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연 “관심 분야를 확장해 나가는 독서”
작가 임하연의 서재
10대 때는 천재성과 창의력, 예술성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20대 초반 유학시절에는 예술경영과 역사학 관련 전공서적을 많이 읽었죠. (2020. 03. 10)
임하연 저자는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 프라하 국립음악원에서 오페라 영재 마스터클래스를 수료했다.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중국어에 능통하며 미국 최초의 여대 마운트 홀리요크 대학에서 예술경영과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뉴욕, 런던, 파리에서 살았다. 대학 입학 전 런던 소더비 미술경매회사에서 공부한 덕택에 미술품을 보는 안목을 길렀으며 세계적인 컬렉터들과 친분을 맺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대학교 3학년 때 『열일곱, 괴테처럼』 을 출간해 작가로 데뷔했다. 사교계, 미술계, 자선업계를 아우르며 여성들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에는 『점심 먹는 아가씨들』 을 썼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셨어요. 전업주부셨는데 조기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잠이 드는 게 습관이었죠. 나중에는 한글을 몰라도 동화책을 달달 외워서 삼촌들이 글자를 가리키며 읽을 줄 아냐고 물어봤더니 모르더래요. 책을 통째로 암기한 거죠. 초등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영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게 습관이 되어서 영어공부도 수월하게 했어요. 나중에는 외국인 교사를 집으로 초빙해서 동화책을 읽어주게 하셨어요. 그런 엄마의 노력 덕분에 책이 저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였어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상상할 수 있잖아요. 공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더 근사한 내 모습과 미래를 꿈꾸는 것. 기본 성격이 밝고 긍정적이라서 어둡고 우울한 책은 잘 읽지 않아요. 아름답고 미학적이고 유려한 문체에 끌려요.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면 더 좋고요. 물질적인 세계관을 분석한 철학서도 좋아하고 영웅을 다룬 전기나 평전도 좋아해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이나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것도 짜릿해요. 역사 속 왕족들과 귀족, 영웅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며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을 많이 하곤 해요.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삶의 일부를 보고 자랐다고 생각한다면 내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관심 있는 분야를 확장해 나가요. 10대 때는 천재성과 창의력, 예술성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20대 초반 유학시절에는 예술경영과 역사학 관련 전공서적을 많이 읽었죠. 2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은 고전문학에 빠져 있어요. 최근에도 제인 오스틴의 6권 전집을 다 읽었는데 대표작 『오만과 편견』 만 읽었을 때랑『에마』 , 『이성과 감성』 , 『맨스필드 파크』 , 『노생거 수도원』 , 『설득』을 차례대로 다 읽었을 때 그녀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요. 얼마나 작품 하나마다 얼마나 신랄한 위트를 절제해서 넣었는지 알 수 있어요. 끌리는 작가대로 작품을 콜렉팅하며 독파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최근작 『점심 먹는 아가씨들』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의 입문서라고 생각하세요. 이 책을 교재 삼아서 본문 뒤에 있는 ‘작지만 친절한 설명서’와 ‘언급된 책들’을 한 권씩 찾아서 읽어보고 앞으로 저의 인터뷰와 유튜브 또는 강연 등을 참고해서 공부해 나가시는 게 훨씬 재미있을 거에요. 독서노트를 따로 만들고 내가 배워가는 세계에 대해서 기록을 해나가는 거죠. 『점심 먹는 아가씨들』 을 우아한 세계로 들어가는 바이블로 삼아서 여러분의 생활에 하나씩 적용해 간다면 훨씬 길고 오래 이 책을 즐길 수 있어요.
명사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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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사회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저/박여성 역 | 한길사
도도한 프랑스 궁정사회를 묶은 에티켓에 관한 책이에요. 요즘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좁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실생활에서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궁정인이란 감정을 제어할 줄 알고 심사숙고와 장기적 안목, 광범위한 지식 등을 갖춘, 이른바 궁정적 합리성을 지닌 사람이라는데 언제쯤 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자제력과 절제력을 더 기르자 다짐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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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에밀 졸라 저/박명숙 역 | 시공사
프랑스 고전을 좋아해요. 한동안 발자크와 플로베르, 뒤마와 졸라, 모파상을 집중적으로 읽은 시기가 있는데 죄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죠.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공고했던 신분제가 무너지고 계급상승에 대한 야망에 가득 찬 인물들이 판을 치는 시대였죠. 거기서 발생되는 에너지가 엄청나고 작가들의 글에서도 그게 느껴져요. 사교계를 중심으로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파리의 화려함이 배경이 되어 그 이면의 허영과 우울을 분석하다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다를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불안
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 | 은행나무
지위 상실에 대한 불안과 해결을 다룬 철학적 에세이에요. 저는 지위에 집착하고 연연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도대체 왜 그토록 나에게 그것이 중요한가 궁금증에서 읽기 시작했어요. 속물근성 때문인지, 타인의 시선 때문인지, 화려하게 보이고 싶은 나의 욕망 때문인지를 정신분석 치유를 받듯이 읽을 수 있고 그 해결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종교를 제시하는 것도 현실적이었어요.
돈의 철학
게오르그 짐멜 저 / 김덕영 역 | 길
대학교 4학년 때 리버럴아츠의 하버드라 불리는 앰허스트에서 ‘자본주의의 역사’ 수업을 들었어요. 인생 최고의 수업으로 꼽고 싶어요. 그때 매주 이 책의 복사본을 읽고 토론했는데, 자본주의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은 현재 월가의 금융계에 진출했지요. 돈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긴 처음이라 짐멜의 가치의 철학에 굉장히 큰 감명을 받았고 사회에 진출하기 직전 전환점이 되어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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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평전
로버트 댈럭 저 / 정초능 역 | 푸른숲
고등학교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몇 번을 반복해서 읽은 명작이에요. 그 전까지는 역사가 그렇게 재미있는 과목인 줄 몰랐죠. 케네디 가에서 대중들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미공개 자료를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 보면 철저한 사람들이다 싶어요. 케네디의 공적 생애와 사적인 삶을 그 동안 입수할 수 없었던 기록들로 풍부하게 구성했어요. 이미지메이킹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배운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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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감독 - 우디 알렌 / 출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 미디어포유
우디 앨런 감독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이에요. 한 편도 빠짐없이 그의 영화를 봤어요. 약혼녀 이네즈와 파리로 여행온 소설가 길이 자정의 파리거리에서 수상한 마차에 올라타고 벨에포크(파리의 황금시대)를 시간여행하며 유명예술가들과 어울리는 내용이에요. 파리에서 실제로 살았던 시간보다 더 낭만적으로 이 영화를 기억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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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사: Renee Fleming / Elina Garanca
Robert Carsen 감독/Richard Strauss 작곡/Gunther Groissbock, Matthew Polenzani, Elina Garanca 노래 외 3명 | Universal
미청년 옥타비안 백작과 지체 높은 원수부인인 베르덴베그 공비의 비밀연애를 다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에요. 가장 애정하는 오페라가수 르네 플레밍의 마지막 은퇴 공연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어요. 남장한 르네 플레밍도 역시 팬이고요. 로버트 카슨의 연출까지 3박자가 대단했죠. ‘장미의 기사’는 18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관습으로, 약혼 피로연 때 은으로 된 장미꽃을 신부에게 바치는데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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