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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에이모 토울스, 품위를 지키는 인간이란

버락 오바마가 선택한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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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그 어떤 노력보다도 더 나를 만족시킨다.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는 나를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면서 그 안으로 더 깊이 끌어당긴다.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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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 Jacobs

 

빌 게이츠는 2019년  ‘휴가 때 읽을 책’으로 권했고,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올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추천했다. 2016년 미국에서 출간돼 150만 부, 2018년 국내 소개돼 4만 부 넘게 팔린 소설 『모스크바의 신사』 의 작가 에이모 토울스를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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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마저 아름다운 ‘품위의 인간’,  『모스크바의 신사』

 

 『모스크바의 신사』 주인공은 러시아 귀족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 볼셰비키 혁명 이후 구체제 유물로 여겨져 총살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젊은 날 혁명의 도화선이 된 시를 쓴 공을 인정받아 모스크바의 메트로폴 호텔에 종신 연금을 당한다. 스위트룸에서 쫓겨나 창고 방으로 밀려난 백작은 1922년부터 32년간 구금당해 호텔 식당 웨이터로 일하면서도 품위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라는 그의 신조는, 어린 시절 콜레라로 부모를 잃은 그에게 대부(代父)가 건넨 조언이다.

 

곽아람(이하 곽) :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할 때 바닥을 보여준다고들 한다. 하지만 로스토프 백작은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도 우아한 ‘품위의 인간’을 그려낸다. 백작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 있나?

 

에이모 토울스(이하 에이모) : 19세기 유럽 귀족들에게는 매너를 통해 표현되는 어떤 관례에 따라 살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종종 불완전하지만) 도덕과 용기를 따라 살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모스크바의 신사』 의 주인공인 로스토프 백작도 이런 19세기의 귀족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나는 몇 년 전 파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19세기 남자의 초상화 한 점을 샀다. 그림을 책상 앞에 걸어놓고 오랫동안 보았다. 백작이 그 초상화 속 인물에게서 조금은 영향받았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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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게 영감을 준 19세기 남자의 초상화

 

 

곽: 호텔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만 724쪽 책 한 권을 채우는 일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

 

에이모: 건물 하나, 4개의 벽 안 국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라는 설정이 나를 매료시켰다.


이러한 제약을 받아들임으로써 엄청난 창작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장이지만, 허먼 멜빌은 『모비딕』 에서 비슷한 전략을 추구한다. 주인공 이스마엘과 우리 독자들은 피콰드호(號)에 올라타 500페이지가 넘도록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멜빌은 암시, 기억, 분석,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시적인 탐구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배에서 구현해낸다. 작가가 작고 제한된 공간으로 세상의 모든 훌륭한 표본들을 가져온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 토마스 만의 『마의 산 , 애거서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 등을 보라.

 

소년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 졸업 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았다. 대학원 때까지 소설을 썼지만 20대 중반 ‘입에 풀칠하기 위해’ 뉴욕에 투자회사를 연 친구에게 합류했고, 그 후로는 투자 전문가로 21년간 일했다. 그는 “멋진 직업이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근사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어린 시절의 열정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실망한 채 인생을 마치게 될 거란 걸 알았다”고 한다.

 

일과 병행해 30대 중반부터 7년 동안 주말마다 글을 썼다. 그렇게 완성한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서랍에 넣어 봉인했다. 인생의 변곡점이 된 것은 40대 초반, 1930년대 뉴욕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우아한 연인』의 집필을 마쳤을 때였다. 늦깎이 신인 작가의 원고는 출판사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한화 1억 원에 판권이 팔렸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재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2011년 출간
한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는 2012년 말 전업 작가가 됐다. 창작에 온전히 몰두한 그가 4년
이 지나 내놓은 작품이 바로  『모스크바의 신사』 다.

 

곽: ‘호텔에서만 생활하는 주인공’이라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은 건가?

 

에이모: 2009년 투자전문가로 일하면서 매년 출장 때마다 묵던 제네바의 한 호텔을 방문했을 때, 문득 로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 전해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평생 한 번도 호텔을 떠나지 않은 것처럼. 그 주말 호텔 방 메모지를 가져다   『모스크바의 신사』  플롯을 짜기 시작했다.

 

 

“작품 속 책은 일종의 창(窓)”, 『우아한 연인』을 통해 들여다본 에이모 토울스의 세계

 

193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데뷔작 『우아한 연인』 . 소설의 남자 주인공 팅커는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나 몰락을 경험한다. 14살의 팅커는 어머니로부터 조지 워싱턴의 책 『사교와 토론에서 갖추어야 할 예의 및 품위 있는 행동 규칙』을 생일 선물로 받는다. 그 후 그는 이 책을 출세의 지침서로 삼아 상류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분투한다.

 

곽: 인간의 ‘품위’는 당신의 오랜 주제인 것 같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에이모: 사회 계층의 층위를 들여다보는 데 관심이 많다. 한 계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옮겨가기 위해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무엇을 얻고 또는 잃는지 등등에 대해. 이 역학의 본질적인 측면은 우리 내면의 자아(혹은 정체성과 도덕에 대한 감각)와 우리의 외형(우리의 말투, 매너, 패션) 간의 작용이다. 품위란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가 교차하는 바로 그곳에 존재한다.

 

곽:  『모스크바의 신사』 에서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와 미셸 몽테뉴의 『수상록』 이 큰 활약을 한다. 로스토프 백작의 마음을 다잡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아한 연인』 에서도 여주인공 케이트가 독서광으로 그려지는데.

 

에이모: 내 소설에서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이다. 소설 속 음악, 그림, 영화도 마찬가지다. 소설을 통해 예술 작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창문 같은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어느 순간의 사회적 상황, 자신의 개성과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매우 특별한 시간과 공간에 놓여 있다. 주인공이 이 맥락에서 관찰하는 예술 작품은 그와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 자신의 세계와 조화되거나 대립하는 다른 세상에 대한 창(窓)을 제공한다.

 

곽: 『우아한 연인』 의 케이트도 러시아계 이민자다. 특별히 러시아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나.

 

에이모: 나는 러시아 연구자가 아니다. 러시아어도 하지 못한다. 러시아 역사를 공부한 적도 없고, 그저 몇 번 가본 것이 전부다. 그런데 20대 때 고골,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황금기의 작가들을 알게 되고, 곧 사랑에 빠졌다. 이후에는 시인 마야콥스키, 춤꾼 니진스키, 화가 말레비치, 영화제작자 에이젠슈타인 등을 포함한 20세기 초기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야성적이고 독창적이며 자신만만한 문체를 발견했다. 이 작품들을 경험하면서, 하나의 일가를 이룬 러시아의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선언문(manifesto)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나라의 독특한 심리상태에 깊이 빠져들수록, 더 매혹되었다.

 

 

다음 작품 출간에 대한 계획

 

에이모 토울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면 책상에 앉아 작업을 시작한다. 정오 무렵 식당에 가 바에 앉아 혼자 점심을 먹으며 아침 작업을 수정하거나, 다음 날 작업의 개요를 짠다. 이 ‘회사원형 작가’는 2021년 출간을 목표로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곽: 신작은 어떤 내용인가?

 

에이모: 18세 소년 3명과 8세 소년 1명이 1954년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에서 뉴욕으로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딱 열흘간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는데, 스타일, 구조, 주제 면에서 앞의 두 책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곽: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에이모: 내게 있어 책 한 권을 쓰는 일은 4년 동안 동굴에서 사는 것과 같다. 따라서 소설을 완성해 세상으로 나아가 한국처럼 먼 곳에 있는 독자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감격스러운 일이다. 내 작품에 기회를 준 한국의 모든 분들께 겸허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당신은 왜 쓰는가?

 

에이모: 글쓰기가 그 어떤 노력보다도 더 나를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글쓰기는 나를 세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면서 그 안으로 더 깊이 끌어당긴다.

 

 

 

 

* 에이모 토울스

미국 보스턴 출신 작가 에이모 토울스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토울스는 20세기 전반부 상황을 주된 문학적 배경으로 삼는다. 정교한 시대 묘사를 통해 당시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를 독자와 함께 향유하고, 친근한 인물들을 통해 허구의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토울스의 두 번째 장편소설 『모스크바의 신사』는 20세기 초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국적 신비와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이끌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대중적 성공을 이루었다. 한 작품의 완성에 4년의 집필과 1년의 독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현재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 중이다.

 

 

 

* 곽아람


1979년 부산 출생. 2003년부터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음. 저서로 『그림이 그녀에게』(2008),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2009) 『어릴 적 그 책』(2013), 『미술출장』(2015), 『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2018) 『바람과 함께, 스칼렛』(2018)이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에이모 토울스 저/서창렬 역 | 현대문학
암울한 시대를 재치 있게 풍자하고,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이라는 한 개인의 소중한 하루를 통해 시대의 숨은 낭만을 밖으로 꺼내놓는다. 역사와 철학, 문학과 예술에 정통한 백작답게 그의 하루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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