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편견을 날려버린 책 BEST 3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20회) 『잠의 땅, 꿈의 나라』, 『서툴다고 말해도 돼』, 『걸크러시 2』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0. 01. 30)
프랑소와엄: 어제 이곳 홍대 스튜디오 옆 공간에서 오은 시인님의 유튜브 ‘민음사TV’ 출연 녹화가 있었죠. 곧 올라갈 텐데요.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민음사 편집자 두 분이 진행하시는 ‘말줄임표’라는 코너거든요. 제가 진짜 팬인데요. 거기에 출연하실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캘리: 민음사 팀에서 레드카펫까지 깔아주셨잖아요.
불현듯(오은): 그런 환대를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2시간 동안 정말 즐겁게 참여했어요. <책읽아웃> 얘기도 많이 했는데 그 얘기도 고스란히 실렸으면 해요. 오늘 주제는 오랜만에 ‘내 맘대로 가져온 책’으로 정했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잠의 땅, 꿈의 나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글 / 로버트 헌터 그림 / 해바라기 프로젝트 역 | 에디시옹장물랭
『보물섬』 , 『지킬박사와 하이드』 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동시가 원작이고요. 거기에 로버트 헌터라는 작가가 그림을 그려서 하나의 책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동시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린이가 다리를 다쳐서 친구와 뛰어 놀 수가 없어요. 집에서 친구들이 노는 것을 구경만 하다가 잠이 드는데요. 꿈에서는 온갖 모험을 해요. 그리고 잠에서 깨는 내용이죠. 무엇보다 여기에 붙은 그림과 책의 꼴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영국에 독립출판사 ‘노브로우’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 출판사에서 어린이들을 사랑했던,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썼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을 재조명하기로 해요. 그러고는 작가를 찾다가 로버트 헌터라는 작가를 만난 거죠.
번역을 보시면 ‘해바라기 프로젝트’라고 되어 있잖아요. 에디시옹장물랭 출판사의 많은 책이 이 팀의 번역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찾아봤더니 8-9년 전쯤 세계에 한국을, 한국에 세계를 알리고 싶다는 취지로 모인 번역 팀이었어요. 프랑스 관광지에 무료 한국어 책자를 배포하기도 했고,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 이나 『갈색 아침』 처럼 메시지가 있는 그래픽 노블 등을 번역해왔는데요. 이 팀의 한 분이 에디시옹장물랭이라는 출판사를 만드신 거예요. 이 출판사의 책 판매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된다고 하고요. 책에도 친환경 잉크를 사용해요. 『잠의 땅, 꿈의 나라』 는 표지 코팅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요. 이것 역시 로버트 헌터의 의도에 따라 하지 않은 거래요. ‘시간이 흐를수록 독자님과 함께 나이 들어갈 것입니다’라고 책에 쓰여 있는데요. 정말 좋죠?
『잠의 땅, 꿈의 나라』 는 이 아름다운 그림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어요. 동시 자체가 꿈 속에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라 그림 역시 꿈의 환상적인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어요. 주인공 어린이의 동작을 많이 보여주진 않지만 역동적이고요. 거기에 색감까지 어우러져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진짜 꿈 안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서툴다고 말해도 돼』
권명환 저 | 호밀밭
늘 서툴면서도 밖에서는 가면을 쓰고 완벽한 사람인 척하는 것 같아요. 처음 만나는 자리도 많고, 잘 보여야 하는 자리나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제목을 보고 와 닿아서 고른 책이었어요. 저자 분이 <KNN>에서 라디오 방송 출연을 많이 하셨대요.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가 인기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방송 원고가 바탕이 된 이 책은 그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 분이 편집 일부를 담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자 이력이 흥미로워요. 서울에서 미학을 공부하고 부산에서 정신과 의사가 됐대요. 김정란 시집 『용연향』 해설로 문학평론도 하고요. 라캉,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벤야민과 니체, 들뢰즈의 철학, 현대미술사, 트라우마 등의 강의를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현재는 해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많은 분들의 정서적 뇌와 마음을 돌보고 있다는데요. 역시나 ‘마음 닥터’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개념을 쉽게, 예시까지 곁들여 설명해주시니까 이해가 쉬웠어요. 게다가 글이 상담해주듯 ‘있습니다’ 투예요. 마치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읽어주는 것 같죠.
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감성의 뇌와 마음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죠. 얼마 전 우울증이 깊어진 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힘들어 보이시네요”라며 말을 건넸더니 “오늘은 선생님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여요”라고 하셔서 함께 한참을 웃은 기억이 있습니다.
심리에 관한, 마음에 관한 책은 쉽게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일을 쉽게 해낸 것 같아요. 이런 표현이 있어요. “외로움은 배고픔 같은 것”이라는 말인데요. 우리는 늘 외로운데 어느 때 특별히 더 외롭다는 거예요. 밥을 먹어도 몇 시간 있으면 배가 고파지는 것처럼 외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닥치게 마련이라 그 순간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존재론적으로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예요. 이런 말처럼 표현이 너무 적확해서 놀랐어요. 흔히 하는 이야기들에 어떤 꺼풀이 덮여 있는지, 그것을 걷어내면 어떤 의미가 남는지 발견해주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의 서툶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 됐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걸크러시 2』
페넬로프 바지외 저 / 권수연 역 | 문학동네
2018년에 1권을 읽고 이번에 2권을 읽었는데요. 3권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져온 책입니다. 책이 나왔을 때 엄청 화제가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아서 의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예스24에는 ‘그림 에세이’ 분야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그래픽노블’로 읽히는 게 더 정확할 것 같고요. 이 책은 딸이나 여자 조카가 있다면 반드시 선물해야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페넬로프 바지외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런던 예술대학에서 공부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에 2007년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을 담은 웹툰을 연재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죠. 이 연재물을 엮은 첫 책이 블로그의 이름을 딴 『내 인생은 아주아주 찬란해』입니다. 제목이 진짜 멋있죠? 바지외는 정말 주목해볼 만한 작가 같은데요. 『걸크러시』 는 2016년부터 <르몽드>의 블로그에 연재했던 만화로 당시 5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판 원작은 ‘퀼로테(Culottees)’인데요. 여성용 스커트형 팬츠, 즉 치마바지를 의미하고요. 프랑스에서는 뻔뻔한 여자로 해석이 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여성 인물의 인생을 기록한 그래픽노블인데요. 대부분의 인물이 여성으로서의 핍박을 받았던 거죠. 이건 정말 전 세계적인 특징인가봐요.
그림이 경쾌하고요. ‘이 인물이 너무 대단해’라는 느낌이 아니어서 좋기도 해요. 다들 실수를 하고, 100% 완벽하진 않았을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통쾌하고,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참 좋았어요. 만약 사춘기 때 제가 이 책을 읽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요. 진짜 이 책은 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줘야 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필수로 보셔야 해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를 즐겁게 읽으셨던 분들이라면 꼭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변의 압력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의지의 삶을 꾸리기 위해 확고하고 의연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보다 커다란 역경을 마주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특별해졌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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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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