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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1월 대상 - 부모님께 다정하게 말하기

2020년 나에게 하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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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나에게 하는 약속은 ‘부모님께 다정하게 말하기.’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즐거움을 많이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2020.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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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1월호 주제는 '2020년 나에게 하는 약속'입니다.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높아진 가을. 이때가 되면 각 단체에서는 체육대회를 한다. 나도 어김없이 참여했다. 일요일 이른 낮이 피곤할 만도 한데 모일 때는 풀린 눈을 하고 운동장에 걸어 들어오던 사람들이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눈이 반짝이고 승부욕에 불타오른다. 나도 비실비실 관중석에 앉아 있다가 릴레이 경기에 참여했고 상대편이 빠르게 달려와서 자기 팀 계주에게 바통을 넘겨주는 것을 보고는 급기야 흥분하고 말았다. 내가 맡은 것은 뒤로 달리기였는데 뒤로 빠르게 뛰어가다가 결국 뒤로 날라서 자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왼쪽 팔목 뼈에 금이 가는 골절상을 입히고 깁스를 해야 하는 사태를 만들고 말았다.


지금 내 왼손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다. 내가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라는 것은 지금 아주 불편하게 일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부모님께 염려와 걱정을 한껏 끼쳤다. 나는 인생샷으로 되기에 충분한 자빠지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그걸 본 엄마는“너도 나이가 있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거야.” 이 말에 나는 감정이 일렁거림을 느꼈고 바로 엄마에게 쏘아붙였다. “엄마, 내가 넘어지고 얼마나 빠르게 일어났는지 알아? 나는 그리고 또 뛰었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니. 내가 엄마처럼 60대야!?" 하며 괜한 서운함에 성질을 팍 내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카페에 출근하여 영업을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자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깁스를 한 왼손을 보고 단골손님은 왜 그러냐고 물어봤다. 운동하다 넘어졌다는 말에 “우리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지인에게 골절 사건을 이야기했더니 “나이 먹으면 몸이 내 맘대로 안 움직여. 예전 너 어릴 때 생각하면 안 돼.” 이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웃으며 공감했고 바로 수긍했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말에는 나는 왜 격분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왜 나는 엄마의 맞는 말에 쏘아붙여야만 했는가. 그렇게 가만가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부모님께 다정하지 않게 말을 하고 있는 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엄마와 나와의 내면. 만약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이것은 마치 켜켜이 쌓인 크레페 케이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말이냐 하면 지인의 말들은 감정을 크게 흔들만한 작용을 못 한다. 가족과는 다른 느낌이다. 피상적 관계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서운함을 한 장 쌓아주면 그냥 후 하고 날려버리면 된다. 그런데 가족은 다르다. 우리가 함께한 세월은 길다. 그 안에 있는 사연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아주 많은 우여곡절의 서사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그중에는 여전히 서운한 케케묵은 기억들이 몇 개 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부모님이 그냥 의도치 않게 한 한마디는 서운함이 켜켜이 쌓인 크레페 케이크 같은 마음 위에 한 장이 턱 하고 더해지니 더 큰 묵직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긴 세월을 함께한 우리는 이제 어떤 말이 폭탄의 도화선이 되어 일촉즉발의 사태로 될 것임을 서로 안다. 서로에게 민감하고 예민한 말은 조심한다. 그렇지만 그냥 튀어나오는 의도치 않은 말까지 다 피해 가는 것은 무리다. 입장 바꿔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괜한 한마디에 토라지고 성질내는 마흔의 사춘기 딸을 보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지 않을까? 사춘기와 갱년기 사이에 있는 자식을 대하는 부모님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그러니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 이제는 돌려드려야겠다. 마구마구 다정하게 마구마구 칭찬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2020년 나에게 하는 약속은 이것이다. ‘부모님께 다정하게 말하기.’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고 즐거움을 많이 만들어 드리는 것이다. 유한한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하는 우리는 이제 다정해야만 할 것이다. (여태껏 다정하지 않았다면.)

 



김경희 4년 차 카페 사장. 2019년 11월, 카페 창업 노하우를 담은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김은경 작가의 심사평

 

심사 내내 ‘행복하고 싶다면 소원으로 행복을 빌면 되는데 사람들은 돈이나 승진을 빈다’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동시에 근 10년째 나의 새해 목표가 ‘영어 마스터’이고, 동시에 근 10년째 좌절 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육성으로 웃었다. 영어만 잘하면 만사형통, 행복이 손안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만 빼고 다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수상작들은 부모님에게 따뜻하게 말하기, 친구에게 편지 쓰기, 머리와 자존감 지키기, 지인에게 식물 선물하기 등 일상의 자잘하고도 신나는 행위를 새해 목표로 ‘약속’한다. 이직이나 자격증 취득 등 자칫 사회적 성취에 밀려날 법도 한 행위들에 이토록 큰 자리를 내어준 이유는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기 때문일 것이다.


수상작은 주제 선정은 물론 비유와 묘사가 좋아 몇 번이고 “오!” 소리를 내며 읽었다. 역시 구체적으로 적은 글은 머릿속에 잘 남아 저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준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이 약속들의 결과를 알고 싶다. ‘영어 마스터’보다 ‘행복’을 약속한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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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경희(나도, 에세이스트)

5년 차 카페 사장. 2019년 11월, 카페 창업 노하우를 담은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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