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종 PD “삶에 고전할 땐, 고전을 읽어라”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김훈종 저자 인터뷰
삶이 힘들 때, 고전을 읽으면 큰 위로는 아닐지라도 소소한 공감이라도 느끼면서 ‘고전을 읽어두길 망정이지’란 생각을 하게 되지요. (2019. 09. 24)
살면서 한 번쯤 고전이나 읽어볼까 했던 적 없는가? 아마도 지치고 힘들 때,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이 없을 때가 아니었을까. <최화정의 파워 타임>을 연출하는 라디오 PD 김훈종 저자는 삶이 힘들 때마다 스스로 고전을 찾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대학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때로 억지로 고전을 읽었지만, 정작 삶의 굽이굽이마다 고전에 위안을 얻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경험과 저자만의 해석을 담은 책이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 시대 실생활을 바탕에 두고 동서양 역사를 거침없이 종횡무진하며 동양 고전의 정수를 읽어낸다. 그러면서도 약간의 위트를 놓지 않는 건 덤이다. 독자들에게 지금 이 시대와 내 상황에 맞는, 쉽고 즐거운 고전 읽기를 제안하고 싶다는 김훈종 저자를 만나보자.
책 제목이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입니다. 제목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살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우리는 삶이 무너지는 처절한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대학 입시, 취업, 연애, 건강 뭐가 되었든지 간에 혹독한 실패를 겪게 되면, 견뎌내야 합니다. 그럴 때면 저는 『회남자』 에서 읽은 ‘새옹지마’ 고사성어를 떠올리며 작은 위안을 얻습니다. 또 ‘나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왜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 거지’란 생각에, 억울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역시나 그럴 때면, 『논어』 「학이」 편을 펼쳐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자신이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라는 구절을 중얼중얼 되뇌어봅니다. 큰 위로는 아닐지라도 소소한 공감이라도 느끼면서, ‘고전을 읽어두길 망정이지’란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중얼거리다가, 문득 이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저자 소개에 '어릴 적부터 먹을 갈아 화선지에 붓으로 써가며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외웠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작가님 또래에서 흔치 않은 경험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이덕무 선생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어린 시절 ‘간서치(看書癡)’였어요. 동네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사와 봐야, 두어 시간이면 요절이 났습니다. 아버지의 월급봉투는 너무도 얇았고, 지금처럼 공공도서관이 잘 갖춰져 있지 않던 시절이었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집에 나뒹구는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신문은 국한문 혼용이었다는 점입니다. 한자를 모르면서 신문을 읽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 초등학교 시절, 유일한 사교육인 서예학원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천지현황(天地玄璜). 이렇게 보통 하루에 네 글자를 예쁘게 연습해 써서는,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돌아왔습니다. 박봉에 어렵사리 보내주신 학원이라 그런지, 어린 나이였지만 ‘본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웃음) 뜻과 음은 물론이요, 한자를 완전히 쓸 수 있을 때까지 달달 외우고 나서야, 학원 문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 한자에 눈이 뜨이더라고요. 그게 결국 대학 전공까지 이어졌죠.
한 번쯤 고전(古典)을 읽어야지 했다가,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저는 쓰러져가는 ‘골목식당’을 살리려는 백종원의 마음으로, 설탕을 많이 뿌렸습니다. 아주 많이. (웃음) 동양 고전이라고 하면 겁부터 내는 독자들을 위해, 제 인생 에피소드, 비교적 낯익은 서양 철학 개념,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맛을 낼 수 있는 재료는 모두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죠. 『논어』 , 『맹자』 ,『사기』를 전혀 접해보지 않았던 독자들께 감히 권해드릴 수 있을 만큼 재밌고 쉽습니다.
출간 전 온라인 연재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재 당시나 최근 독자 서평 중에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을까요?
예스24 리뷰란에 ‘그동안 거부감이 들었던 『논어』 , 이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군요’란 서평이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단 한 분의 독자라도 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논어』 를 사러 서점으로 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계속 생각했거든요. 또 어떤 분은 ‘책상에 두고 자주 읽어 보겠다’는 평을 남기셨습니다. 저 역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해마다 한 번씩 읽는 저만의 경전들이 몇 권 있습니다. 그래서 ‘책상에 올려두고 자주 읽어 보겠다’는 평은, 황송할 정도죠.
라디오 PD이자 종이책을 낸 저자로 살고 계십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작가님이 생각하는 아날로그 매체의 매력은 뭘까요?
<책하고 놀자>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수년간 담당하셨고,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선배가 제 책을 읽어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훈종아, 책이 참 따뜻하네.” 저는 아날로그의 매력은 따뜻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10초면 뚝딱, 디지털로 다운로드해서 노래를 틉니다만, 십여 년 전만 해도 라디오 피디들은 그날 방송에 틀 노래를 심사숙고해 선곡하고, 음반 자료실에 들러 CD를 목욕탕 바구니에 챙겨야 했죠.
흔히 아날로그의 특성으로 희소성, 물질성을 꼽는데, 저는 여기에 ‘불편함과 비효율성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이란 매력을 하나 덧붙이고 싶어요. CD를 찾으러 가느라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내키는 대로 곡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CD 표지를 한 번 더 보게 되고, 속지를 꺼내 곡은 누가 썼는지 이 아름다운 가사는 누구 손에서 나왔는지 보게 됩니다. 한 번의 선곡은 그렇게 그 뮤지션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날로그를 여전히 사랑합니다. 제 책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이 한 분 한 분 진심으로 고맙지만, 종이책으로 구입해 따끈한 카페라테 한 잔과 더불어 읽어주신 독자분들이 특히나, 더 고맙습니다. 책장 위에 떨어진 커피 자국이나 색연필로 밑줄 친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면, 저는 아주 많이 행복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7년 넘게 진행하고 계시는 팟캐스트 <씨네타운나인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같이 진행하시는 이재익 피디님이나 이승훈 피디님은 이번 책에 대해 무슨 말씀하시던가요?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이재익 피디는 이틀 만에, 다 읽었다고 하네요. ‘재밌게 술술 읽혔다’는 평을 남겼습니다. 동양 고전에 문외한인 이재익 피디가 재밌었다니, 무척이나 기쁘더군요. 이승훈 피디는 김수미 간장게장처럼 알이 꽉 차 있다고 하더군요. 정보량이 많다면서, 동양 고전 초심자 독자분들을 살짝 염려했습니다. 아무튼 두 피디가 너무 열심히 홍보를 해줘서,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책을 사주시고, 읽어주시고, 리뷰를 남겨주시고, 여러 권 구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시고, 열심히 홍보해주시는 <씨네타운 나인틴> 애청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책을 보니,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유머러스하다고 평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고리타분하다는 고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고전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 에 나오는 표현들을 평소 대화에도 한 번 활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김훈종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먹을 갈아 화선지에 붓으로 써가며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외웠고, 한글 반 한자 반 신문을 옥편 찾아가며 읽었다. 이미 윈도95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절에도 대학에서 『맹자』 원문을 한 땀 한 땀 필사하며 익혔다. 정이 떨어질 법도 하지만 삶의 굽이굽이마다 고전을 읽었고, 큰 힘을 얻었다. 이제는 어떻게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고전의 맛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SBS 텔레비전 PD로 입사했지만, 천직인 라디오 PD로 훨씬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여러 프로그램을 거쳐 현재 <최화정의 파워타임>을 연출하고 있다.
어쩐지 고전이 읽고 싶더라니김훈종 저 | 한빛비즈
지금 우리 시대 실생활을 바탕에 두고 동서양 역사를 거침없이 종횡무진하며 동양 고전의 정수를 읽어낸다. 약간의 위트를 놓지 않는 건 덤이다. 짜증나고 답답할 때, 혹은 살면서 한 번쯤 고전을 읽어봐야지 했다면,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저자와 함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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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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