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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극 <빈센트 반 고흐>로 뮤지컬 무대 돌아온 배두훈
포레스텔라, 뮤지컬 활동은 서로 좋은 영향 미쳐
초반에는 멋모를 때라 술술 풀리는 것 같았는데 점점 미궁에 빠지더라고요. 실존 인물이고 관련 책도 많잖아요.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할까요. (2019. 12. 11)
추운 겨울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개막했습니다. 지금이야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가운데 한 명이지만, 생전에는 그림 한 점 팔기 힘들었던 가난한 청년 예술가 빈센트와 그럼에도 형을 지지하고 지원했던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900통의 편지를 토대로 만든 이야기는 어쩌면 불안하고 불완전한 우리 모두의 모습 같아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데요. 특히 미술관에 온 듯 무대 위에 영상으로 걸리는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과 가수 선우정아 씨가 만든 색다른 결의 음악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의 또 다른 인기 비결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낯익은 배우들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빈센트와 테오의 옷을 입은 배우들도 보이는데요. 특히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배우 배두훈 씨가 눈에 띄네요. 개막을 앞두고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배두훈 씨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뮤지컬은 2년 반 만에 하는 거예요. 작품은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일정이 잘 안 맞는 게 많았고,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 워낙 유명하고 2인극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데 팬층이 두터운 작품인 데다 빈센트 반 고흐라는 인물 자체도 마니아가 많아서 무대에 서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초반에는 멋모를 때라 술술 풀리는 것 같았는데 점점 미궁에 빠지더라고요. 실존 인물이고 관련 책도 많잖아요.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방해가 됐다고 할까요. 저도 뭔가 하려는 욕심이 생기고. 그런데 개막 전에 (박)유덕이 형과 연습을 하면서 막혔던 부분이 좀 풀렸어요. ‘무언가를 하려는 것보다 흘러가도록 두는 게 나은 순간이 많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초연 때 창작진과 배우들의 키워드도 ‘작품을 보러 오시는 분들께 어떤 먹먹함을 선물하고 싶다’였다고. 저도 다르게 접근하니까 해결이 되더라고요.
그 수많은 정보를 배제하고, 대본에 적힌 빈센트는 어떤 인물인가요?
예술가이지만 성직자 같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돼요. 예술로 다른 사람을 구원하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자신도 구원받으려고 했던 게 아닐까. 철저히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굉장히 열심히 그림을 그렸잖아요. 그림을 위해서만 살았던 안타까운 삶이죠. 생전에는 가난과 힘듦의 연속이었고, 죽고 나서야 인정을 받는 아이러니한 삶이었고요. 그런데 연출님이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굉장히 행복하게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작품 전체가 슬프고 처절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런 빈센트 반 고흐가 되는 남다른 과정이 있었나요?
색다른 연습과정인데 미술 수업이 있었어요. 고흐의 그림을 똑같이 그려보는데 많은 걸 느끼게 됐어요. 일단은 그림을 그린다는 게 막노동 같아요(웃음). 수많은 점과 선이 모여서 하나의 그림이 되는가 하면 색도 멀리서 봤을 때는 드러나는 색깔이 몇 개 없는데 자세히 보면 여러 색이 섞여 있고요. 2~3시간 정도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데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고흐가 어떤 날은 하루에 2~3개 작품도 그렸다는데, 병적으로 또 광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 이런 과정이었겠구나, 그분의 심리 상태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앞서 <빈센트 반 고흐>가 2인극이라 더 끌렸다고 했는데,
상대배우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면도 있습니다.
배두훈 빈센트가 만난 네 명의 테오는 어떻게 다른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시죠!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 가운데 한 명이지만 무대에 등장하는 빈센트는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 예술가잖아요. 배두훈 씨도 연기와 노래를 하는 사람이니,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때가 떠올랐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하지, 노래를 이렇게 부르고 싶은데 왜 안 돼지’ 그런 자학이나 자책이 많이 떠올랐어요. 특히 ‘팬텀싱어’를 하면서 그런 기분이 많이 느껴졌어요. 뮤지컬을 할 때도 그런 생각은 했지만, 그 감정의 강도가 그렇게 세지는 않았거든요. 아마도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했던 것 같은데, 경연 프로그램을 하면서는 다 발가벗겨지잖아요. 많은 사람이 보는 프로그램이었고, 계속 다른 사람과 비교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중압감. 우승은 했지만 포레스텔라 활동을 하면서도 그 감정은 계속 있었어요. 자책과 더 큰 부담감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까 지금은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 과정도 거쳤는데 이걸 못하겠어?’라는 생각에.
같은 무대지만 뮤지컬과는 많이 다르겠죠?
노래를 하고 관객이 있다는 점에서는 뮤지컬이나 콘서트나 같은 지점에서 출발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뮤지컬을 하면서 좀 소극적이었다면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많이 하다 보니 꽤 과감해졌어요. 이번에 <빈센트 반 고흐> 를 준비하면서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게 되더라고요. 반면 뮤지컬을 했던 경험이 포레스텔라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요. 스토리를 많이 부여하려고 해요. 노래 가사와 감정을 해석해서 창법은 물론이고 표정이나 제스처, 시선까지 제시하는 편이거든요. 테크닉적으로 잘하는 분들은 너무도 많은데 기술이 좀 부족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하면 뭔가 모르게 관객들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뮤지컬과 또 다른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요.
반대로 뮤지컬을 준비하면서 ‘과하다’고 지적받은 적은 없나요(웃음)?
있어요(웃음). 연출님이나 음악감독님의 공통적인 코멘트인데 ‘너무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힘을 빼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배우에게는 어려운 주문이죠. 잘하고 싶은 욕심, ‘배두훈 빈센트는 이래야 한다, 이러고 싶다’는 욕심이 있으니까. 그래서 연습을 할수록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요. 예민함이나 광적인 면을 표현하려고. 그냥 하면 되는데. 그래서 지금은 힘을 많이 뺐어요.
앞으로는 연기와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건가요?
그렇죠. 포레스텔라 활동이 정말 좋거든요. 온전하게 노래만 할 수 있어서 200% 마음에 드는 일이고, 이 활동을 통해 많은 분에게 알려지게 됐고 저를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게 저에게는 소중한 팀이에요. 연습이 많은데도 지난 3년간 한 번도 싫은 적이 없었어요. 뮤지컬은 또 다른 갈증이라고 해야 할까요. 포레스텔라를 통해서는 하지 못하는 모험을 경험할 수 있고, 배움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음악만 하다 보면 순간순간 아이디어가 고갈되거나 정체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다시 뮤지컬 작업을 하니까 영감이 떠오르고 활력소가 돼요. 아직까지는 스케줄 조율이 힘들 때가 있는데, 서로 시너지가 되는 것 같아서 뮤지컬도 가능하다면 1년에 두 작품 정도는 하고 싶어요.
‘팬텀싱어’ 출연과 ‘포레스텔라’ 활동을 통해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건가요?
행복함과 만족감이 생긴 것 같아요. 경제적인 부분도 나아졌고요(웃음). 그 전에도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꾸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사는 면이 있었거든요. ‘나도 이만큼 할 수 있는데, 나는 왜 저렇게 못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지금은 그런 면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상이 더 즐겁고, 작품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요.
재능을 마음껏 드러낼 기회를 찾았고 제대로 인정받아서 자연스레 찾아온 행복감과 만족감인 것 같네요. 빈센트도 생전에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요(웃음).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와 함께 2019년을 마감하고 2020년을 열어갈 텐데, 마지막으로 소감과 바람을 들어볼게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알차게 잘 보낸 것 같아요. 작년에는 산 넘어 산처럼 느껴질 정도로 스트레스도 많고 힘들었다면 올해는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한 해였거든요. 특히 뮤지컬 마침표를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욱 기쁘고요. 원하는 그림을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년에는 일단 <빈센트 반 고흐> 를 잘 마무리하고, 포레스텔라도 새 앨범을 준비할 텐데 잘돼서 올해보다 더 나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잘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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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