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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다 싫어질 때 읽으면 좋을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22회) 『오, 미자!』, 『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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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0.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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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오은): 오늘은 프엄 님 대신 특별출연, ‘김예스’ 님 나와계십니다! 어떻게 <어떤,책임>에 출연하게 되신 건가요?


김예스: 프엄 님이 감기에 걸리셔서 급히 나오게 됐는데요. 평소에도 <책읽아웃> 무척 좋아하고 있어서 기회다, 싶었습니다.(웃음)


캘리: 오늘 김예스 님의 20대 감성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오늘 방송에 ‘좋아요’로 마음을 표시해주세요.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다 싫어질 때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오, 미자!』
 박숲 글그림 | 노란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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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거리의 만찬>이라는 TV프로그램을 봤어요. 이 방송이 소수자를 조명하는 방송이거든요. 첫 화가 KTX 해고노동자 이야기였고요. 여러 상도 수상한 프로그램인데요. 얼마 전에 일방적인 진행자 하차 통보가 있었다고 하는 거예요. 그 뉴스를 보는데 다 싫어지더라고요. 시청자 반응도 좋았고, 불편함이 전혀 없는 좋은 프로그램이 하루 아침에 개편된다는 게 화가 났어요. 그러자 이 책이 생각나서 가지고 왔습니다.


제목만 봐도 언어적인 즐거움을 주죠. 뭔가 말놀이가 있겠구나, 싶어서 더욱더 관심을 끌어당겼어요. 우선 ‘오미자’는 열매기도 하잖아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을 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작품 안에도 이 다섯 가지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하세요. 동시에 ‘미자’라는 이름의 다섯 명을 등장시키죠. 이 연결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또 정말 좋았던 것은 다섯 명의 미자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여주는 글과 그림이었어요. 첫 부분은 모두 ‘나는 ‘어떤’ 미자입니다’라고 해서 이 ‘어떤’ 부분에 저마다 다른 형용사가 들어가요. 그런데 이 형용사들이 지금까지는 주로 남성들이 전유했던 형용사인 거예요. 가령 첫 번째 미자는 ‘나는 ‘활기찬’ 미자입니다’라고 시작하거든요. 두 번째 미자는 ‘나는 ‘피하지 않는’ 미자입니다’로 시작하고요. 이런 경계 같은 것들은 무너질 필요가 있죠.


미자님들의 삶 역시 대부분 육체 노동이에요. 청소 노동자, 전기 배전공, 스턴트맨, 택배 기사, 이사 도우미. 아직도 남성들이 많이 전유하고 있는 노동이기 때문에 주변의 따가운 눈총도 있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말들도 많이 있는데요. 이 책의 미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자님들이 절대 자기의 노동을 그만하겠다고 마음 먹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분들이 많아지고, 이런 분들을 많이 봐야 여성이 하는 일과 남성이 하는 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유연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예스가 추천하는 책

 

『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송미경 글 / 세르주 블로크 그림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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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잖아요. 평소에는 긴 호흡의 책을 읽다가도 그럴 때는 그런 책을 펼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이때 그림책은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가지고 온 책입니다. 아름답고, 귀여운 그림책인데요. 이 책은 두 나라에 있는 두 작가가 공동작업을 해서 내놓은 작품이에요. 어린이들 사이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송미경 동화작가와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기도 한 세르주 블로크 작가가 그림을 그렸죠. 원래 동명의 동화가 있는데요. 송미경 작가님은 그림에 맞는 글을 쓰기 위해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을 다시 직접 그려보시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림의 구성을 다 파악한 뒤에 글을 다시 고쳤다고 합니다.


일단 이 그림책을 읽으면 아주 기분이 유쾌해집니다.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색이 모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하늘색이나 분홍색 같은 파스텔 톤이거든요. 또 등장하는 어린이의 표정이 참 귀여워요. 선이 몇 개뿐인데도 표정을 다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보면 따라 웃게 되더라고요. 지금이 너무 힘들어도 이 책을 보면 똑같이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주인공은 돌을 씹어 먹어요. 돌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요. 이것이 언뜻 잘 이해 안 되는 취미잖아요. 그래서 그 사실을 숨기죠.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데요. 여행길에 만난 할아버지가 주인공의 치아를 보더니 “너 돌 먹는 아이지?”라고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사실을 할아버지는 있는 그대로 받아줘요. 주인공은 이를 통해 내가 특별히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닫죠. 이렇듯 자기를 긍정하고, 자기 취향을 긍정하는 이야기가 바로 이 그림책입니다.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이 책은 이상합니다. 돌을 씹어 먹는 아이의 이야기거든요. 나는 이 이상함이 마음에 들었고, 그걸 그림으로 그리려고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여러분도 돌을 먹고 싶을지 모릅니다. 돌은 소화시키기 아주 어려워요. 닭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에게만 말하자면, 나는 책 읽는 닭을 본 적도 있습니다. 맛있게 읽고 맛있게 드시길!
-세르주 블로크

 

 

캘리가 추천하는 책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윌 듀런트 저 / 신소희 역 |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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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렬하죠? 순전히 제목 때문에 고른 책이었어요. 보니까 원제는 ‘on the meaning of life’예요. 만약 그 제목이었다면 안 골랐을 것 같아요.(웃음) 제목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하면서 본 책이고요. 무엇보다 다 싫다는 생각이 들 때면 저는 그 생각을 끊어버리려고 애쓰는 편이긴 하거든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초콜릿도 마구 먹고, 아이스크림도 퍼먹고요. 하지만 그런데도 싫다는 생각이 안 끊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면 결국은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하지, 라는 생각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1930년 어느 가을 윌 듀런트의 집에 웬 잘 차려 입은 남자의 방문이 계기가 돼 만들어진 책인데요. 이 남자가 윌 듀런트에게 “당신이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말해줄 수 없다면 나는 자살할 생각이다”고 했던 거예요.


윌 듀런트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설득을 해봤지만 결국은 설득되지 않은 기색이 역력한 채로 남자는 떠나고요. 그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그 질문은 남아서 듀런트는 삶의 의미를 묻는 편지를 세계의 유명 인사들에게 보내, 답장을 모아 책으로 내기로 합니다. 여러 답장들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대답은 할리우드 배우 윌 로저스의 말이었어요. 건강함, 씩씩함 같은 것이 느껴져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마음이 확 풀어졌거든요. “인생이란 결국 한바탕의 야단법석이다. 그러니 웃을 일을 만들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자. 아무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지금 이 세대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확실히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지 이전 세대 덕분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정말 좋죠?(웃음)


3부는 듀런트 본인의 답장을 담은 부분인데요. 자연을 보면 위안을 얻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행복의 근거를 딱 한 가지에만 두지 말라는 말도 해요. 이렇게 긴 설득의 말을 늘어놓은 후에 하는 마지막 말이 있거든요. 이 대목도 참 좋아서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결국 이 모든 조언이 얼마나 헛되고 속물적인 것인지 나 역시 잘 압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요. 하지만 오셔서 나와 한 시간만 함께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숲으로 난 오솔길을 보여드리겠습니다.(중략) 내 논리를 실컷 공격하고 이 중간계를 마음껏 저주하십시오. 나는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겠습니다 (당신의 결론만 제외하고요). 그러고 나면 우리 함께 평화의 빵을 나누어 먹읍시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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