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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이, 강병인 “우리말은 ‘말맛’이 중요해요”

『오롯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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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있어야 꼴이 살거든요. 말이 사라지면 꼴도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문자도 사라져요. 일단 우리말을 지켜야 되고, 말을 지킴으로 해서 꼴도 살게 할 수 있는 거죠. (2019.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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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한 글자 의성의태어를 모아 들여다봤다. 홀로 우뚝 선 채로 삼라만상의 뜻을 오롯이 품고 있었다. 그것들을 한 데 모으자  『오롯한글』  이 이루어졌다. 오롯한 글, 오롯한 한글, 오롯한 글자, 오롯한 한 글자가 담겼다.

 

‘하’는 “입김 불 때의 의성의태어”이고, ‘붕’은 “공중에 들리는 모양을 담은 의태어”, 그리고 ‘헉’은 “몹시 놀라거나 숨차 순간 숨을 멈추거나 들이마실 때 쓰는 의성의태어”이다. 이렇듯 112자를 모아 그들이 가진 맛과 멋을 발굴해냈는데, 한 예로 ‘삭’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시옷은 두 개의 사선이 갈라지는 모양으로, 열린 지퍼나 세로로 긴 종이 가운데를 찢다 그대로 뒤집으면 바로 시옷이 된다. 특히 삭의 첫소리(ㅅ)는 양쪽 사선으로 벨 때의 칼의 움직임을 옮겨 놓은 듯 보이고, 받침소리(ㄱ)는 시옷의 쇳소리를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베는 행위가 끝났음을 알리는 마침표 역할을 한다. 재빨리 삭 하든 천천히 ‘사악’하든 삭이 지나간 자리에는 가늘고 선명한 자국이 남는다. ( 『오롯한글』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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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이 작가는 깊이 있는 통찰과 해석에 특유의 재치까지 더하며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앞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으로 800여개의 우리말 의성의태어를 소개했던 그가 다시 한 번 ‘글맛’ 나는 책을 선보이는 것. 그런가 하면  『오롯한글』  이 전하는 ‘글씨맛’은 글씨예술가 강병인의 것이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게 하는 일”을 맡아 각각의 글자가 가지는 의미, 그것을 발음할 때 만들어지는 소리의 속도, 무게, 크기 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두 사람은 십여 년 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잡지기자였던 장세이 작가가 강병인 작가를 인터뷰하며 처음 만났다. 잡지사를 떠난 후 장세이 작가는 나무 수필  『서울 사는 나무』 , 우리말 의성의태어를 담은 책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을 썼다. 한글 캘리그래피의 개척자로 불리는 강병인 작가는  『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  『글씨 하나 피었네』  를 통해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영화 <의형제>와 드라마 <대왕세종>, <미생>의 제목, ‘참이슬’과 ‘화요’의 상표 글씨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지난 11월 14일, 성수동에 위치한 생태책방 ‘산책아이’에서 장세이, 강병인 작가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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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가진 오묘함이 있어요


처음 공동 작업을 제안하신 건 장세이 작가님이었나요?


장세이 : 네.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이 나온 후에 한 글자 의성의태어에 대한 부록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것까지 하기에는 제가 너무 지쳐있는 상태여서 나중에 따로 책을 내자고 하고 시간이 흘러갔는데, 유유 출판사 대표님이 우리말 책에 대한 뜻이 계속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한 글자 의성의태어에 대한 책을 따로 내보자고 했죠.

 

강병인 작가님의 글씨를 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장세이 : 두 글자, 네 글자 의성의태어는 워낙 양이 방대한데다가 글씨로 표현하려고 하면 되게 복잡한 작업이 되겠더라고요. 그런데 한 글자 의성의태어는 글씨로 표현했을 때 뜻의 방향성이 글씨의 방향성과 맞아떨어질 수 있고, 효과적으로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캘리그래피로 표현되면 더 재밌겠다’ 생각했고, 그걸 잘 하실 수 있는 분은 선생님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강병인 : 저는 무조건 O.K 이죠. 장 작가님이 원체 글과 기획력이 탁월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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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12자의 ‘한 글자 의성의태어’가 실려 있습니다. 선정 기준이 있었나요?


장세이 :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는 ‘때’로 나누어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한 글자 의성의태어는 그런 식으로 나누기에는 갈래 기준이 명확치 않았어요. 또 강 선생님이 글씨를 쓰셔야 된다는 걸 염두에 두다 보니까 외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에서 어느 정도 가늠이 되는 가늠자가 필요했는데요. 그래서 수직, 수평, 사선 등 뜻의 방향성 여섯 가지를 정하고 거기에 맞게 글자를 배분했어요. 

 

각 글자에 대한 장세이 작가님의 해석과 강병인 작가님의 글씨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요. 서로 생각을 교환하시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강병인 : 전체적으로 다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래서 처음에 고민이 많았죠. 정말 치열하게. 그러다 보니까 시간이 조금 걸렸고요. 제일 중요한 건, 소리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이 서로 통해있었어요. 공감이 돼 있었고요. 어떤 부분은 글을 다 읽지 않고도 글씨를 썼는데, 거기에 대한 믿음은 있었어요. 글을 안 보고 글씨를 써도 얼추 같은 맥락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맺음말에 쓰시길 붓, 나뭇가지, 돌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했다고 하셨어요. 질감이 다른 종이도 다양하게 쓰시고요.


강병인 : 저는 원래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게 제일 편한데, 어떻게 하면 소리를 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도구에 대한 고민을 한 거죠. 예를 들어서 딱 소리 나는 글자를 쓴다고 하면, 부드러운 붓보다는 나뭇가지로 쓸 때 더 딱딱한 느낌이 나거든요. 성질이 딱딱한 걸로 쓰면 글자도 딱딱하게 나와요. 그러다 보니까 돌로 쓴 글씨도 있고요.  

 

 

책을 읽다 보니까 소리의 방향성과 뜻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장세이 : 신기하게도 한글은 그게 되는 것 같아요. 알파벳으로는 표현하기 쉽지 않거든요. 낱개의 요소들이 흩어져 있잖아요. 한글은 하나의 글자가 초중종으로 합쳐져 있기 때문에, 그게 주는 오묘함이 있어요. 발음도 그렇고요. 이 책을 쓸 때 음운학 책을 많이 봤어요. 뜻의 방향성과 소리의 방향성이 거의 같다고 했을 때, 저도 그걸 이론적으로 공부해야 되니까요. 그런데 다들 너무 어렵게 쓰셨더라고요. 일단 용어 자체가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 해석하면서 봤어요. 그걸 다 인용해서 쓰는 건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았고, 독자들이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풀어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혹시 제가 잘못 전하는 건 없을지, 저만의 해석에 오류는 없을지, 고민을 많이 했죠.

 

 

 

우리말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실려 있잖아요. ‘평소에 어떻게 공부하시는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장세이 : 저는 학창시절에 이과였는데 수학 공부를 안 했거든요. 국어 만점 이과생이었지만 수학 빵점 이과생이기도 했어요(웃음). 그 시간에 저는 단어 찾기를 했어요. 영어사전 국어사전이 항상 책상에 있었고, 사전의 종이와 문장을 좋아했어요. 사전만의 어투가 있는데, 뜻풀이를 해놓은 걸 보면 정말 흠잡을 데가 없거든요. 더도 안 가고 덜도 안 가고 중간치의 해석이 달려있는데 그런 식의 문장력이 참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말이 너무 많은 거예요. 안다고 생각했던 말도 그 뜻이 아니고. 그래서 ‘가’부터 ‘하’까지, ‘ㄱ’부터 ‘ㅎ’까지 찾는 이상한 짓을 많이 했어요. 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단어장에 옮겨 적고요. 그렇게 만든 단어장이 되게 많았어요.

 

강병인 작가님은 초등학생 때 서예를 시작하셨죠. 한글 글씨를 분석, 해석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오셨는데요. 한글에 대한 이런 관심은 어떻게 생겨난 건가요?


강병인 : 추사 김정희 선생 있잖아요. 특히 예서에 굉장히 뛰어나신 분이죠. 추사 선생의 예서를 보면,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글씨로 옮긴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이 사는 공간과 그 사람의 삶과 철학을 다 분석해서 글씨로 옮기거든요. 추사께서 글씨를 쓰셨던 그 방식들을 배우려고 애를 썼어요. 다만 표현 방식은 한글로 하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시작이 된 거죠. 한글도 한자 못지않다는 생각이 출발이었어요. 특히 한글은 그 제자 원리가 ‘훈민정은 해례본’에 담겨 있으니까, 그 책을 제대로 공부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글씨로 쓰면서 이해하고 공부하게 됐죠. 그때 영향을 준 분이 정병규 북 디자이너예요. 그 분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타이포그라피적인 관점에서 수업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제가 쓰고 있는 글씨를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 원리에 대입시켜 보니까, 너무나 할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정형화된 활자 또는 우리의 한글 교육에서 표현할 수 없는 한글의 제자 원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거죠. 그게 고맙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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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지다’, ‘사라지다’


각각의 글자를 사람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그 모습도 많이 관찰하신 것 같아요.


강병인 : 저 같은 경우는 ‘소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가 관건이었잖아요. 소리 안에는 사실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거든요. 한글에 표의성만 있는 게 아니고 상형성도 있어요. 한글은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는 형태로 상형화했다고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와요. 그리고 ‘이기불이(理旣不二)’라는 말을 써요. 이치가 둘이 아니라는 거거든요. 다시 말하면 소리와 문자가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사실은 그게 한글 제자 원리의 핵심이죠. 사실 우리의 감정이 다 소리로 드러나잖아요. 화가 나면 악센트가 올라가고, 급하면 빨라지고, 슬프면 울고, 이게 자연과 인간의 삶의 형상이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형상화, 시각화하느냐를 생각해 볼 때 한글은 범위가 어마어마하게 큰 문자인 거죠. 그 안에 철학이 들어있는 거예요. 이번 책을 만드는 작업은 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재밌었어요. 더 중요했던 건 소리의 방향성이었고요. 한글의 제자 원리를 보면 소리의 방향성이 아주 명확하거든요.


장세이 : 선생님이 책   『글씨 하나 피었네』  에서 일반 명사나 추상 명사 위주로 쓰셨는데, 어떻게 보면 뜻이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확 열려 있는 것도 있어서, 표현에 자유로움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책에서 다룬 의성의태어는 현재성이 있는 말이고 역동성이 있는 말이라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운동성이 있는 말을 하나의 글자 안에 다 표현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필의 굵기, 농담 같은 것들로 자유자재로 잘 표현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선생님이 쓰신 글씨를 보면 글자마다 이응의 형태도 다 달라요. 힘의 강약과 현재성을 많이 살리려고 애쓰신 것 같아요. 뱃고동 소리 ‘뚜’, ‘부’를 봐도 자음이 여러 개 나오는데, 되게 재미난 시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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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이 작가님의 글에는 특유의 유머가 있어요. 평소에도 말씀을 재밌게 하실 것 같아요.


장세이 : 약간 강박이 있어요. 제 꿈이 개그맨이었거든요. 다른 사람을 웃기는 사람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기자 생활을 할 때도 개그맨 인터뷰는 다 제가 했어요. 너무 좋아해서.

 

이번 책에서도 많은 언어유희를 볼 수 있었어요.


장세이 : 근대소설을 좋아하는데, 박태원 같은 작가를 좋아해요. 그 분들의 글을 보면 멋도 있는데 항상 유머가 있어요. 정말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때 낭만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강퍅한 게 다 드러나지 않고 그걸 해학적으로 그렸어요. 판소리도 되게 좋아하는데, 알고 보면 되게 처절한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이거든요. 요새 글을 보면 그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자조에서 끝나는 경우들이 많죠?


장세이 : 제가 늘 경계하는 부분이 자조나 비아냥은 아니어야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다 즐겁고 행복하기 위한 거잖아요. 뭔가를 깨달아서 얻는 행복도 있고요. 그러려면 가는 길이 너무 고되고 힘들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에 실린 말들도 평소에 쉽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평소에도 여러 분야에서 한글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들을 했으면 좋겠고요. 알면 알수록 과학적이고 아름답잖아요. 뻔한 표현이지만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참 많이 쓰는데 참 모르고 쓰고 잘못 쓰는 게 우리말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말 책이 더 나왔으면 좋겠는데, 안타깝죠.

 

일반 성인 독자가 재밌게 볼 수 있는 우리말 책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장세이 : 잘 없어요. 주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책,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책이에요. 품사 관련된 책은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교양서는 없고 학술 서적, 전공 서적은 많이 있어요.

 

이번 책을 쓰시면서 특히 즐거웠던 부분이 있었다면요?


장세이 : 제가 제일 좋아했던 표현은 ‘사라지다’였어요. ‘뿅’에 대해 설명할 때 나오는데 “‘사라지다’는 ‘죽다’의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곧 죽음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살아지다’를 발음나는 대로 쓰면 ‘사라지다’인데 둘의 뜻은 이승과 저승만큼 다르다“고 썼어요. ‘사라지다’의 원 뜻을 계속 찾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네 글자가 다 예쁜 거예요. 그리고 ‘사라지다’와 ‘살아진다’의 발음이 똑같은 게 되게 신기했어요. ‘사라지다’와 ‘살아지다’는 사실 반대의 뜻이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걸 품고 있는 거죠. 이게 우리말의 오묘한 지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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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인 작가님도 그런 순간이 있으셨나요?


강병인 : 이번에 ‘흥’을 쓰면서 깜짝 놀랐어요. 한자의 ‘흥’도 굉장히 조형적으로 재밌는 글자인데 되게 복잡하잖아요. 한글 ‘흥’은 단순하면서, 소리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실제로 우리 삶에서 나오는 흥겨움을 표현하는 게 가능해요. 또 쓰면서 재밌게 느낀 건 ‘끅’이었어요. 쌍기역이 주는 느낌이 있어요. ‘꺽’은 쌍기역과 모음의 가로획이 절묘하죠.


장세이 : ‘꺽’은 트림하는 소리인데, 꼴 자체가 행로하고 똑같은 거예요.


강병인 : 뭔가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이.


: ‘꺽’ 자체에 기역이 세 개 들어가는데, 그러면서 꼴 자체가 큰 기역자 형태예요. 이런 게 참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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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장세이 : 우리말은 정말 ‘말맛’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말맛’이 많이 파괴된다는 느낌을 받아요. 말을 가지고 즐겁게 노는 건 좋은데, 원 뜻을 먼저 알고 그 다음에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위험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한 번쯤 기울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강병인 : 말이 있어야 꼴이 살거든요. 말이 사라지면 꼴도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문자도 사라져요. 일단 우리말을 지켜야 되고, 말을 지킴으로 해서 꼴도 살게 할 수 있는 거죠.  『오롯한글』  은 말과 꼴을 드러내는 책이거든요. 말의 가치와 힘, 글씨가 가지는 힘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말과 문자가 인간과 자연을 드러내기에 하나도 모자람이 없다는 걸 조금 느껴보는 책이었으면 좋겠고요.


 

 

오롯한글장세이, 강병인 저 | 유유
한글을 더 깊이 알고 글과 제대로 놀고 싶어 하는 이들, 귀에 쏙 박히는 말, 감칠맛 나는 문장을 구사하고 싶어 하는 이들, 고유한 한글의 멋을 품은 글씨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써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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