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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표 “사진은 자기만의 관점을 만드는 것”

『청소년을 위한 사진 공부』 홍상표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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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찍으려면,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겉모습 너머에 있는 진실 혹은 표면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2019. 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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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사진 공부』  는 촬영 기술이 아닌, ‘사진을 통해 나만의 관점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책이다. 우리는 매일 사진을 찍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사진 하나를 남기기가 어렵다. 비싼 장비가 없어서일까,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20여 년을 사진작가로 활동해온 홍상표 저자는 “마음을 다해 대상을 사랑하고 올바른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힘”이 먼저라고 말한다. 사진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사진을 가르치며 스스로 세상 보는 힘을 키워주려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사진 책을 출간한 홍상표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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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교재는 많지만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사진 책은 새로워요. 청소년을 위한 사진 공부 책을 내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신입생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진 강의를 진행하면서 장비의 성능이나 스펙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진을 찍거나 포토샵 하는 법은 제법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사진을 왜 찍는지,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대상을 찍고 포토샵 작업을 한 후에 커뮤니티나 SNS에 올려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많고요.


그런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찾을 겸 서점에 가면 대부분 ‘사진 잘 찍는 법’에 관한 책들이더군요. 반면에 사진 이론을 다룬 책들은 철학적인 사고나 미학적인 접근을 하는 경향이 강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이나 막 사진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사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쉽게 설명한 책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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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을 사진작가로 활동해오셨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데요. 작가님의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동아일보사 출판사진부 사진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전공하며 섬진강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작업과 일제시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끌려가 핵 폭격에서 살아남은 강제징용 피해자들, 또 그들의 후손들이 피폭의 고통을 겪고 있는 모습을 취재하면서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향토문화전자대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진 기록작업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EBS 세계테마기행 '부탄편’>에 출연하면서 소수민족 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동남아시아 북부의 소수부족 문화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카이브 세종’이라는 회사를 통해 변하고 사라져가는 동시대의 문화와 사물을 사진과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로 기록하는 작업과 한국영상대학교 영상촬영조명학과의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전문사진작가인 삼촌과 조카 연주의 대화로 구성되어 재미있어요. 혹시 연주는 실제 모델이 있나요? 또, 대화로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궁금한 내용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사진에 관심이 있는 연주를 만나게 되었는데 실제로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입니다. 몇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궁금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문답식으로 정리를 하면서 실제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삼촌과 사진에 관심 많은 조카의 실제 에피소드와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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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면 고급 장비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특별한 대상이나 특수효과, 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촬영하는 경우에는 그에 맞는 장비를 갖추는게 중요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장비가 없다면 아예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범위에서 이루어지는 사진 찍는 행위는 특별한 장비를 요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좋은 장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저 ‘있으니까 좋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단지 시내에서 출퇴근을 하기 위해서 슈퍼카 혹은 수륙양용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촬영장비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자신의 주된 관심사에 맞는 최소한의 도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시각화하는 작업”(86쪽)이라고 하셨어요. 어떻게 나만의 독특한 관점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을까요?


우선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겉모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진실 혹은 표면에 가려진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재래시장 한켠의 좌판 앞에서 졸고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면 무턱대고 카메라를 꺼내 찍으려 하지 말고 소란한 시장 한가운데서도 곤히 주무실까? 하는 의문을 먼저 가져보는 겁니다. 새벽 장을 위해 보따리 한가득 채소를 싸 들고 시장에 나오신 할머니의 고단한 삶의 발걸음을 상상해보는 거예요. 그때 느껴진 감정을 시장의 혼란함을 배경으로 표현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생각해보는 겁니다. 좌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다리를 느린 셔터속도를 이용해서 흐름이 느껴지는 전경으로 두고 그 너머의 할머니의 모습을 본다면 전경이 좋은 대조가 되면서 느낌을 강조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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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티에 브레송, 신디 셔먼 등 훌륭한 사진작가들이 언급됩니다.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는 누구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훌륭한 작가들이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최민식 선생님을 좋아합니다. 인간이라는 주제로 평생을 작업한 선생님의 삶을 통해 외길 인생을 걸어오신 그분이야말로 누구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이슈나 사건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지 않고 잔잔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인간의 삶 그 자체에 집중하셨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미래의 사진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진작가는 꼭 전업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미네 집』  이라는 사진집을 낸 전몽각 선생님도 사진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셨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꾸준히 관찰하고 26년 동안 사진에 담아오셨습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더라도 훌륭하고 좋은 사진은 누구라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세상을 사랑하고 이해하며, 아끼는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독특한 자신만의 시선으로 기록해 나간다면 언제라도 좋은 기회를 만났을 때 인정받는 사진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홍상표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수료.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등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사라져가는 생활문화를 사진과 영상으로 아카이빙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향토문화전자대전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현재 한국영상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눈에 남는 사진보다 마음에 기억되는 사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사진 공부홍상표 저 | 지노
사진을 잘 찍는 단편적인 기술보다 사진을 사랑하고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하며,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마음을 다해 대상을 사랑하고 올바른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힘을 사진을 통해 느끼고 키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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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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