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중국 이슈, 선 넘지 않으려면
『중국이 싫어하는 말』 정숙영 저자 인터뷰
까다로운 중국과 교류할 때,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는 법을 제시하는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 08. 16)
우리는 이웃 나라 중국을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중국은 광활한 영토는 물론 세계 제1의 인구만큼이나 복잡한 역사와 다양한 정치, 문화적 이슈를 가진 나라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 은 중국이 아주 민감해하는 주제와 금기어들을 소개하고, 중국이라는 나라와 어떻게 대화할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정숙영 저자는 중국 언론과 직접 부딪치며 중국과 소통하는 실제적인 노하우를 쌓았다. 저자가 펼쳐 놓은 이슈들은 정치와 역사 문제에서부터 영유권 분쟁과 국가 주권, 국민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국과의 교류에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저자에게 중국 이슈의 접근법을 들어 보았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 은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이라는 다소 특이한 부제가 붙었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구체적인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저는 국내 언론사의 온라인 중국어판을 운영했습니다. 한국 뉴스를 선별해서 중국어로 옮기고,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이었죠. 한 번은 중국 독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국어 경제 기사 원문에 중국 지도 삽화가 있었는데 그대로 올렸다가 “지금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이냐”며 항의한 것이죠. 대만이 빠진 중국 지도는 중국인들에게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보이게 만듭니다. 중국어 전공자로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그렇게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왔지만 지도에서 그 원칙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건 실제 일을 하면서 체감하게 된 거죠. 14년간 중국어판을 운영하면서 이런 수많은 레드라인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고난의 근현대사, 독특한 정치 경제 체제, 폐쇄적인 언론 환경으로 인해 정치, 사회적 금기가 많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무조건 중국의 이런 금기를 밟지 말고 자아 검열을 해야 함을 말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정부나 언론, 개인 등은 중국의 정치적 관점에 맞출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각자의 정치적인 입장과 비판적인 시각은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나 우호적인 교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익’의 관점에서 출발해 ‘영리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침 세계 최대 시장이 된 중국의 목소리도 커지는 마당에 ‘잘 몰라서’ 민감한 이슈를 건드려 국내외 유명 기업이나 연예인들이 중국에 사과하거나 보이콧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임은 기본 공식처럼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디테일하게 적용할지는 여전히 응용문제 풀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해 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 뉴스를 중국어로 전달하는 일을 하셨습니다. ‘터프한’ 중국 언론 환경과 직접 부딪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셨는데, 이 책과 관련해 독자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중국의 언론 통제는 이미 유명하죠. 2000년대 중반 동북공정 사태 때부터 크게 데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중국이 우리의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중국어로 관련 기사가 올라가던 중 어느 날 사이트가 중국에서 열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중국 비판적인 해외 사이트를 차단한 것으로 짐작만 했습니다. 며칠간 계속 차단 사태가 이어지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 보다 못해 주한 중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이트가 차단된 것이 혹시 동북공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고, 차단 조치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려던 것이었죠.
어찌어찌해서 대사관의 중국인 공무원과 연결이 되었고, 혹시 원인이 동북공정 때문인지 물었지만, 버럭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전화가 끊긴 저만큼이나 그분도 꽤 당황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영토 문제와 관련된 역사 이슈도 그렇고, 언론통제 같은 껄끄러운 문제를 전화를 직접 걸어 대놓고 물어보는 사람은 아마 처음이었을지도 모르고요. 실제로 중국은 어떤 사안이나 중요한 국내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마치 ‘민방위 훈련’ 하듯 주기적으로 대대적인 언론 통제를 합니다. 물론 언론 통제를 공표하는 적도 없고, 왜 하는지 이유를 말해주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외부에서는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파악하거나 추측하는 정도죠.
중국은 광활한 땅덩어리와 엄청난 인구만큼이나 상당히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나라 같습니다. 우리가 중국과 대화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최근 이슈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잡했던 근현대사의 정치사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를테면 본토, 대만, 홍콩(마카오)의 중국에 대한 귀속 입장은 동상이몽입니다. 중국인과 대화할 때 대만, 홍콩을 독립적인 국가로 표현하면 발끈하지요. 대만, 홍콩 모두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반대로 대만, 홍콩인과 얘기하면서 ‘당신은 중국인인가?’와 같은 귀속 정체성을 묻는 것은 실례가 됩니다. 많은 대만, 홍콩인이 중화인민공화국 사람으로 분류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죠.
이 책에도 나오지만 최근 홍콩 시위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홍콩 시위의 바탕에 깔린 역사적 배경이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중국 정부는 1997년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앞으로 50년간은 홍콩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150년간이나 영국 통치를 받았는데 급작스럽게 사회주의 체제에 편입시키는 건 서로에게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 ‘일국 양제’, 즉 중국이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두 종류의 체제를 보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권 회복 후 중국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정부 비판적인 홍콩 언론인이 테러를 당하고, ‘불온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관계자들이 줄줄이 정부에 의해 납치 구금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습니다. 언론 길들이기가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애초에 ‘홍콩 통치는 홍콩인이 하라’고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홍콩인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도적으로 야당 인사는 아예 지도자로 입후보되는 가능성을 차단해서 어느 후보자든 중국 입맛에 맞는 친중 인사만 선출되는 구조입니다. 또 교과서에 공산당 일당 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넣으려고 시도하면서, 여러 면에서 ‘국가 의식’보다는 개인의 ‘시민의식’이 더 강한 홍콩인들의 강한 불만을 낳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본토인이 홍콩에 밀려들면서 부자는 부자대로 홍콩 아파트를 사들이고, 저소득층은 저소득층으로 임대 아파트에 몰려들면서 많은 홍콩인들은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본토에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 추진은 그야말로 홍콩인의 신경을 자극한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사안에 따라 본토로 범죄인을 넘겨줄 수도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이 법안은 ‘홍콩 자치권 훼손’을 가장 경계하는 홍콩인의 심리적 레드라인을 건드린 셈입니다.
중국이 싫어하거나 금기시하는 말들은 정치와 국가 주권 문제부터 역사적 인식과 국민 정서까지 아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관통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고통스러웠던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일수록 현재 더 큰 금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중국인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외국 패션 브랜드를 향해 ‘모욕당했다’고 거세게 항의하거나, 우리가 그린 한눈에 봐도 호감이 안 가는 변발 중국인 삽화에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세계 최강자였던 청나라가 한순간 서구 열강에 짓밟히다 동네북이 되었던 기억을 소환합니다. 처절한 국민당과의 내전으로 피 흘리며 이뤄낸 중국 통일인데 대만을 독립된 국가로 간주하는 표현은 용납하기 힘듭니다. 또, 권력자까지 거리로 내동댕이치고 자식이 부모를 고발해 죽음에 이르게 한 문화대혁명의 참담한 기억은 여론이 극단적인 한 방향으로 흘러 과격해지는 것을 몹시 경계하는 심리상태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관계는 상당히 악화되었고, 여전히 잘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시일 내에 극복되지는 않겠지만, 중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그리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중국과의 정치적 갈등을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사드 사태 이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이나 한류와 관련해서는 이런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드 사태 이전에는 우리의 드라마, 예능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 스스로도 한류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죠. 하지만 기억할 것은 우리만큼이나, 아니 우리보다 더 중국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다양한 문화 향유층이 존재합니다. 한류는 수많은 팬덤 중의 하나이고요. 한류가 열풍을 일으키면 우쭐해지기보다는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반작용으로 한류 차단 정서가 고개를 들기 때문이죠. 한번 찬물이 끼얹어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항의한다고 물밑 접촉을 한다고 결정을 쉽게 되돌릴 중국도 아닙니다.
한류가 지금은 주춤하고 있지만, 언젠가 혹시 다시 인기를 끌 경우에는 가슴 벅차더라도 한 단계 톤 다운시키는 겸허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작년, 중국인의 한국 단체 관광을 중국 여행 업체에서 다시 은밀하게(?) 추진하려고 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언론 매체에서 반가운 나머지 “중국의 단체관광이 시작됐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부담을 느껴 없던 일로 한 것입니다. 새로운 보도 소재를 발굴해야 하는 매체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겠지만, 담담히 두고 보는 여유를 한번 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가 개인적인 만남이나 비즈니스를 위해 중국인과 대화할 때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태도나 관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외국인이 중국인의 신경을 긁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영역이 ‘중국 분열 행위’입니다. 대만, 홍콩(마카오), 티베트를 언급할 때 ‘국가’로 부르거나 또는 중국과는 별개의 주체로 묘사하는 것이죠. 마치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듣는 한국인 같은 심정이랄까요. 기업 같은 경우는 홈페이지에 만약 글로벌 지사 현황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면 대만, 홍콩, 마카오가 혹시 ‘국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는 않나 신경 써야 합니다. 자라, 메리어트, 델타 항공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홈페이지에 대만, 홍콩, 마카오를 별도의 국가 리스트에 넣어 혼쭐이 났었죠. 티베트까지 국가 리스트에 넣는 경우도 있는데, 소수민족 분열에 예민한 중국으로서는 정말이지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입니다.
중국 지도도 신중히 사용해야 합니다. 대만을 포함하지 않은 중국 지도를 보고 중국을 분열시키려 한다고 발끈하니까요.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순간에도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코치(COACH)가 티셔츠에 대만, 홍콩, 마카오를 의도적으로 국가처럼 표기하여 국가 분열을 시도하고 있다며 웨이보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소비 시장인 중국에 밉보이면서까지 무리수를 두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부주의’의 결과라면 해당 기업은 좀 억울한 일이 아닐까요.
*정숙영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통번역과를 졸업했고, 디지틀조선일보 뉴스 에디터와 팀장으로 일했다. <조선일보> 온라인 중국어판 서비스 출범을 함께했고, 국내 언론사 최초로 중국 공식 웨이보를 개설해 중국과의 소통에 힘썼다. 서울시 산하 조직, 장안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고, 중국 콘텐츠 스튜디오 칸타타에서 중국 관련 강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터프한’ 중국 언론 환경을 상대로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그들의 정치사회 금기 이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나 우호 교류 분야에서 의도치 않게 중국의 레드라인을 밟아 곤란을 겪는 사례를 보면서 중국과 영리하게 소통하는 참고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쓰게 됐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정숙영 저 | 미래의창
애국주의, 영유권 분쟁, 일대일로 등 다양한 영역과 이슈에서 중국이 민감해하고 금기시하는 사안들을 상세하게 논의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어떤 관점과 용어들을 써야 할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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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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