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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우리는 왜,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고 느낄까?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25회) 『식사에 대한 생각』, 『팩트풀니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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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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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먹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식사에 대한 생각』 , 통계가 증명하는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팩트풀니스』 , 아동 노동 착취와 과소비 문제를 비추는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식사에 대한 생각』
 비 윌슨 저/김하현 역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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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비 윌슨은 음식 작가이자 역사가입니다. 『포크를 생각하다 , 『식습관의 인문학』 을 썼고 음식에 대한 글을 많이 남기신 분이에요. 예전에 제가 음식을 묘사하는 글을 좋아했다면, 이 책에는 음식에 대한 묘사 자체는 그렇게 많이 있지 않아요. 조금 더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면이 많고요. 정보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더 큰 책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자가 초저녁에 기차를 탔는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까 너무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더라는 거예요. 한 남자가 카푸치노랑 탄산 음료를 번갈아 가면서 한 모금씩 마시고 있었대요. 옆 자리에서는 제과점 종이 상자에서 살구 타르트를 꺼내서 먹고 나서 달걀 두 개를 꺼내서 또 먹더라는 거예요. 옆에서는 서류 가방에서 갑자기 밀크셰이크 한 병을 꺼내더니 그 다음에는 초콜렛 캐러멜을 꺼내서 먹고 있더라는 거죠. 주변에서 되게 흔하게 보이는 풍경인데 이 조합 자체가 어느 날 저자한테 충격으로 다가왔었나 봐요. ‘어떻게 캐러멜과 밀크셰이크를 동시에, 기차 안에서 식사 시간이 아닌데 초저녁에 이렇게들 먹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런 프롤로그를 통해서 지금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식습관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1장에서는 식탁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 다루고 있어요. 재밌는 게, 저자가 한국인처럼 먹는 걸 되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요새는 한국만큼 채소를 먹는 나라가 별로 없대요. 한국을 예로 들어서 채소를 많이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고요. 2장에서는 미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현재 미국인의 알콜 섭취량이 1950년대보다 4배가 됐대요. 와인잔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고요. 가장 문제점이 뭐냐 하면 물이 아닌 것들을 물처럼 먹고 있다는 거예요. 콜라나 밀크셰이크 같은 것들이 열량으로 따지면 거의 풀코스 점심에 비견할 만한 칼로리인데, 이게 액체류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마시면서도 포만감은 안 생기고 열량은 채워지고 영양은 별로 없다는 거죠.


3장에서는 왜 그렇게 식품이 많아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식품이 우리 선택이 아니라 공급의 힘에 더 좌우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설명해줬던 게 식용유예요.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값싼 식물성 오일을 그렇게까지 먹지 않았는데 자본의 힘이 들어가면서 그것을 싼 값에 대량으로 유통시킬 수 있었던 거죠. 그러면서 사람들이 식물성 기름을 평소보다 훨씬 더 무방비하게 사용하고 훨씬 더 기름 섭취량이 많아졌다고 해요. 4장에 가면 식사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먹는 종류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그 시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톨콩(김하나)의 선택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 뢴룬드 공저/이창신 역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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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온 책이죠. 지금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어서 많이들 소식을 접하셨을 테고 읽으신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한스 로슬링이 아들과 며느리인 올라 로슬링, 안나 로슬링과 함께 쓴 책이고요.


한스 로슬링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머리말에 보면 언제나 서커스에 매료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칼을 삼키는 것이었는데 너무 해보고 싶어서 낚싯대로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대요. 이 사람은 이상한 서커스 추종자만은 아니고 의사인데, 진료한 환자 중에 서커스에서 칼을 삼키는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그 환자가 식도에는 납작한 것만 집어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줘요. 그래서 한스 로슬링은 식도의 형태에 맞게 연습을 해서 검을 삼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 사람은 통계학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상을 읽는 통계에 대해서 테드(TED)에서도 강연을 했고, 그 강연이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 강연 마지막에는 반짝이 옷을 입고 검을 삼키는 거예요(웃음).


책을 읽다 보면 검을 삼켰다는 이야기하는 부분이 중간 중간 등장하는데요. <타임즈>에서 이 책을 평하기를 “통계에 관한 베스트셀러는 유니콘만큼 드물다. 1위에 오른 것은 달의 유니콘만큼 드물다. 한스 로슬링의 단점은 달에 기반을 둔 생명체라는 것. 매력적이다”라고 했어요. 통계책이라고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놓여 있는데, 저는 (저자가) 검을 삼키는 사람이기 때문에 통계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아주 재밌게 쓰여 있고 쏙쏙 머리에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이 책을 이 시점에 가지고 온 이유는, 지금이 너무 흉흉한 때이고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도 심해지잖아요. 다들 걱정을 하고, 마스크가 동이 나고, 가짜 뉴스가 돌고 이러면 ‘세상이 앞으로 점점 더 나빠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너무 많이 되고, 이게 악순환을 계속 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주제를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세상이 보기만큼 나빠지고 있지 않습니다. 통계가 증명합니다’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안 좋은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자연 재해도 벌어지고, 지금의 코로나 19처럼 새로운 질병도 돌지만, 옛날에도 흑사병도 있었고 천연두도 있었고 홍역으로 죽기도 했고 수많은 질병이 있었죠. 사람들의 평균 기대 수명도 형편없이 낮았잖아요. 그것도 지금의 평균 기대 수명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거죠. ‘왜 세상이 점점 나빠진다고 느끼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의 여러 가지 본능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설명을 해줘요. 공포 본능이라든지 간극 본능이라든지, 통계를 볼 때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많은 본능들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라든가 전염병의 문제, 환경 문제는 심각하죠. 그렇지만 경종을 울리는 데에만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고 ‘내가 노력해봤자 안 돼’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낫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더 발달한 좋은 도구들을 쥐고 있고, 그것이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것에서 인류와 지구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점도 잊지는 말아야겠죠.

 


그냥의 선택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앙드레 마르와 글/쥘리엥 카스타니에 그림/김현아 역 | 한울림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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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화자가 ‘탄탈’이라는 금속 원소예요. 저항성이 낮아서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많은 전자기기의 콘덴서에 들어가는 물질입니다.


탄탈은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자신을 두드리는 움직임에 깨게 됩니다. 눈을 떴더니 윗옷을 벗고 땀을 흘리고 있는 어린 흑인 아이가 곡괭이로 자신을 때리고 있었어요. 아이의 이름은 노르베르. 열 살 된 콩고 아이입니다. 탄탈은 노르베르를 통해서 자신이 아주 비싼 희귀 금속이고, 가공되어서 다른 나라로 가게 될 거라는 이야기도 듣게 됐습니다. 아이는 자루에 탄탈을 넣고 가득 찬 자루를 머리에 이고 광산 밖으로 나가요. 거기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서있었습니다. 탄탈은 가공된 후 옮겨져서 아시아로 가게 됩니다.


중국의 한 공장에 도착해서 루한이라는 열여섯 살의 소년을 만나요. 탄탈이 담기는 콘덴서를 기기판에 납땜하는 일을 하는 아이였어요. 하루에 열두 시간씩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서 꾸벅꾸벅 졸아요. 스피커에서는 관리자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루한은 탄탈과 이야기를 하면서 특히 더 힘든 날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어있는 맞은 편 자리를 바라봐요. 루한은 친구의 자리였다고 말하면서 ‘친구는 목숨을 끊었어, 저 친구 말고도 여러 명이 있었어’라고 말합니다.


탄탈은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게 되고 또 다른 세계로 가게 됩니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는 토머스라는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게 돼요.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사는 아이였어요. 탄탈은 토머스를 지켜보다가 이야기합니다. 콩고의 광산에 대해서, 중국의 스마트폰 공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지. 토머스는 화를 냅니다. ‘어디에서 태어날지 내가 결정한 거 아니잖아? 내가 백인으로 태어나서 부유한 나라에 산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해? 나한테는 책임이 없어!’


둘은 더 이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탄탈은 스마트폰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되고, 자신이 만났던 어린 노동자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다가 토머스가 변했다는 걸 알게 되는데요.


이 책은 아동 노동 착취 문제와 함께 과소비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탄탈의 50%이 콩고와 인근 지역에 매립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값비싼 희귀 금속이다 보니까 콩고에서 크고 작은 내전을 일으키는 반군의 돈줄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곳의 아이들은 군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가서 총을 들거나 광산에서 노동을 하고 있고요.


탄탈이 스마트폰에 많이 사용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의 평균 사용 기간 2.7년이라고 해요. 탄탈은 콜탄이라는 물질에서 나오는데, 콜탄의 가격은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직전에 300% 증가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상과 탄탈의 이야기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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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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