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환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요?”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흔히 우리가 힘든 일을 겪을 땐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길 원하잖아요. “괜찮아. 잘 될 거야.” “좀 더 힘내.” 뭐 이런 말들을 듣는 거죠. 물론 그런 말을 듣고 힘이 날 때도 있지만, 사실 어느 누구보다 그 말을 내게 들려줘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거든요. (2020. 02. 06)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8년간 활동하면서, 매주 150만 명에게 좋은 문장을 배달해온 ‘북 테라피스트’가 있다. 〈책 읽어주는 남자〉 편집장,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생의 문장들〉 진행자, 〈부쿠〉 서점 대표 큐레이터, 3권의 에세이를 써낸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직장인이라는 명함까지 가지고 있는 전승환 작가다.
누구보다 바쁜 삶을 살 것 같은 그가 이번에는 책과 문장을 소개하는 인문 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로 돌아왔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정체성을 살려 쓴 첫 번째 책이자,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이라는 부제처럼 삶에 지치고 무기력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 메시지와 위로를 전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자.
제목도 인상적이지만 뒤 띠지 카피가 시선을 끌었어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걸까요?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왠지 마음 한편이 뭉클해지는 문장인데, 작가님께선 어떤 독자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쓰셨나요?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야?”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저 하루하루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 보면, 삶의 이유라든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까맣게 잊고 사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렇게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느 순간 지쳐서 무기력에 빠지게 되죠. 번아웃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저도 그런 순간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그런 분들에게 저만의 방법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바로 책을 펼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는 일이죠.
물론 이게 무조건 누구에게나 정답이 된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긴 해요. 올해가 제가 ‘책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시작한 지 8년째 되는데요. 처음에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올리곤 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시고 위로받았다고 말씀해주셨죠. 그걸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게 나만의 취향이 아니구나. 좋은 책과 좋은 문장에는 놀라운 힘이 있어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넬 수 있구나 하고 말이죠.
전체 구독자수가 150만 명이죠. 그렇게 많은 분들이 ‘책 읽어주는 남자’가 소개하는 문장에 공감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흔히 우리가 힘든 일을 겪을 땐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길 원하잖아요. “괜찮아. 잘 될 거야.” “좀 더 힘내.” 뭐 이런 말들을 듣는 거죠. 물론 그런 말을 듣고 힘이 날 때도 있지만, 사실 어느 누구보다 그 말을 내게 들려줘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거든요. 다른 사람이 아무리 괜찮다고 하고 힘내라고 해도, 내 마음이 괜찮지 않고 힘이 안 난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잘 안 되니까요. 결국 우리는 우리 마음을 스스로 위로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바로 그때 책과 문장은 그걸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아마 어떤 이야기나 글을 보고 이런 느낌을 받은 경험이 다들 있으실 거예요. “아! 이건 정말 내 이야기다.” 그렇게 내 마음을 꼭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면 온몸과 정신이 반응하는 거죠.
책과 문장에 어떤 잠재력이 있기에, 그런 공감과 위로가 가능한 걸까요?
책과 문장이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지는 않죠. 하지만 전 바로 그 점이 좋다고 생각해요. 함부로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거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묵묵히 곁에 서서 우리가 마음속 깊은 곳을 스스로 살펴볼 수 있게끔 도와주죠. 그럴 때 우리는 일시적인 위로가 아니라 진짜 위로를 받게 돼요. 왠지 외롭지 않고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기분이 드는 거죠.
저는 예전에 레크리에이션 강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무대 위에선 세상 누구보다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람이었지만, 무대를 내려오고 나면 너무 우울하고 허무했어요. 사람들은 제 밝은 면만 보고 그런 속마음까진 알 수 없었겠죠. 그때 저를 위로해준 게 이 문장이었어요. “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에 나오는 문장인데, 정말 제 마음을 꼭 알아주는 문장이어서 읽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그 누구의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됐죠. 사람은 이런 단 한 문장의 위로만 있어도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어요.
‘사람은 단 한 문장의 위로만 있어도 용기를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애서가에겐 정말 뭉클해지는 말이네요. 이 책에서는 무려 130여 편의 문장을 소개하고 계신데, 그 문장들을 선별하는 데 따로 기준이 있으셨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들을 꼽았어요. 한 문장 한 문장 정리하다 보니, 감정, 시간, 관계, 세계, 네 부분으로 원고를 구성할 수 있겠더라고요.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시나 소설, 에세이 같은 작품에서부터, 좀 더 깊은 통찰을 던져줄 수 있는 철학, 인문서, 사회과학서까지, 최대한 다양한 책을 다루려고 애썼어요. 물론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던 문장들도 많이 소개하려고 했고요.
그동안 『나에게 고맙다』 ,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같은 감성 에세이를 계속 써오셨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특별히 인문 에세이를 쓰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이 책은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원고를 쓴 건 작년부터지만, 개인적으로 준비 과정은 10년이 넘었다고 생각해요. 학생 시절부터 좋은 문장들을 수집하고, 또 8년 동안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했던 시간들 또한 이 책 한 권에 담겨 있죠. 저는 제가 경험했던 것처럼 많은 분이 책과 문장을 통해 공감과 위로,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데요. 지금까지 감성적인 에세이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는 용기까지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살다보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를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내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들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감정과 시간을 돌아보고,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우리가 살아갈 세계에 대한 사유까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다룬 주제인데,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와 ‘함께’의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 무수한 타인과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하죠. 저는 책과 문장을 통해 그런 힘을 얻었고, 다른 분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독서량이 정말 많으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책을 읽고 싶어도 시간이 모자라거나,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읽어주는 남자’만의 독서 노하우가 있을까요?
책을 읽을 때 한 권을 전부 다 읽어야 한다거나, 좀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된다는 강박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요. 저부터가 그런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이지 그런 강박은 모두가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때그때 나에게 딱 맞는, 좋은 문장을 만나면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글에 담긴 희로애락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죠. 만약 그런 문장을 한 권의 책에서 단 한 줄만 발견할 수 있어도 너무 훌륭한 독서를 한 거죠. 굳이 한 권의 책을 전부 다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전 독서가 좀 더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책까지 괴롭게 읽을 필요가 있나요? 이 책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를 통해 제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 중 하나가 바로 그런 독서 방법이에요. 내 마음을 꼭 알아주는 문장을 만나는 독서, 부담감을 내려놓고 좀 더 가볍고 즐겁고 설레는 독서를 하자는 거죠. 이 책에서 ‘인생의 책들’을 다루지 않고 ‘인생의 문장들’을 소개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죠.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속 ‘최애 문장’ 하나만 소개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마 많은 분이 아시는 이름일 거예요.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 가운데 한 문장인데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건 「인연」이란 글인데, 전 「장수」라는 글의 한 문장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둔 보물의 제목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추억과 인연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인데요. 이처럼 모두가 하루하루 기계처럼 사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인연을 맺으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또 추억들을 꺼내보았을 때 행복하려면 지금 이 순간에 더욱 충실하고 스스로 만족하고 행복할 만한 일을 해야만 하니까요. 과거의 추억만 붙들 게 아니라 지금을 더 잘 살아가자는 뜻도 담겨 있는 거죠.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도 부디 많은 독자 분에게 그런 인연으로, 좋은 추억으로, 감추어둔 보물처럼 소중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전승환 저 | 다산초당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은 물론 명쾌한 삶의 통찰이 담긴 문장들이 가득하다. 바쁘게 살아오느라 방치하고 있던 나의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점검하게 된다. 그렇게 애써 외면했던 자신의 속마음과 마주하고 위로할 때, 우리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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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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