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책읽아웃] 서울에서 ‘소다드(saudade)’를 느껴요 (G. 로버트 파우저 작가)

김하나의 측면돌파 (101회)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옛날 생각 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서울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없어진 공간이라든가, 약간의 독특한 불안감 때문에 ‘소다드’를 느낄 때도 있고요. (2019. 09. 19)

[채널예스] 인터뷰1 (1).jpg


 

나이가 들면서 나는 변하고, 그 변화에 맞는 도시와의 만남이 이어질 것이다. 오래된 친구 서울에서 살 수도 있고, 지금까지 전혀 인연이 없는 새로운 도시에서 살 수도 있으며 지금 살고 있는 프로비던스에서 계속 살 수도 있다.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사람들은 내게 자주 묻는다. “어디에서 왔나요?” 글쎄,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내가 아는 건 이것이다. 그동안 거쳐온 수많은 도시들이 바로 내가 온 곳이다.

 

로버트 파우저 저자의 책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로버트 파우저 작가 편>


오늘 모신 분은 ‘각국 도시 생활자’입니다. 여행지가 아닌 일상의 터전으로서 도시를 탐구하신 분이에요. 우리에게는  『외국어 전파담』  을 쓴 언어 능력자,  『서촌 홀릭』  을 쓴 한옥 지킴이로 친숙한 분이기도 하죠. 이번에는 열 네 도시의 이면을 담아  『도시 탐구기』 를 쓰셨습니다. 로버트 파우저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저는 예전에 서촌에 살 때 교수님을 뵌 적이 있어요. 그때는 동네에서 ‘파 교수님’으로 불렀었는데, 제가 그게 더 편할 것 같아서 ‘파 교수님’으로 불러도 될까요?


로버트 파우저 :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김하나 : 그야말로 ‘언어 능력자’이시죠. 어떤 언어들을 하시나요?

 

 

800x0.jpg

                                                          


 

로버트 파우저 : 한국어도 하고, 물론 영어도 하고, 일본어는 편하게 매일매일 생활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고 글도 읽고 쓰고, 독일어 조금 배웠고, 스페인어도 배웠고, 불어는 말은 잘 못하지만 독해를 하고, 라틴어도 배웠습니다.

 

김하나 : 제일 처음 한국에 오신 게 1982년이잖아요. ‘88올림픽’도 있기 전에 한국에 오시게 된 인연은 어떤 거였나요?


로버트 파우저 : 그때는 일본 여행하고 있었는데 이웃나라 보고 싶어서 일주일, 10일 정도 한국을 여행했고요. 한국에 처음 살게 된 것은 1983년에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1년 동안 살았죠. 인연이라고 하면 일본어 공부하면서 이웃 나라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 다음에는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생겼어요. 왜냐하면 (일본어와) 유사한 부분은 흥미롭기도 하고, 일어 잘하는 한국 사람한테 시간 투자하면 한국어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시에 중국은 개방되지 않아서 여행하기 어려운 정도였는데, 대신에 1년 동안 한국어 배우면 조금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김하나 : 말을 배우고 써보고 듣는 것 자체가 교수님에게는 참 즐거움인 것 같아요.


로버트 파우저 : 네, 즐거움이죠.


김하나 : 예전에 서촌에서 한옥을 지으셨잖아요. 그 집 이름이 ‘어락당(語樂堂)’, 말의 즐거움을 뜻하는 집이었죠.


로버트 파우저 : 네, 맞습니다. 


김하나 : 정말 신기해요. 어쩜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시는지. 제가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를 보면서 정말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어요. 이를테면 ‘나와 그 분의 대화는 서태지와 아이들 세대와 386세대 운동권 형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라는 식의 비유라든가(웃음), 저는 2호선이 개통되기 전의 서울을 모르는데 교수님이 ‘그때는 아직 2호선이 개통이 안 됐었다’라고 쓰시고(웃음)...


로버트 파우저 : 네, 이대 앞에서 공사하는 장면도 기억하고요(웃음).


김하나 : 그리고 ‘미도파 백화점 안에는 ‘로사’라는 식당이 있었다’고 하셨죠(웃음).


로버트 파우저 : 네, 거기에 돈까스 먹으러 갔습니다(웃음).


김하나 : 그런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대전에 갔을 때는 ‘문경서적’이 있었고, 전주에 가면 ‘일산서림’이 있고... 저도 가본 곳인데도, 거기에서 교수님의 취향을 따라서 발견한 곳들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특히나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를 빼놓을 수 없다’라는 말씀을 하실 때, 또 ‘성심당’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이미 1987년에 가셨었다고...(웃음)


로버트 파우저 : 네, 단골이었어요. 유명한 빵을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고 유럽식 딱딱한 빵을 팔았기 때문에 단골이 됐어요.

 

김하나 : 참 다른 사람과 다른 지점이, 교수님에게는 일단 ‘외국어’라는 게 있고 그리고 ‘도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외국어 전파담』 에 이어서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이 둘 사이에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을 것 같아요.


로버트 파우저 : 저한테는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보다, 만약에 있다면, 도시하고 언어는 구조나 문법이 있기 때문에 그걸 풀어나가면 이해한다는 것. (도시의) 문법은 말하고 완전히 다르지만 ‘왜 이런 길에 이런 빌딩이 있는지’, ‘왜 이 길이 다른 길보다 넓은 건지’ 이게 문법이거든요. 그것을 도시로 보면 사회적인 구조가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재밌습니다. 약간 질서가 있는, 구조가 있는, 문법이 있는 것은 공통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김하나 : 교수님은 또 각국 도시에서 많이 살아보셨으니까, 그 경험이 어떤 구조를 파악하는 데까지 연결돼서 느끼시는 것 같아요.


로버트 파우저 : 그렇죠. 아마 여러 도시 살아보면서 질문이 생기죠,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그러면 그 도시에 대해서 알아보고 읽고 대화도 하고, 그러면 문법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공부해야 돼요. 그냥 딱 보고 산책하고 이해하는 것과 조금 다른 거죠.


김하나 : 그러니까 자연발생적으로 생긴다 하더라도 그것이 생겨나는 이치 같은 것을...


로버트 파우저 : 네. 역사적인 이유도 있고, 현재의 도시를 관리하는 건축법이라든가 도시계획적인 법률 같은 것도 있고. 예를 들어서 왜 미국 동네에는 편의점이 여기저기 없는지 생각해 보면 결국에는 도시계획상으로 여기저기 편의점을 짓지 못하는 법적인 이유가 있죠. 또 일본의 어떤 성이 있는 도시의 구조를 보면 그것도 역사상의 이유가 있고, 그 역사 속에서 관리하는 법도 있었고 성의 권력에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가까이 살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 그런 여러 가지 역사적인 이유, 법률적인 이유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그런 걸 공부하면 도시가 조금 깊이 있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김하나 : 아주 중요하게 나오는 단어가 ‘소다드(saudade)’죠. 예전에 존 버거 작가의 책에서도 이 단어에 대한 부분이 있었어요. 책 안에서의 그 단어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하기가 조금 어려운 단어이지만, 파 교수님이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로버트 파우저 : 이 책을 준비하면서 사실 유튜브에서 설명을 봤는데, 한 유튜버가 ‘소다드’가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더니 ‘엄마, 아빠’라는 이야기도 하고...


김하나 : ‘당신의 소다드는 무엇이냐?’라고 물었을 때의 답변이었군요.


로버트 파우저 : 네,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그러면 ‘소다드’라는 게 너무 사랑해서 아끼고, 그런데 없으니까 추억하고 소통하고, 그것이 슬프면서 결국에는 그 소통 자체가 즐거운 거죠. 그 느낌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면 굉장히 슬프잖아요. 추억을 생각하면 안 계시니까 슬프기도 하고. 그런데 그 추억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이죠.

 

김하나 : 책에서 다루신 14개의 도시 중에서도 ‘소다드’가 느껴지는 도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도시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차이는 어떤 걸까요?


로버트 파우저 : 예를 들어서 서울은 ‘소다드’를 느낄 때도 있어요. 옛날에 종로2가 가면...


김하나 : 종로2가에서 만나면 늘 ‘종로서적’ 앞에서 만났다고 하셨죠(웃음).


로버트 파우저 : 그렇죠. 그러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옛날 생각 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서울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없어진 공간이라든가, 약간의 독특한 불안감 때문에 ‘소다드’를 느낄 때도 있고요. 물론 ‘앤아버’에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 생각도 나죠. 그리고 ‘교토’에 갈 때 많이 느끼죠. 제가 교토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김하나 : 교토에서도 집을 수리해서 사셨었잖아요.


로버트 파우저 : 네. 그리고 어머니도 서너 번 교토에 오셔서 세 달씩 계셨으니까, 교토에서 어머니하고 같이 갔던 곳에 가면 ‘소다드’를 느끼죠. 옛날 생각도 나죠.

 

김하나 : 또 아주 인상적이었던 건, 대전의 ‘문경서적’ 이야기를 하시면서 『샘이깊은물』이라는 잡지를 언급하셨어요. 그 당시에 한국에서 아주 세련된 잡지였잖아요. 역사적인 것도 그렇고, 사람들의 평소 생각도 그렇고, 문화적으로 잡지 같은 게 어떤 흐름을 갖고 있는지도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정말 국외자가 아니라 속에 들어가서 사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부러운 능력입니다.


로버트 파우저 : 특별한 능력이 없어요. 한 번 문경서적에 갔을 때 봤을 텐데 (『샘이깊은물』은) 표지가 예쁘고, 그리고 폰트가 너무 예뻐요. 그러면 호기심이 있고, 잡지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특별한 능력보다 호기심 가져야 돼요. 호기심이 중요해요.


김하나 : 그 말씀이 있었죠. 어떤 도시든 나에게 뭔가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도시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고 찾아내야 하는.


로버트 파우저 : 찾아내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호기심이 있어야 되고, 어떤 때는 호기심에 더해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돼요. 호기심이 있으면 질문해요. 옛날에는 모든 반찬에 대해서 질문한 적도 있었어요. 주의해서 호기심 갖고, 혼자서 공부할 수도 있고, 혼자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친구한테 물어보기도 해요. 그게 중요해요. 거기에서 사는 사람에게서 정보 흡수하고 배우는 것이죠.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96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

    <로버트 파우저> 저15,300원(10% + 5%)

    언어를 도구 삼아, 수많은 도시의 이면을 살펴본 로버트 파우저의 새 책 우리에게 도시란 어떤 의미일까. 많은 사람이 삶의 터전이자 기반으로 삼는 곳이면서 동시에 ‘도시에서의 삶’이란 피곤하고 복잡한 일상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것뿐일까. 어떤 이들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곳이면서 또 어떤 이들에게는 선망의 공간..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우리 중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신작. 어느 날 한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녀의 엄마에게 사적 제재를 제공하는 한 단체가 접근한다. 강렬한 서사와 반전 속에 난민, 소셜미디어 등 현대 사회 문제를 녹아낸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 끝에는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곱씹게 될 것이다.

    시간을 사고파는 세상이 온다면?

    시간 유전자를 이동하는 기술이 발견되어 돈만 있으면 누구나 시간을 살 수 있게 된 미래. 타임 스토어를 중심으로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자들의 흉악한 음모와 그들의 비밀을 파헤치는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추격, 그리고 삶의 빛나는 가치를 이야기한다. 『열세 살의 걷기 클럽』 김혜정 작가의 신작.

    경제의 중심에는 금리가 있다.

    국제금융 최전선에서 활약한 조원경 저자의 신간. 금리가 경제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자산 가치 증대와 리스크 관리에 필수적인 금리 이해를 돕기 위해 예금, 대출, 장단기 금리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여 금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설명해 주는 책.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안효림 작가 신작. 화려하고 영롱한 자개 문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모의 맞벌이로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던 아이가 신비로운 자개장 할머니와 함께 자개 나라를 모험하며 희망과 용기를 되찾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정한 보물은 가족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그림책이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