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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그것이 작가의 일

한해숙 『단상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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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끈질김. 그런 것들의 당연함에 익숙해질 무렵 접한 비보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2019. 10. 23)

가을향기_ 한해숙 그림.jpg

 

가을향기_ 한해숙 그림

 

 

인연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온다. 작가 한해숙을 만난 건 그런 일이었다.

 

4년 전 소설  『붉은 소파』  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그로 한 독자님이 방문했다. 독자님의 성함은 조송희. 송희 씨는 덧글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내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며, 읽자마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며, SNS를 하느냐며 연달아 묻더니 페이스북에서 한해숙이란 작가를 소개해주었다. 송희 씨 덕에 나는 내 소설의 제목 같은 붉은 소파에 잠든 고양이를 그린 작가 한해숙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좋아하는 카페에 다니는 한 작가의 일상은 낯익기 짝이 없었다. 그런 화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로 대화를 하는 것은 자연스레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마음은 무뎌진다. 처음 느꼈던 설렘, SNS에 새글이 올라오면 바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꼬박꼬박 달고 답글을 달아줘야 할 것만 같던 마음에 느긋함과 익숙함이 덧칠되며 “아아, 글을 올렸구나.”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적당히 좋아요를 누르게 된다. 하지만 그 낯익음이 안심 될 때도 있다. 지금 이 순간,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는 따듯함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에겐 동료가 없다. 작가는 각기 공간에서 어둠 속 스탠드 불빛 하나를 벗 삼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고독,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그렇기에 많은 작가들이 SNS에 빠져드는 것이리라. 작업을 하는 내내 쓰지 않은 태블릿이나 컴퓨터 한켠에 SNS를 켜 놓고는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같은 처지의 작가들, 그들의 일상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리라. 작가는 자신의 고독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힘을 낼 수 있는 흔치 않은 생물이기에. 한 작가 역시 내게 그런 고독의 동료가 되어주었다. 새벽, 지금 여기 내가 깨어 있다고 말해주는 듯한 접속 중의 푸른 빛, 묵묵히 서로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끈질김. 그런 것들의 당연함에 익숙해질 무렵 접한 비보는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우리 둘을 연결해준, SNS에 수많은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조송희 씨의 부고.

 

 

네가 말한 그 숲_ 한해숙 그림.jpg

네가 말한 그 숲_ 한해숙 그림

 

 

겨울이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송희 씨는 세상을 떠났다. 그 소식 역시 한 작가에게 들었다. 이후 한 작가의 그림을 보는 일은, 그녀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조금 더 깊은 감정으로 바뀐다. 누군가의 죽음을 공유하는 일은 고독을 함께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연대를 품게 한다.

 

송희 씨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자면 가끔 쓸쓸했다. 그럴 때면 한 작가의 그림을 보았다. 나와 같은 슬픔을 아는 그녀의 그림을 보고, 그녀의 일상을 공유하고, 마침내는 그녀의 책 『단상 고양이』  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의 책에서 나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향기를 발견한다.

 

내가 좋아하는 향기들.
가을 향기.
책 향기.
커피 향기.

( 『단상 고양이』 , 154쪽)

 

 

 

 



 

 

단상 고양이한해숙 저 | 혜지원
당신에게 남기는 음성메시지처럼,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을 한자씩 꾹꾹 눌러 쓴 문자 한 통처럼 그렇게 내 마음에 떠오른 단상들을 이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단상 고양이‘가 가장 적절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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