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숙 “경쟁이 아닌, 나눔이 있는 독서토론”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정지숙 저자 인터뷰
흔히 토론이라 하면 어떤 주제에 대해 찬반을 주장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이야기식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이야기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 느낌, 생각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도 수용하는 대화 그 자체입니다. (2020.03.27)
아이들에게 왜 토론을 싫어하는지 물어보았다. “토론하면 싸워야 해서 싫어요.” 왜 아이들은 토론을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2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해온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의 저자 정지숙 저자는 토론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이 안타까웠다. ‘토론을 더 재미있게 할 순 없을까?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순 없을까?’ 오랜 고민을 거듭하던 중 만난 것이 바로 이야기식 독서토론. 경쟁과 승패를 따지지 않고, 친구와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진행되는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책과 토론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토론방식을 고민 중이라는 정지숙 저자에게 이야기식 독서토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야기식 독서토론이 무엇인가요?
이야기식 독서토론은 책을 읽기 전에, 읽으면서, 그리고 읽은 후에 언제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책에 대한 느낌, 표지는 마음에 드는지, 제목으로 유추되는 내용, 기억나는 장면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 닮고 싶은 인물, 모르는 단어, 새로 알게 된 점, 내 생활에 적용하고 싶은 부분, 내 공부나 직업에 응용하고 싶은 점, 책 속 내용과 우리 현실의 비교 등을 친구나 가족, 동료와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흔히 토론이라 하면 어떤 주제에 대해 찬반을 주장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이야기식 토론은 찬성과 반대의 이야기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 느낌, 생각이나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도 수용하는 대화 그 자체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우선 가장 쉬운 방법은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서로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대화하기가 어색하다면 쉽고 재미난 책부터 함께 읽고 이 책에 소개된 3단계 방식대로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1단계에서는 책을 읽기 전에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때 정답을 찾는 질문보다는 책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는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을 만들어 이야기해보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으로 3단계는 한 걸음 더 들어간 대화를 하는 단계로, 자신의 일상에 적용해보거나 우리 사회의 문제와 연결 지어 문제점을 찾아보고 해결방안을 등을 함께 고민해보는 단계입니다.
이야기식 독서토론에서는 책만이 아니라 영화나 다큐 같은 콘텐츠도 좋은 자료가 됩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포스터로 이야기를 나누어본 후 영화를 본다면 영화에 대한 흥미도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내 삶이나 우리 사회에 적용해서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면 영화 한 편으로 생각지 못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주로 그림책이 토론자료로 활용되는데요, 그림책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요?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림이 주는 상징성입니다. 그림은 만국공통어죠. 다른 나라의 그림을 나만의 상상력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입니다. 글자 수가 적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는 점도 아주 큰 매력이지요. 글자는 글자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있어서 여러 사람의 해석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그림은 각자의 성장배경, 배경지식,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권이나 현재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어 개인화된다는 것이 큰 매력입니다.
이 책을 보고 어른들도 독서토론을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 비해 어른들은 경쟁이 없는 이야기식 토론이나 대화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식 독서토론을 통해 가족들, 동료들, 그리고 북클럽 회원들과 책에 대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각자의 감정과 생각, 의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까지 끄집어내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요? 서로에게 공감하며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사회문제의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놀랄 때가 있나요?
토론의 현장은 제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고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생각이 협소하고, 자기중심적이라 타인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작고, 현실에 대한 고민들이 미미할 것이라 여기지만 실제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깊이 있고 무게감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삶에서 많은 경험을 하며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아이들만의 특유한,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 같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핵심에 다가갈 때가 더 많습니다.
독서토론에서 가장 주의하고 유념해야 될 사항이 뭘까요?
독서토론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용과 개방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은 언뜻 보기에는 무척 쉬워 보이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난 그때 너 때문에 기분이 몹시 나빴어!’라고 말했다면 화를 내지 말고 ‘아, 너는 그때 나 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빴구나’ 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서로 간의 래포형성이 중요하지요.
개방성도 수용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이 달라 찬반이 엇갈릴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은 잘 듣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내가 말한 근거보다 상대방의 근거가 논리적으로 더 합당하고 옳다고 느껴질 때 내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개방성입니다.
지금의 교육제도에서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만큼 교육 방법적인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토론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교육 방식이 현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토론하는 문화가 사회적으로 안착이 되어야 하는데 가정과 사회가 함께 나가지 않으면 학교 교육만으로는 힘들 것입니다.
* 정지숙
초등학교 수석교사. 인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인제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상담심리치료학 박사를 수료했다. 2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수업과 일상 속에서 대화와 토론의 중요성을 실감하던 중 대화가 곧 토론이 되고 치유와 자기 성찰로 이어지는 이야기식 독서토론의 매력에 빠져들어 독서토론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현재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정회원과 EBS 독서력 진단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자신의 삶을 바꾸고 변화시킬 수 있는 독서토론의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나를 통째로 바꾸는 독서토론
정지숙 저 | xbooks
표지와 제목을 보며 자유롭게 상상하는 1단계,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2단계, 자기 자신과 사회문제로 연결하여 질문해보는 3단계를 거치며 토론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능동적인 학습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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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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