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외
10월 1주 신간
조현병을 본격적으로 다룬 대중교양서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머더봇 다이어리』, 새로운 중년을 말하는 『두 번째 스무살』 등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2019. 10. 04)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
론 파워스 저/정지인 역 | 심심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자신의 두 아들에게 찾아온 조현병에 관해 입을 열었다. 평생을 글과 함께 살아온 저자가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자기 자신과 약속했던” 책이지만, “그는 조현병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조현병은 그에게 관심이 있었”다. 작은아들을 보낸 지 10여 년 만에 세상에 나온 책. 조현병을 앓는 사람과 그 가족들의 내밀한 일상을 풀어내는 이야기와,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혐오하고 멸시해왔는지 사회적, 정치적, 의학적으로 훑어본다. 두 아들을 향한 애끓는 사랑의 시선과 동시에 정교한 논리로 반대편이 꼼짝 못할 비평을 써내는 저널리스트의 날선 시각이 느껴진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즐기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이 책으로 인해 상처 입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우주 탐사를 하려면 기업의 승인을 받아 싸구려 보급품을 챙겨 떠나야 하는 먼 미래. 탐사대는 땅속에서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오는 외계 행성 자원의 독점 사유권을 입찰할 만한지 따져보려 조사를 시작한다. 보급품 가운데는 싸우려 보안용 안드로이드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안드로이드는 스스로 ‘살인기계’라고 부르지만 틈틈이 숨어서 드라마 보는 걸 즐기고 가만히 생각할 시간을 갖도록 자신을 내버려두길 바란다. 탐사가 진행될수록 이 행성의 무언가가 고의적으로 방해하며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 캐릭터로 세계 SF 문학상을 휩쓴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의 첫 책. 인류학을 전공한 작가는 현실 사회의 복잡성을 세심하게 묘파해내는 실력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에서도 치밀하게 전개되는 스릴러와 정교한 세계관 속에 현실 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유머와 인간성에 관한 철학적 질문이 버무려져 있다.
『두 번째 스무 살』
에이미 노빌, 트리샤 애쉬워스 저/정해영 역 | 도서출판가지
엄마 세대와는 다른 궤적의 삶을 살아온 이 시대 여성들에게는 신중년 라이프가 필요하다. 지금 중년기에 접어드는 마흔 혹은 오십 즈음의 여성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직장에서 일했고 육아와 가사에도 전투적이었다. 일찍 결혼했다면 지금쯤 아이가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고, 싱글인 사람도 많다. 교육 수준이 높고 무엇이든 다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 또한 많이 느끼는 이 세대는 중년을 ‘전환의 시기’ ‘혁신의 시기’로 생각해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 역시 ‘중년’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되지 못하는 이 시기가 사실은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 코치와 카운슬러, 치료사들, 다른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지혜를 공유하는 책.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
프리야 파커 저/방진이 역 | 원더박스
오프라인 모임은 여전히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만남, 가족 모임, 업무 회의, 취미 모임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다. 모임으로 우리는 우정이 더 돈독해지기를, 가족의 정이 더 깊어지기를, 회사가 잘 굴러가기를, 빡빡한 일상에 숨통을 틔워 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모임에서 사람들은 좌절하거나 흐지부지 모임이 없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세계경제포럼을 해킹하고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인종 갈등을 중재하는 전문 조력자(facilitator)인 저자는 모임을 열고 돕는 모임 마니아로서 모임이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조건을 찾아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하 순간을 어떻게 하면 기억에 남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면 유용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책.
인터넷 스타였던 SNS 셀럽 리아가 죽었다. 급하게 마련된 리아의 장례식장에서 언니 수아는 경찰로부터 리아의 핸드폰을 건네받는다. 경아가 자살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찰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 동생의 기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임용고시생 수아는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았던 동생의 삶 속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향한 수많은 말을 만나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비교당하며 경쟁했던 언니는 동생이 죽고 나서야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던 동생의 진짜 이야기를 만난다. “누구의 고통이 더 큰지를 떠나 어떤 자리에 있든 청년 여성의 삶은 너무 쉽게 악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고발한다.
『플랜 드로다운』
폴 호컨 저/이현수 역 | 글항아리 사이언스
극단적인 기상이변이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 기후변화는 지구에 피해를 주면서 동시에 사회구조와 민주주의의 기초도 손상시킨다. ‘기후변화’는 정치 갈등과 난민, 식량 안보 위기 등을 일으키지만 다른 사회적 원인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아니었다. 기후학자들은 ‘끝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지구’를 응시하며 겁에 질려 있다.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C 보고서」라는 역사적인 자료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온도 상승 수치에 따른 잠재적 영향과 닥쳐올 위험을 전망하며 2050년이면 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55퍼센트)이 생존 가능한 한계치를 넘어서는 치명적인 온난화 영향에 1년 중 20일 이상 노출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이 책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은 거대한 행동 계획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이를 행동에 옮기려다가도, 전 지구적 시스템의 거대함 앞에서 우리는 쉽게 막연함에 사로잡힌다. 또 그것이 다시 거대함에 휘말려 묻혀버리리라는 회의도 떨치기 어렵다. 기후변화의 대전환을 도모하려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어쩌면 위기의식이나 불확실한 토막 지식이 아니라 우리에게 두려움과 무력감을 안기는 이 거대함에 맞설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획’, 막연함을 떨칠 과학적 데이터와 검증된 시나리오일지 모른다.
『하우스 오브 갓』
사무엘 셈 저/정회성 역 | 세종서적
의사인 저자의 경험을 담은 자서전적인 소설. 미국의 일류병원 ‘하우스 오브 갓’에서 내과의연수를 위해 모인 다섯 명의 인턴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과로와 부조리한 시스템을 극복해 나가려 고군분투한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엘리트 의사 사회의 모순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사회에 고발하며 ‘훌륭한 의사fine doctor’가 되는 법뿐 아니라, 결국 ‘좋은 인간good human beings’이 되는 것을 배워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사실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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