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유진 작가 “동화, 두렵지만 성취감이 더 커요”
2020 비룡소문학상 『꽝 없는 뽑기 기계』
SF가 미래상을 제시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앞으로 다가올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변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경이롭고 신비롭기만 하던 시절이 지났어요.
2020 비룡소 문학상 『꽝 없는 뽑기 기계』 가 출간됐다. 1,000만원 고료의 비룡소문학상은 매년 새롭고 재미있는 저학년 문학 작품을 발굴해 큰 화제가 되어 왔다. 올해 당선작인 『꽝 없는 뽑기 기계』 는 어느 문구점 앞에 놓인 ‘꽝’ 없는 뽑기 기계를 매개로 일어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동화로, SF 작가로 활동해 온 곽유진이 어린이책으로는 처음 쓴 작품이다. 작가를 만나 작품의 뒷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비룡소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꽝 없는 뽑기 기계』 가 어린이책으로는 처음 쓴 작품이라고 들었는데요, 처음 쓴 작품으로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어린이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일단 비룡소 책을 좋아하는 애독자였어요. 아놀드 로벨의 책들을 특히 좋아해요. 『생쥐 수프』를 특히 사랑해요. 요즘 좀 오만해졌다 싶으면 꺼내서 보곤 합니다. 그러다 제 5회 비룡소문학상 수상작인 이주희 작가님의 『뒤집혀 혀집뒤!』 를 너무 재밌게 봤어요. 그때부터 동화, 어린이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비룡소문학상이라는 타이틀과 선인세도 작가 곽유진에게 절실했고요.
자주 산책하는 코스가 있어요. 공원도 있고 문구점과 초등학교도 있는 곳이죠. 문구점 앞을 지나는데 뽑기를 하려다가 누나한테 혼나는 어린이를 봤어요. ‘지금 분위기가 뽑기할 때냐’고 혼을 내고 있었죠.
그때 SF 작가다운 상상이 피어났어요. ‘지금 혼나고 있는 저 아이가 지구를 지킬 용사인데 변신 아이템이 뽑기에 들어 있는 거 아닐까? 그것도 모르고 누나는 학습지 밀린 거로 혼내는 거 아닐까?’ 이렇게 의문문으로 끝나는 발상을 적어놓는 발상 노트가 있어요. 거기에 그렇게 썼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동화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에 동화도 많이 읽었지만, 아동 상담 사례집이나 논문도 많이 읽었어요. 특히 조손 가정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어린이의 사례가 마음에 깊게 남았어요. 그것이 ‘뽑기를 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되는 아이’와 자연스레 연결되면서 『꽝 없는 뽑기 기계』 라는 제목이 어느 날 튀어나왔어요.
이 작품을 쓰실 때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렇게 여러 버전을 써 보신 이유와 또 그 버전 중 지금의 이 버전을 선택하신 이유를 들려 주세요.
8가지 버전으로 썼는데요. 희수부터 언니, 영준이의 성별을 바꿔서 써 본 것들 종합하니 8가지였어요. 초기 구상에선 주인공은 남자아이였거든요. 앞서 말한 혼나는 남자아이를 그대로 작품에 투영하는 것 같아 성별을 한 번 바꿔 봤어요. 남자아이 심희찬에서 여자아이 심희수가 되자 주변 인물들에게도 시선이 갔어요. 언니 혹은 오빠, 남자친구 영준이 혹은 여자친구 영주로 성별을 바꿔가면서 조합을 해봤어요. 역할이나 행동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초기 구상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찾기 위한 작업이었어요. 결과물은 언니와 남자친구 영준이가 나오는 버전이에요. 바뀌지 않았죠. 그것이 제일 좋았으니까요. 미련했지만 이 작업이 작가 곽유진에게 남긴 의미가 커요. 작품을 아쉬운 구석이 없을 때까지 고쳐보는 경험이었으니까요.
이야기 초반에는 궁금증을 계속 들게 하더라고요. 주인공 희수가 왜 뽑기를 싫어하게 됐는지, 희수가 처한 상황은 지금 어떤 것인지 의문으로 둔 채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퍼즐이 맞춰지는데요, 이런 방식의 구성을 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뽑기를 좋아했지만 이젠 뽑기를 싫어하는 아이가 뽑기를 통해 환상적인 모험을 한다’는 설정 정도만으로 출발했어요. 심사평처럼 ‘이 모든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했는지’ 끝에서 밝히겠다는 의도나 구상은 없었어요. 다만 희수가 학교에 다시 간다, 이 아이가 학교에 다시 갈 수 있도록 온 세상이 응원한다는 것만을 목표로 정해놓고 썼을 뿐이죠. 어떻게 이런 걸 쓰셨나요? 라는 질문에 많은 작가가 쓰다 보니 이런 것이 나왔다라고 말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다 보니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작가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야 할 것 같네요.
“이 동화는 희수의 모험이기도 하지만 희수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모두 희수를 응원하고 기다려 주니까요.
세상에는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어린이 독자님들도 둘러보면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을 거예요. 친구를 위해 조금 기다려 주세요. 응원해 주세요. 그러면 친구는 어느새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만약에 독자님이 그런 상처 받은 어린이라면 조금 느려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고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으니까요. 만약 가까이에서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희수와 제가 응원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원으로, 지금까지 SF 소설을 써 오셨는데요, SF 소설과 어린이책을 쓰실 때는 어떤 점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할까요? 두 장르를 넘나들며 쓰실 때 어떤 특징이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SF가 미래상을 제시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앞으로 다가올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변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경이롭고 신비롭기만 하던 시절이 지났어요. 스마트폰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아요. 그 스마트폰으로 사이버 범죄가 벌어지는 시대잖아요. 오히려 기술이 섬뜩하지요. 그렇기에 지금 SF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있어요. 꼭 왔으면 하는 미래상은 각자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미래가 오기 힘들 것 같기에 SF를 쓰는 것 같아요. 그것은 ‘우리가 적어도 이런 세상은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제안이고 주장이에요. 그런 면에서 동화와 닮았어요. ‘어린이들이 살 세상은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는 작가들의 제안과 주장이 동화에 묻어나니까요.
다른 점은 동화가 훨씬 어렵다는 거예요. 겁이 날 정도지요. 동화는 어린이 독자가 제일 우선순위이기에 ‘이것이 어린이 독자에게 유의미한 작품인가?’라는 고민을 구상 초기부터 아주 깊고 오래 해요. 작품을 쓴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큰 힘을 휘두르는 것이거든요. 그 힘이 어린이에게 긍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 같아요. SF나 소설의 경우는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아.’하고 마지노선을 쉽게 넘겨 버릴 수도 있어요. 저도 독자도 성인이니까요. 하지만 동화는 그 마지노선 자체가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성인이고 독자는 어린이잖아요. 그 간극을 인정하면서 써야 한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두렵고요. 그래서인지 성취감은 동화가 훨씬 큽니다. 그 맛을 알아버려서 큰일입니다. 벌벌 떨면서도 또 써야겠지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신나고 유쾌한 동화를 내놓고 싶어요. 눈물보다는 웃음과 환호성이 터지는 이야기로 말이에요. 아마도 SF 동화가 될 것 같아요. 장편 SF도 준비 중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또 ‘뽑기’처럼 튀어나오겠지만요.
꽝 없는 뽑기 기계
곽유진 글/차상미 그림 | 비룡소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는 한 아이가 꽝 없는 뽑기 기계를 통해 한 발 한 발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재구성해 건강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가슴 뭉클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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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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