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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개발자의 필요충분조건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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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성장을 멈췄던 개발자가 묻는다. 무섭게 성장하던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지금도 무섭게 성장하는 그들에게. (2020. 01. 15)

어느새 2020년이다. SF 영화가 그렸던 상상이 하나, 둘 현실이 되고 있다. 언젠가 세계 종말을 외치던 사람들은 조용히 사라졌지만, 인공지능이 인류를 덮친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시끄럽다. 모든 직업이 대체된다며 호들갑이지만, 정작 지금도 이미 대체된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너무 많다. 문득 일자리가 대체된다며 떠드는 사람은 대체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오늘과 다른 자극을 위해 어제보다 더 노력하지 않는가?

 

인류는 계속해서 발전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며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체됐지만, 그럼에도 인류는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가치를 만들며 발전했다. 사양 산업의 등장은 오늘만의 일은 아니며, 위기 가운데 살아남는 것 또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살아남는 사람 중에는 언제든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자들이 있다.

 

나는 운이 좋게 사양 산업과 성장 산업을 모두 경험했다. 덕분에 각 산업에 속한 사람들이 갖는 자세에 관해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각 산업에 속한 사람들끼리 모두 같은 자세를 갖지는 않지만, 각 산업 내 큰 범주는 산업 특성을 따랐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는 성장산업인 IT를 구성하는 개발자 그리고 그들이 가진, 언제든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한다.

 

 

살아남았고, 살아남을 자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초기 기술인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됐고, 어린 나이와 신생 기술의 시너지가 주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했다. 잠재력을 가진 주니어가 잠재력을 가진 기술과 산업을 만나면 굉장한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그게 기회인 줄 몰랐다. 내가 속한 산업이 어떤 잠재력을 가진지 몰랐고, 덕분에 많은 기회를 놓쳤다. 언젠가 기회를 놓쳤음을 깨닫고는 앞으로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켰다. 성장에 눈을 뜬 것이다.

 

읽고, 쓰며 언젠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심삼일은 내 전공 중 하나다. 빠르게 타오른 불꽃은 빠르게 꺼진다. 그렇게 수차례 불꽃을 태우고, 끄다 보니 어느새 주니어라 말하기 애매한 시기가 됐다. 이러다 지금까지는 살아남았지만, 앞으로 기회는커녕 살아남기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아남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 걸까? 이미 만들어진 지식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어떤 것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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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저자 니시오 히로카즈는 꽤 흥미로운 주제를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적 생산 기술을 가르쳐 주는 참고 서적이 필요한데, 마땅치 않아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해서 비교하고, 패턴을 발견해서 실행을 통해 검증한다. 그리고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발견하고 다시 정보를 수집한다. 이 사이클을 반복하면 프로그래밍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지적 생산 기술의 학습 방법도 같다. 구체적인 정보 수집, 비교를 통한 패턴 발견, 실행을 통한 검증을 반복해서 학습해 나가는 것이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저자는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게되는 과정을 그렸다. 헬로 월드를 프린트하는 간단한 파이썬 코드를 몇 차례 적어보며, 코드를 인지하는 과정이다.

 

나는 주로 자바를 다뤘다. 학부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웠는데, 처음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배웠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꽤 힘들게 배운 것으로 기억하는데, 자세한 과정은 흐릿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꽤 많은 지식을 배웠는데, 다시 공부하라고 하면 똑같이 자세한 과정이 흐릿할 것 같다. 지적 생산 기술이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세하게 알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목표 설정이다. '전부를 자세히 안다'라는 목표는 매우 멀리 있기 때문이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1년여 떠났던 개발자로 다시 돌아온 지 어느새 6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훌쩍 늘어버린 내 연차만 신경 썼지, 내가 얼마나 알고 얼마나 모르는지. 내가 모르는 것을 어떻게 배웠는지, 앞으로 어떻게 배울지 등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처럼 하다 보면 잘하게 되겠지, 놀랍도록 자만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실력은 늘지 않았고, 짜증과 한숨이 늘어갔다. 이대로라면 결코 살아남지 못할 자가 될 것이다.

 

"틀리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학습 초반에 틀리는 것은 틀린 것을 중점적으로 공부해서 결국에는 좋은 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을 직접 경험하면 틀리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줄일 수 있다. 틀렸을 때 '배울 기회를 얻었다'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개발자라면 누구나 안 되던 문제를 끙끙 앓다가, 정말 부끄러운 이유로 해결된 적이 있다. 정확한 코드는 기억이 안 나지만, PHP로 게시판을 만들다가 소리를 질렀던 학부 시절이 떠오른다. 그저 해결됐다며 즐거워하던 그 순수함을 나는 언제부터 잊었을까? 단순히 학습에 성공해 즐거워했던 컴퓨터학과 3학년 학생은 어디로 간 걸까?

 

성장산업인 IT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건, 뛰어난 능력치가 아닌 언제든 학습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닐까?

 

 

한정된 자원

 

학습에 관한 순수함이 우선이지만, 순수함만으로는 어려운 세상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그저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계 돌파를 위해서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전술을 사용하고, 기꺼이 돈을 투자해야 한다.

 

“먼저, 달성 조건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공부한다'와 같은 식은 명확하지 않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저자는 학습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보다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는 의지의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태스크를 하나로 추리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태스크를 하나로 추려 보세요'라고 했을 때 추리지 못한 사람의 76%는 태스크를 목록화하지 않고 고민만 하는 상태였다. 그리고 이 때문에 태스크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지 못했다. 먼저 전부 다 작성해 보고 전체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태스크가 있는지를 파악하자. 이 조언을 받아들여서 작성해 본 사람 중 32%가 이미 작성만으로 의욕이 생겼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다. 버킷리스트 정도야 누구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외우고 있는 사람은 없다. 더 중요한 버킷리스트를 구분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학습도 마찬가지다. 영어 공부해야 하는데, 머신러닝 공부해야 하는데, 데이터도 좀 다뤄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것을 적는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그리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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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 가장 큰가?

 

 

“'크기'라는 개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1차원의 값에 대해서는 직관적인 정의가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이 크기의 대소 관계에 동의한다. 하지만 2차원 이상이 되면 모두가 찬성할 수 있는 '크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흥미로운 접근이다. 동료와 업무 중요도를 놓고 싸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진다. 하지만 꼭, 동료와 문제만은 아니다. 오늘은 피곤하니 운동을 쉬고, 오늘은 글자가 머리에 안 들어오니 책을 덮고. 누구 이야기 같은가?

 

열정을 지속하며, 전략을 잘 세워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욕심이 많을수록 더 부족하다. 내 경우엔 잠을 줄이면 몸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번아웃을 겪으면,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는 게 더 오래 학습할 수 있더라. 순수한 열정과 전략이 통하지 않으면 그다음은 돈이다.

 

나는 회사와 도보 10분 거리로 이사를 왔다. 친구들과 만남은 내가 밥을 살 테니, 내 근처에서 모이도록 한다. 온라인 쇼핑 시 가격 비교 대신, 가격 비교를 위한 시간을 산다.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분야에 투자가 필요하다.

 

 

변수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학습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한다 해도 한계는 있다. 이 세상 시스템은 결코 혼자만의 노력으로 정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학습할 수 있는 자세도, 한정된 자원 활용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지구 어딘가에는 학습을 사치로 여길 수도 있고, 학습이 뭔지 모르는 환경도 있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릴 때는 모든 것을 통제한 듯 느껴지지만, 반대일 때는 모든 변수가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이 세상엔 어떤 변수가 있을까? 최근 기억에 남는 변수는 정치인 안철수가 쓴 글이다. 정계 복귀 글을 쓰자마자 포털사이트 검색순위는 ‘안랩 주가’가 1위로 올라섰다. 자본주의에 충실한 변수다.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 군사기지에 발사한 미사일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금값은 폭등했고, 유가는 폭락했다. 금값을 변수로 두는 비즈니스, 유가를 변수로 두는 비즈니스 등 물고 무는 복잡한 상황이 예상된다.

 

가볍게는 어제 내린 비가 있고, 더 가볍게는 오늘 저녁에 진행한 회사 회식이 있다. 회식을 했으니 내일 아침엔 해장을 해야겠다.

 

터무니없이 큰 변수부터, 헛웃음 나는 변수까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부터, 없는 변수까지. 모든 변수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어느 하나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아니, 나와 관련 있는 변수를 찾는 것이 먼저겠다.

 

변수를 찾았다면, 다음은 견딜 수 있는 변수를 찾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장점에 집중하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문장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해볼까? 사람은 누구나 내성을 갖는 변수가 있다.

 

나는 글을 쓰는 게 편하다. 글을 잘 쓴다는 말이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 앞에 앉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게 귀찮지 않다. 내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고, 함께 일하는 것이 혼자 일하는 것보다 즐겁다.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다. 내가 잘 견뎌내는 것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판단이다. 잘 견뎌내는 것은 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는 것이 편하니, 10여 년 넘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잘 견뎌내는 것은 이런 거다.

 

변수를 파악하고, 견뎌내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아가 우리는 변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학습으로 지식을 만들 수 있지만, 지식이 늘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지식이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지식을 평가로 연결하려면 그 지식 분야에 가장 정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식의 절대량이 적어도 차별화하면 타인에게 가르치는 입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그리고 변수는 현장에서 만들 수 있다. 열정을 찾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행위가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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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 전략

 

 

“실제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지식은 유통되지 않고 현장의 상황에 맞춘 높은 가치의 지식이다. 즉,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가치의 원천인 것이다.”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아쉽지만, 이 모든 행위가 성장산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새로운 기회를 가능하게 한다. 이 모든 행위가 바로 언제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마무리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생산기술』 은 프로그래밍으로 시작해 개발자를 떠올리지만, 개발자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이다.

 

내가 성장산업에서 만난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은 배움의 자세를 가졌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했으며, 변수를 만들 줄 알았다. 그들의 성공이 부러웠지만, 질투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팬이 됐다. 그들은 살아남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꾸고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성장산업에 속한 개발자라면, 꽤 좋은 환경을 가진 것이다.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순 없지만, 나름 최적의 환경이다. 이제 배움의 자세를 찾고, 자원을 활용해 현장에서 변수를 만들자. 이 모든 행위가 성장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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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용(글 쓰는 감성 개발자)

 

6년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로 일했다. CODEF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에서 함께 공부한다.
//bit.ly/steworkr

 

 

 

 

 

 

 


 

 

IT에 몸담은 이들을 위한 지적 생산 기술니시오 히로카즈 저/김완섭 역 | 제이펍
엔지니어의 프로그래밍과 글쓰기라는 예를 통해 지적 생산 기술을 제안한다. 아울러 다양한 지적 생산 기술의 특징과 공통점을 파악하고, 그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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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세용(글 쓰는 감성 개발자)

6년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에서 함께 공부한다. http://bit.ly/stew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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