을 땐, ‘이게 될까?!’ 싶었는데 다행히 의도대로 이야기가 나와줬어요. 이때에는 사건의 연쇄와 플롯의 구성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님께 드리는 마지막 질문입니다. 가장 최근에 ‘메모’한 이야기는 무엇이고, 어떤 이야기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서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어요. 일반인 참가자들이 서로의 얼굴은 모르는 채, 대화만을 통해 결혼을 결정한다는 기묘한 예능입니다. 물론 전부 대본일 수도 있지만 재밌게 보았습니다. 요즘 이런 방송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작년에 방영한 엠넷의 <러브캐처>, tv조선에서 히트 친 <하트 시그널>, 그리고 논란이 있었던 <프로듀스 101> 시리즈까지요.


범인을 찾아야 하는 장르물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들은 나름의 추리를 해나갑니다. 누구랑 누가 이어질지, 카메라가 비춰 준 참가자의 행동과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가 데뷔를 할지 같은 거요.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피가 튀지 않는 스릴러를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써보려고요.

 

 

 

* 조예은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작으로는 안전가옥의 첫 번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저 | 안전가옥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그 온기가 있다. 누구의 어떤 고통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더 분노해도 괜찮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지극히 장르소설다운, 장르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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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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