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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상 “이상한 서브컬처의 세계, 맛보면 중독될 걸요”

『서브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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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넓어진다는 것 자체가 생리적으로 엄청난 쾌감이거든요. 그 쾌락에 중독되다 보면 서브컬처 특유의 기기괴괴한 취향까지 진화하는 거죠. 그걸 맛보고 난 뒤라면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도 문제가 없어요. 자기만의 재미를 찾을 테니까요. (2020.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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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는 주류문화와는 다른 형태의 문화, 특정 커뮤니티에서만 발전한 문화를 뜻했다. 한국에서는 흔히 만화와 라이트노벨을 향유하는 문화를 ‘서브컬처’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만, 광의의 의미로 확장하면 한국의 서브컬처는 이제 대부분의 팝 컬처와 구분이 불분명하다. 인터넷과 SNS가 전 세계의 문화를 폭발적으로 교류시키면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다른 취향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빨리 사라지고 왜곡되는 탓에 서브컬처 세계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은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 세계는 너무 이상해 보이기 때문에 서브컬처 향유자를 ‘오타쿠’ ‘오덕’이라 부르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SF소설가이자 비평가, 작법가인 손지상 저자는 『서브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에서 서브컬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전기적 상상력과 상호텍스트성을 토대로 문화가 서로 섞이고 영향을 주는 길을 쫓아다녔다. ‘전기물’로 정리한 일본의 서브컬처 계보부터 무협, 홍콩 액션 영화, 케이팝까지 장르와 세계를 넘나드는 이 안내서에는 여행 가이드북에 흔히 보이는 ‘꼭 들러야 할 맛집’이나 ‘상세 지도’는 없다. 서브컬처 세계를 헤매봤던 사람의 끝도 없는 방랑 기록을 읽고 “찰나의 번뜩임이 가득 모여 찬란한 덕질의 빛으로 빛나기”(554쪽)를 바라는 마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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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체험’, 서브컬처를 즐기는 방법


책에서 ‘나는 설명충이다’라는 언급이 있어요. TMI(Too much information)가 ‘박찬호 급’이라고요.


그보다 더할 수도 있어요. 그분은 본인 체험만 이야기하지만 저는 남의 체험까지 이야기하니까요. 어릴 때부터 위키피디아 같은 대화에만 반응하는 편이었어요. 백과사전을 외운다든지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죠.


그래서인지 책이 꽤 두툼하게 나왔어요.


일상적인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 떠드는 편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말로만 풀지 말고 문서화시키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저야 아무 자각 없이 생각나는 걸 이야기하지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영감이 될 만한 정보도 있을 거라고요. 원래 구상은 에세이 형식으로 짧고 간결하게 어떤 걸 좋아했는지 풀어놓고, 반응이 좋으면 여러 권을 내보겠다는 기획이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첫 번째 시리즈 책이 생각보다 많은 내용으로 나왔네요.


처음에 원고를 받은 편집자의 반응이 궁금해요.


처음에는 당황해 하셨고 다음으로는 이래서 원고를 부탁하셨다고 했어요. 생각했던 양식이 아니었지만, 기획 방향은 맞았던 거죠.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었기 때문에 개념을 주제별로 나눠서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든 문화가 얽히고설킨다는 걸 계속 쓰게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전기, 홍콩 영화나 무협, 프로 레슬링 이야기를 각자 하나의 작은 파트로 다루려 했는데, 쓰다 보니 이론적으로 다 묶이더라고요.


제목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문화 사이를 여행하겠다는 주제와 맞닿아 있기도 하고, 패러디한 원제목의 소설이 원체 양이 많은 소설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 나오는 가이드북 형식대로 쪼개서 내려고 했어요. 원래 책의 제목이 아니라 시리즈명의 제목으로 가려던 패러디였는데, 편집자님도 끝까지 고민하시다 결국 책 제목이 되었어요.


서브컬처는 만화나 라이트노벨을 즐기는 문화를 일컫는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한국의 서브컬처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포괄하는 걸까요?


원래 ‘컬처’는 구성원을 가르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거든요.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로컬 집단을 가르치기 위한 게 ‘서브컬처’였을 텐데, 우리나라에는 기록으로 남은 자생한 서브컬처가 많이 없어요. 지금 서브컬처라 불리는 것들은 작은 커뮤니티들이 애초에 자생적으로 생겨나지 않고 결과물만 외국에서 들어와 버렸기 때문에 사실 팝 컬처에 가까워요. 우리나라에는 이 구분이 가시적이지 않았다가 이제야 눈에 보이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처의 범위를 이야기하자고 하면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해 접근하는 팝 컬처는 다 서브컬처인 셈이죠. 서브컬처가 없으니까요.


모든 문화는 서브컬처의 면모가 있다는 건가요?


맥락을 잃은 것들은 대개 다 서브컬처화해요. 다른 나라에서 넘어오거나 맥락 없이 따라 하고 발전한 문화를 서브컬처라 한다면 우리나라의 문화는 모두 서브컬처예요. 심지어 학계에서도 외국 서적을 무분별하게 수입해 와서 이론을 만든다거나, 주류 문화 자체가 서브컬처화 되어서 들어온 게 많죠.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오해 때문에 이상한 계보를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서브컬처는 이미 날조된 문화이기 때문에 오해가 오히려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 그렇지만 그걸 다시 역순으로 따라가면서 잘못된 진리에 이르면 책에서 표현했던 사이비 역사학이나 옴진리교까지 갈 수 있어요. 이미 그럴 소지가 다분하고요.


서브컬처를 즐기면서 ‘재미만 있으면 되지 않냐’는 말이 위험하다고 했어요.


예를 들면 아버지나 저나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데, 아버지께서는 격투기 전문가이기도 하세요. 어떻게 하면 진짜로 다치게 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보일 것인가 연구하면서 프로레슬링 문화가 생긴 건데, 어떻게 하면 사람을 이기느냐가 아니라 이기는 척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재밌어 하는 거죠. 그 문화를 수행하려면 격투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해요. 재미를 좇는 것 자체는 전혀 잘못된 게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재미있다고만 하면 사람 때려눕히는 것에만 공감해서 약한 사람을 때려눕혀도 아무렇지 않고 통쾌하다고만 보게 돼요. 그 관점에서는 프로레슬링이란 그저 짜고 치는 가짜일 뿐이죠. 그저 이기기 위해서, 골을 성취하기 위해 최적화하는 건 게임의 방식이에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그냥 재밌으면 되지’는 이미 문화의 재미가 아니에요. 이기기 위한 최적화 방식이 ‘재미있다’라고 표현되는 거예요. 많이 팔리는 게 재미있는 게 되고요.


편협하게 문화를 즐기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다른 예시가 있을까요?


최근 들어 케이팝을 듣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은 펑크예요. 수십 대 악기가 자기 마음대로 리듬을 치면서 다양한 복잡함이 거대한 그루브라는 직관적인 체감으로 통합되는 건데, 그저 재미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춤을 출 수 있지만 일일이 하나의 악기를 따지고 들어도 좋거든요. 케이팝을 귀 기울여 들으면 펑크처럼 복잡도가 높더라고요. 그냥 들어도 귀에 들어오고 재밌죠. 그런데 제작을 하는 사람들이 듣는 사람에게만 맞춰서, 의식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범위만 남긴다면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 거 없다는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에요. 그러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향유자들은 금방 질려서 ‘그 밥에 그 나물이잖아’ 하게 되는 거죠. 그럼 그 산업 자체가 망해요. 이런 일이 여러 장르 여러 매체에서 일어났어요.


제작자뿐만 아니라 향유자들도 언제나 자기 문화에 대해서 자각을 하고 있어야 할까요?


그렇죠. 수요가 없는데 공급이 나올 수는 없어요. 대량 생산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재미만 좇으면 언제나 파국이 옵니다. 이야기 작법에서도 주인공과 라이벌만 있으면 절대 굴러가지 않아요. 그런데 누군가 제3의 축을 담당했을 때에는 다른 이야기로 전개할 수 있어요. 반대로 제3의 축도 그냥 놔두면 최적화되어서 보지 않아도 이야기할 만해지면 다시 그 문화는 사장되니, 계속 재구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죠.


‘아하! 체험’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나와요. 서브컬처에 내포된 강력한 즐거움 가운데 하나라고요.


SF를 정의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 중에 경이감이라는 말이 있어요. 단순히 놀라는 게 아니라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경계선이 넓어졌음을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데, 제가 바라는 ‘아하! 체험’은 결국 경이감이에요. 취향이 넓어지는 거죠. 아이돌 음악에는 관심이 없다가 펑크랑 비슷한 점이 있다고 깨달은 순간부터 멤버들의 이름을 다 알게 되고, 각 파트에 배치된 이유가 보이면서 그냥 들을 뿐만 아니라 하나씩 뜯어보는 재미가 생겼어요. 지각이 넓어졌다는 건 그만큼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넓어진다는 거고, 사고가 넓어진다는 것 자체가 생리적으로 엄청난 쾌감이거든요. 그 쾌락에 중독되다 보면 서브컬처 특유의 기기괴괴한 취향까지 진화하는 거죠. 그걸 맛보고 난 뒤라면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도 문제가 없어요. 자기만의 재미를 찾을 테니까요.


공산화된 재미가 아니라요.


대량 생산된 재미는 사실 다양성을 풍부하게 해 줘요. 케이팝은 대량생산하기 때문에 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에요. 대량생산을 하면서도 다양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형식이 고정되는 거지 그 형식에 맞는 재료들은 다양해져요. 다만 그걸 공산품으로 만든다면 다양성도 일원화시키게 되죠. 모든 문화에서 최적화를 좇으면 공산화돼요. 그걸 막기 위한 가장 큰 미끼가 ‘아하! 체험’이라는 거죠. 이 체험이 우리 삶에 큰 효용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런 체험들이 개인을 굉장히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잠깐의 쾌락을 위해서는 들여야 할 노력이 있어요. 그걸 노력으로 생각하느냐 재미로 느끼느냐의 차이일 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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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적 상상력 그 이후


2부에서는 전기 소설을 설명하고 있어요. 표현에 따르면 전기적 상상력은 서브컬처만의 상상력이라고요.


서브컬처‘만’의 상상력은 아니에요. 일반 문화에서 소외된 것이 서브컬처라면, 소외된 사람들이 상상으로나마 소외된 걸 전복하려는 일종의 르상티망(원한)이 전기적 상상력이거든요. 그건 꼭 문화 영역이 아니더라도 존재하잖아요. 다만 남들과 공유할 수 있게끔 만든 전기적 결과물은 대부분 서브컬처에서 나왔어요.

 

예를 들어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에 자동차 튜닝 문화가 많이 남아있죠.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차를 고쳐서 타는 능력과 재료, 자본이 생긴 사람들이 차를 고치고 고치다 보니까 특정한 취향으로 수렴이 되어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어요. 로라이더는 자동차를 빨리 달리게 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잖아요. 돈이 없는 젊은이들이 자의식과 미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가짜로 꾸미는 전기적 상상력이 발현되고, 이게 서브컬처가 되는 거죠.


책에 소개된 『지상 최강의 남자 류』는 ‘질러라!’ 밈의 원전이기도 하죠. 무슨 이야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끝도 없이 가버린 이야기였어요. 이것이 전기적 상상력이라면 즐기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작품을 누구나 즐기진 않아요. 그런데 작품을 즐긴 사람이 분명 존재해요. 현실에서 권위적이고 중심에 있는 존재들이 전부 뒤집힌 세계였잖아요. 불상이 쪼개지고 지구도 반으로 쪼개졌죠. 기껏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소환했는데 이소룡이랑 미야모토 무사시를 섞어놓은 상투적이고 진부한 밈이 나오고요. 최강의 남자를 묘사하면서 이소룡 사진을 트레이싱한 흔적이 되게 많이 보이는데, 작품 중에 이소룡이 나오기도 해요. 그거 자체가 전기적 상상력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이 상태를 옹호하진 않아요. 윤리적인 제3의 인식이 들어가지 않으면 전기적 상상력은 무조건 폭주합니다. 서브컬처적 상상력은 기존에 있던 걸 뒤집고 난 뒤 대안이 없는 상태예요. 일단 뒤집고 보자인 거예요. 『지상 최강의 남자 류』처럼 현실을 뒤집는 작품들은 자기 파멸을 하거나 세계를 파멸시키거나, 계속 팽창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게 문화로 남고 커리큘럼이 생기기 위해서는 전기적으로 뒤집고 끝나기만 해서는 안 돼요.


전기물의 추상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세카이계 라이트노벨은 세계 설정의 디테일을 소녀가 남자아이에게 의존적일 거라는 생각, 즉 ‘소녀 환상’에서 찾는다고 분석했어요. 어떤 의미로는 단순한 마초이즘보다 더 나쁘다고 우려했는데요.


전기적 상상력이라는 것은 개인에게 국한되어 있어요. 본인이 느낀 소외감을 뒤집은 거고, 그걸 공감해주는 사람이 모여서 문화가 되는 거죠. 하지만 공적인 작품을 만든다는 건 완전히 주관적인 각자의 체험과는 다르게 선험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면 안 돼요. 중앙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예요. 무엇이 도그마가 되고 패러다임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때일수록 서브컬처가 단순히 중심을 뒤집는 레벨에서 더 나아가 온갖 가능성을 내보자는 거예요. 단순하게 『북두의 권』 에 나온 캐릭터 모두를 여자로 바꾸는 정도로는 더 이상 그 이야기 그대로 진행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만일 여성이 북두의 권 세계에 뚝 떨어졌고 전부 권법가라면, 그때도 가부장제적인 체계로 권법을 가르치고 일차전승이 될까?’ 하는 상상을 할 수는 있게 돼요.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직 합의가 안 되어 있어요. 각자가 원래 재미있던 거, 원래 하던 걸 해버리면 다음 논의가 진행되지 않죠. 다음 윤리를 위해 일단 폭발적으로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의도적이나마 필요해요.


최근 한국에서도 주요 웹툰과 스토리 플랫폼에서 비슷한 포맷의 일진물이 범람한다는 지적이 있어요.


현실에 일진이 있고 찐따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순 없어요. 하지만 이 목적은 유통기한이 있어요. 현실을 반영한다는 일진물 작품이 왜 위험한지는 알아야 하죠. 현재 실제로 따돌림을 당하는 10대 청소년이 대리만족하거나 재밌어서 보는 목적은 이룰 거예요. 재미있다고 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진을 하면 안 된다는 계몽 만화를 만들어도 의미가 없어요.


재미가 없을 테니까요.


그게 문화 향유자들의 욕망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예를 들어 일진들이 나와서 동네를 주름잡는 걸 말도 안 되는 판타지로 승화시켜서 개그처럼 만들어놓을 수는 있어요. 그러려면 여러 가지 재료들이 필요하니까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다 나와야 하는 거죠. 다양성이 없으면 기존 작품을 필사하듯이 조금만 변형해서 만든 작품이 범람하고, 그럼 일진물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야기만 나올 거예요.


책의 마지막에서 일본의 예를 들었어요. 제이 컬처와 제이 팝으로 한때 융성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이유로 일본 내에서 갇힌 상호작용과 가르치려 드는 태도를 꼽았어요.


일본은 외부 유입 없이 자기 피드백에만 최적화된 과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80년대 버블을 겪으면서 돈은 많고 즐길 게 많으니까 머리로만 상상했던 이야기를 눈앞에서 현실로 구현해놓기도 했죠. 새로운 상상력 없이 기존에 있는 걸 계속 변주만 하면 필연적으로 쇠락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윤리를 따지지 않은 채 전기적으로 뒤집어놓은 세상을 향유하기만 했던 영수증이 지금 돌아오고 있어요. 사람들의 취향은 남아있는데 돈과 상상력이 없어지니 점점 기괴한 것이 더 늘어나는 거죠.


한국도 일본과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고요.


봉준호 감독이 상을 받고 BTS가 잘 나가고 있을 때 지금 한국 문화가 제일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던 대로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각자 서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다양성을 만들기도 하고, 문화 내부에서 커리큘럼이나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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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장르에 뛰어들어 보세요


어쩌다 보니 서브컬처 세계에 당도한 사람도 있고, 작정하고 뛰어든 사람도 있을 텐데요. 양쪽에게 이 세계를 여행하는 방법을 조언해주신다면요.


기존에 관심이 있던 분야에서 시작해서 관련성이 보이면 뛰어들 필요가 있어요. 보그 댄스를 보다가 홍콩영화를 발견한다든가, 흑인 문화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이소룡을 발견하는 체험인 거죠. 좋아하던 장르가 있다면, 자기 장르를 전부 부정하는 느낌으로 생소한 장르에 뛰어들어 보세요. 모르면 그냥 보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돼요. 자랑도 더 할 수 있고요. 내가 남보다 잘났다고 하는 유치한 경쟁의식이 서브컬처를 즐기는 마음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과시를 하려면 일단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어 봐야 해요. 그래야 내 장르면 최고고 남 장르는 꽝이라는 말을 안 하게 되니까요. (웃음) 무작위로 뛰어들기에는 준비된 게 없으니, 저는 이런 식으로 뛰어들었다는 기록을 남겨놓는 거죠.


‘프로레슬링 사랑에 대해서 떠들고 싶지만 2권을 향해 남겨둔다’라고요. 후속편이 나오게 될까요?


애초에 희망을 가지고 있진 않아요. 희망보다는 개인적인 비전이에요.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쏟아놓을 준비는 되어 있어요.


희망이 없지만 첫 번째 책을 내게 된 건, 같이 ‘아하! 체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일까요?


세를 늘리겠다는 비전이죠. 어떤 분야든 즐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에요. 어떤 분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했으면 좋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군가 이 책처럼 게임 세계를 하염없이 여행하는 책이 나왔으면 하시는 거죠. 케이팝 쪽에서도 산업적인 분석을 하는 책은 나오는데, 가볍게 여행하는 내용의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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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평론가, 번역가, 작법 강사 등 직업에서 가장 크게 두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두는 직업은 소설가인데, 다른 소설가와 같은 마음으로 소설을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문학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사랑하진 않아요. 따지자면 ‘올 팬’이지 개인 팬은 아닐 거예요. 리얼리티를 만들어내고 정보를 가장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비평가라기에는 아카데믹한 훈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정제된 수사를 구사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소설 쓰는 사람은 어떻게 소설을 쓰고 리얼리티를 구현해내는 건지 궁금해 했던 오타쿠 청년이 가장 어울릴 거예요.


지금 저술하는 작품이 있나요?


크툴루 신화를 바탕으로 한 단편집을 준비하고, 씨름에 관련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최근 씨름 붐이 일고 있잖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기술이 화려하고 선수들 몸도 좋고요. 전문가가 알만한 구체적인 정보는 모르지만, 기존에 쌓아왔던 근육이나 기술 관련해서 아마추어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내러티브를 제공할 만한 재미를 주고 싶어요.

 


 

 

서브컬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손지상 저 | 워크라이프
컬처와 교양, 기성세대의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구성원들 간에 전파되는지, 그리고 무엇이 다르기에 서브 또는 하위 문화라고 불리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식으로 퍼졌는지에 대해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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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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