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금 ‘페미니즘하고’ 있습니까?
『나, 페미니즘하다』 이은용 기자 인터뷰
우리는 한국에서 더불어 사는 시민 가운데 하나죠. 누구나 시민이듯 다른 이도 시민입니다. 여성도 시민, 성 소수자도 시민. 한국에서, 또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인 거죠. 이것저것 생각하고 말하며 사회를 이뤄 함께 사는 사람. 미워하지 맙시다. (2020. 03. 06)
페미니즘.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입에 담는 단어이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나, 페미니즘하다』 의 저자인 이은용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페미니즘은 오랜 가부장제 때문에 비틀어지거나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자 움직임입니다. 누구나에게 고르고 판판한 민주주의를 노래했음에도 여성만은 끝까지 집 안에 가두려 한 짓을 돌이켜 보는 거. 사람 몸 생긴 게 성(性)에 따라 다르되 그게 곧 권력 있고 없음을 가르는 기준일 순 없다고 깨닫는 거. 그리 기운 세상을 올바르게 고치는 거.”
지금까지 남성 중심 사회에서 문제의식 없이 살아왔던 이은용 <뉴스타파> 기자는 2016년 오월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페미니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에 대해 끝없이 공부하는 한편 사건의 전후 과정을 관찰하고 여러 사람들의 시각들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은 무얼 해야 하는지도 골똘히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페미니즘하다’는 단어로 만들어 표현한 이은용 기자. 2015년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페미니즘한’ 결과물을 『나, 페미니즘하다』 라는 한 권의 책으로 내놓았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 이데올로기에 맞서 일어난 2010년대의 페미니즘 운동의 큰 줄기를 꼼꼼하게 살피고 기록한 이은용 기자를 만나서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페미니즘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요?
저도 남자 중심 한국 사회에서 큰 탈 없이 살았습니다. 인터넷에 오른 ‘김 여사 주차 영상’ 같은 걸 보며 웃기도 했죠. 한데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으로 머리를 두드리는 충격을 입었어요. 그야말로 경천동지한 일이었으니까. 그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물음표를 품게 됐고, 페미니즘에 좀 더 깊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페미니즘 공부를 하셨다고 표현을 하셨는데, 주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독서를 했죠. 페미니즘 관련 사건 실체를 헤집어 보기도 했고요. 인터넷에서 불거진 사건 관련 논쟁을 들여다보며 이것저것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오랫동안 기자로 살았기 때문인지 ‘뜨거운 감자’에 눈과 귀를 여는 습성이 있거든요. 사건을 들여다보고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는 다 풀어낼 수 없는 의문 때문에 독서를 해야 했습니다. 독서가 가장 큰 공부 도구였어요.
이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으셨는지요? 만약 있으셨다면 어떤 부분이 힘드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제대로 짜인 페미니즘 공부 틀을 갖추지 못한 게 힘들었습니다. 뭘 따로 배운 적도 없고요. 그야말로 좌충우돌이었죠. 그렇다 보니 낯선 줄임말, 은어, 용어를 이해하는 게 많이 어려웠습니다. 하나하나 따로 짚어 깨쳐야 했고요. 지금도 매한가지인 것 같아요. 모르는 말이 들리거나 보이면 그게 무엇인지부터 살피고 있습니다.
한국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트랜스젠더 한 분이 숙명여대 법학부에 들어가지 못했고, 변희수 하사가 하던 일을 놓게 된 일입니다. 군과 대학이 두 사람을 밀어낸 것인데요. 이는 곧 한국 사회가 시민을 배척한 셈이죠.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힘없는 소수 시민을 밀어 내치는 사회는 정의로울 수 없을 것 같아서요.
2015년 중순, 메갈리아의 등장 이후로 한국 페미니즘이 어떻게 흘러왔다고 보시고 계신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잦아졌죠. 움직임은 곧 목소리잖아요. 임신 중단 집회처럼 말입니다.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 같아요. 2020년 2월 14일 세종문화회관 앞 ‘피로 물든 젖꼭지’ 집회처럼 씩씩하고 당당한 움직임이 더욱 잦을 것으로 봅니다.
『나, 페미니즘하다』 에 등장하는 참고문헌이 굉장히 많아요. 이 많은 책을 어떻게 찾아 읽으셨는지요? 또 이중에서도 특별히 추천하고픈 책이 있으신지요?
꼬리에 꼬리를 문 독서라고 할까요. 읽던 책 안에서 발견했거나 그 책 참고문헌에서 눈길 뒀던 도서를 찾아 읽었죠. 바통을 잇는 것처럼. 도중에 바통이 끊기면 널리 알려진 책을 읽고, 그 안에서 새로운 꼬리를 찾아내 이어 갔습니다. 페미니즘 바통 가운데 토마 마티외의 『악어 프로젝트』 가 좋던데요. 쉽게 쏙쏙 박힌다고 할까. 페미니즘에 관심 갖기 시작한 분께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독서가 깊고 넓어지면 『백래시』 같은 책을 꼭 읽어 보시길 바라고요. 제가 쓴 『아들아 콘돔 쓰렴』 도 페미니즘에 관심 두고 알아보시려는 분께 얼마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에 눈길 두기 시작한 흔적이자 공부해 온 표지 같은 책이거든요. 꽉 막혀 있던 남자가 생각을 깨거나 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페미니즘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고요.
우리는 한국에서 더불어 사는 시민 가운데 하나죠. 누구나 시민이듯 다른 이도 시민입니다. 여성도 시민, 성 소수자도 시민. 한국에서, 또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갈 사람들인 거죠. 이것저것 생각하고 말하며 사회를 이뤄 함께 사는 사람. 미워하지 맙시다. 시민 낱낱이, 시민 뜻 하나하나 모두 소중합니다.
나, 페미니즘하다이은용 저 | 씽크스마트
이은용 기자가 페미니즘을 머리에 넣기 시작하여 가슴으로 품게 된 결과물이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 이데올로기에 맞서 일어난 2010년대의 페미니즘 운동의 큰 줄기를 기자 특유의 눈으로 꼼꼼하게 살피고 기록했다.
관련태그: 나 페미니즘하다, 이은용 기자 , 페미니즘, 성 소수자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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