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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완전무결한 정의는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출간 기념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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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완전무결한, 완벽한 정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생각한 정의가 다른 사람이 생각했을 때 부정의일 수 있고, 그렇게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2019.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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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확신’이 만드는 ‘닫힌 사회’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의 이민규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과 만났다. 뉴욕주 검찰청 사회정의부 소속 검사인 그는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빚어낸 갖가지 사건들, 그 속에서 분투하는 초보 검사의 일상을 글 속에 담았다. “오늘도 괴물이 되지 않으려 싸우는” 그의 이야기는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책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  에 담겼다. 출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이민규 저자는 지난 18일 광화문에 위치한 북바이북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오늘 북토크의 주제는 ‘나 자신을 지키는 삶’인데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외면하기 쉬운 것들, 그렇기 때문에 늘 의식적으로 발견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 책에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들을 꼽아봤는데요. 정의, 인간, 공정, 사회, 법, 엄벌주의, 사랑, 자유 같은 것들이더라고요. 정의, 평등, 공정, 이런 가치들이 꼭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에서 거론되어야 하는 단어들은 아니고,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같이 느껴보고 토론할 수 있는 주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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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조금 더 정의롭고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로 바꾸기 위해서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민규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 자신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것.

 

“나 자신을 바꾼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나 자신을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죠. 제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직원들로부터 25억 원을 가로챈 로버트슨 씨 사건도 있고, 혐오주의자의 끝판왕에 가까웠던 리처드 씨 사건도 있는데요. 그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저 또한 제 사건, 실적, 욕심, 감정에 흔들리고 좌우되는 자기중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아마 여러분도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우리가 겪는 모든 경험이나 감정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죠. 남들의 입장은 직접적으로 얘기되거나 전달되어야만 알 수 있는 환상 같은 거라면, 내가 겪는 감정과 내가 체험하는 모든 경험들은 직접적으로 바로 알 수 있고 그래서 생생하게 느껴지거든요.”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평가 역시 자신의 감정과 기준에 의한 결정일 때가 많다고 저자는 말했다.

 

“저는 검사실에서 일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가해자들의 범죄행위나 위법행위들을 서류상으로만 보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까 그들에 대한 제 시선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죠. 사회악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무조건 척결해야 될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쉬워요. 하지만 인권변호사나 범죄자들의 변호인은 저와 입장이 다르겠죠. 그들은 서류만으로 가해자들을 보는 게 아니라, 직접 그들을 만나고 마주보면서 그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복잡하고 긴 인생에 대해서 전해들을 기회가 저보다는 훨씬 더 많죠. 그러다 보니까 그들의 입장은 저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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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선한 인간, 절대적으로 악한 인간은 없다는 진실을. 그렇다면 정의는 어떠한가. 이민규 저자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쩌면 완전무결한, 완벽한 정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생각한 정의가 다른 사람이 생각했을 때 부정의일 수 있고, 그렇게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만이 옳다는 ‘눈 먼 확신’이나 ‘닫힌 마음’은 우리를 더 고립되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닫힌 사회’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 자신부터 바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한 저자는 그것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시스템, 평등한 세상, 이런 거창한 주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일상생활에서 어떤 태도와 마인드를 가지고 살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모든 변화의 출발점은 거기에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가장 핵심적인 말이 ‘Save Yourself(너 자신을 지켜라)’인데요. 제가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모든 신입생에게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이에요. 그 말을 저도 여러분께 그대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인 만큼, 여러분 주위에 있는 분들도 모두 다 이 세상의 중심이고 지켜야 될 가치들이 있는 존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너의 존엄성을 지키고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결국 정의로운 사회, 인간적인 사회는 거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에서도 그 사실을 잊지 마시고, 늘 스스로에게 ‘Save Yourself’라는 말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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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뉴욕의 검사가 됐냐고요?


독자와의 질의응답을 마지막으로 북토크가 마무리됐다. 이민규 저자는 “글 쓰는 과정이 내 삶을 더 충만하게 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에 입학하셨을 때 “Save yourself”라는 말씀을 들으셨다고요. 학교를 다니시는 동안, 그리고 일을 하시면서 그 말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제 일이나 각오에 대해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일기장에 각오나 다짐을 쓴 게 아니라 (브런치를 통해서) 공개해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게 저에게는 하나의 지침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초심을 잃거나 다른 생각이 들 때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마음과 다짐들이 있었는데, 그걸 너무 빨리 잃지는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이 책은 저한테 “Save yourself”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셨을까요?


만약 법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영화감독 같은 걸 했을 것 같아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예술 쪽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글을 쓰는 것도 창의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법조계에 있다 보면 딱딱한 형식에 맞춰서 글을 써야 할 때가 많은데, 에세이는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글인 것 같고요. 저는 그런 거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항상 있었기 때문에, 검사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예술 쪽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많은 도시 중에서 뉴욕주의 검사가 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까 뉴욕에 있는 무료 인권 변호 단체나 정부 기관, 로펌 같은 곳에서 일을 할 기회가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느낀 바로는 뉴욕주나 뉴욕시가 다른 주에 비해서 인권법, 노동법 같은 사회적 보호막이 잘 구축돼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사회적으로도 진보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은데요. 저한테는 그런 면이 되게 끌렸던 것 같아요. 또 뉴욕에는 늘 사건 사고가 많잖아요. 이 일을 시작하기에 적합하고 좋은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뉴욕만 꼭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만약 제가 다른 도시에 갈 일이 있다면, 그거에 대해서는 별 거부반응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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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로스쿨을 나왔기 때문에 법조계에서 일하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인 철학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것들은 어떻게 쌓이게 됐나요?


사회적 문제들을 처음 고민하기 시작한 건 군대에 있을 때였어요. 고등학생 때도 딱히 관심사가 있지 않았고, 대학에 가서도 어떤 걸 공부해야겠다 혹은 무엇이 돼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제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군대를 가겠다는 약속을 했고요. 군대에 가서 처음으로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군대 도서관에서  『죄와 벌』  , 『변신』   같은 고전들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고민을 하게 된 것 같고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오히려 로스쿨에 가서 사회적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사회 정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굉장히 열정이 많은데, 그 틈에서 같이 어울리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저도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작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이 책이 브런치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는데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제 글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냥 무작정 하겠다고 한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고생이 시작됐죠. 본업이 있는 사람들은 일단 그 일에 집중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항상 써야 되는 글의 양은 정해져있고, 마감을 놓치게 되면 압박감이 들어서, 항상 새벽 1~2시까지는 원고를 썼던 것 같아요. 주말에도 편히 나가서 쉬지 못하고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글 쓰는 데에만 시간을 투자하고요. 이 과정이 스트레스를 받는 면도 있지만, 굉장히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게 굉장히 힘이 됐어요. 사실 지난 반 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너무 바빴는데, 2019년은 저한테 잊지 못 할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국에 와서 많은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인 것 같고요. 그래서 작가로서의 삶은, 좋습니다(웃음).

 

일에서 얻는 충만감이 얼마나 큰지, 작가님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로스쿨에 가기 전에도 그랬고, 들어간 후에도 그렇고, 검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생각했던 건 ‘재밌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지금도 검사 일에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만, 앞으로도 꼭 검사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은 그렇게 강하지 않은 편이에요.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직업들도 많잖아요. 훌륭한 인권 변호사들도 계시고요. 그래서 꼭 검사만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1년 동안 겪어본 결과 저한테는 이 직업이 굉장히 잘 맞는 것 같아요. 일의 비중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저는 로스쿨에서 노동법 수업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노동의 신성함에 대해서 굉장히 큰 확신을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우리 삶에서 일하는 시간이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일은 일일 뿐이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일 이외의 것이다’라는 말도 맞지만, 일에서 즐거움을 얻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삶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나는 뉴욕의 초보 검사입니다이민규 저 | 생각정원
뉴욕의 이야기지만 한국의 실정과도 다른지 않은 범죄와 불의, 정의와 인간,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정의란 무엇인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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