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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큐레이터 특집] 과학은 1도 모르지만 과학책은 궁금해요 - 조진호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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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이라는 장르는 접근성 면에서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니다. 과학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을 거둔 조진호 작가의 큐레이션이 궁금했던 건 그 때문이다. (202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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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저술가 조진호 작가

 

 

굳이 따지자면, ‘과학책’이라는 장르는 접근성 면에서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니다. 거리감을 좁히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중이지만, 오래 숙성된 난이도는 엄연히 존재한다. 데뷔작인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로, 과학 이야기를 전달하는 대중적 문법에서 심상치 않은 성공을 거둔 조진호 작가의 큐레이션이 궁금했던 건 그 때문이다. 이 작가라면, 왜 우리가 지금 과학책을 읽어야 하고, 그러려면 어떻게 그 영역에 발을 디뎌야 하는지 알려줄 것 같았으니까. 재밌는 건,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석사 학위까지 받은 그 역시 과학책을 진지하게 접한 건 10여 년 전이라는 사실이다.

 

“사이먼 싱의 『빅뱅』이라는 책이 저를 과학의 세계로 인도한 첫 책입니다. 현대 우주론에 이르는 과학자들의 생각의 역사를 담은 책인데, 내용이 무척 정확하고 명료합니다. 단, 내용이 아주 쉽지는 않아요.” 조진호 작가는 ‘과학은 원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허들은 넘으라고 있는 법. 어렵다고 주저앉기엔 과학책 읽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 속도가 붙는다.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며, 크리에이터에겐 영감을 제공하고, 대중에겐 문화생활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작가가 이정모, 이명현 등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함께 엮은 『판타스틱 과학책장』 에는 엄선된 과학책 리스트가 빼곡하다. “인문학이나 철학은 대표 서적을 비교적 쉽게 안내받잖아요. 반면 과학책은 몇몇 베스트셀러나 고전을 제외하면 어떤 책이 좋은지 알기 어렵죠. 처음부터 의미 있는 책이 될 거라고 예상했어요.” 이 책의 기획 취지는 ’기꺼이 과학을 접하고 싶은 일반인을 위한 과학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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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가이드를 자처한 그에게 남은 큐레이션의 키워드를 좁혀 주문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선 ‘숨어있는 명저’. “장 마리 비구뢰가 쓴 『과학안단테 뉴턴의 사과』를 추천합니다. 고대 자연철학부터 뉴턴의 물리학에 이르는 중력과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사고 과정을 정말 잘 서술한 책이에요. 독자에게 지식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우주의 신비에 대해 흠뻑 젖게 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숨어있는 명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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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과학 책장』『생명의 도약』『로지코믹스』『빅뱅』『과학 안단테 뉴턴의 사과』

 

 

다음은 ‘대중성’. “닉 레인이 쓴 『생명의 도약』 입니다. 그는 생명과학 분야의 대중서 분야에선 마스터의 영역에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생명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 10가지를 심도 있게 서술하는데, 풍부한 소양과 필력은 같은 과학 저술가인 저를 감탄하게 만듭니다” 마지막 주문은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 “단연 로지코믹스』 . 수학자 버트란드 러셀의 사상과 인생을 다룬 과학교양 그래픽노블이에요. 만화라는 형식이 과학을 표현하는데 매우 훌륭한 형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책입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읽고 완전히 꽂혔는데, 제가 수년간 작업 중인 과학 익스프레스 시리즈가 이 책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어요.”

 

 

 다양한 루트를 거쳐 과학책에 입문한 뒤엔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 기뻤다’라는 독후감보다 ‘책을 읽은 후 궁금한 게 많아졌다’는 독후감을 기대한다는 작가는 이 문장만큼은 꼭 기억해 두라며 일급 큐레이터로서의 소임을 다했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 마지막 부분)

 

 

 


 

 

판타스틱 과학 책장이정모, 이명현, 이한음, 조진호 저 | 북바이북
과학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화성에서 소금물이 흐른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해도 그 뉴스가 어떤 분야에 속하며 그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기 위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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