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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만과 편견>의 배우 윤나무

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윤나무의 1인 다역 2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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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자극도 되고 채찍질도 되고, 나름의 책임감도 있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2019.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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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이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1813년 발표 이후 지난 200년간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잇달아 변주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오만과 편견>  은 소설 출판 200주년을 기념해 2014년 9월 영국에서 연극으로 초연됐는데요. 이 무대의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를 중심으로 베넷 가문의 식구들, 다아시의 친구와 어린 여동생 등 21명의 등장인물을 단 두 명의 남녀 배우가 소화한다는 겁니다. 코미디 작품도 아니고 등퇴장도 쉽지 않은 2인극에서 두 배우가 21명의 인물을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간다는 게 가능할지 의아한데요. 그래서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치열하게 준비 중인 배우 윤나무 씨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지금 제인 오스틴의 고전을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는 이유, 관객분들이 어떻게 하면 좀 더 공감할 수 있을까... 소설도 여러 가지 번역본이 있어서 함께 보면서 고민하고 있어요. 배우들이 공감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킬 미 나우>, <카포네 트릴로지>, <오펀스>, <함익>, <로기수> 등 기존에는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를 작품을 하셨잖아요(웃음).


그렇죠(웃음).  <오만과 편견>  이라는 작품은 많이 알려졌지만, 무대에서는 나오는 주요 인물을 남녀 배우 2명이 다 표현한다는 것이 새로웠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사춘기> 이후 만나지 못했던 박소영 연출님이 감사하게 제안을 주셨고, 김지현, 정운선 누나와도 모두 친하고 배우로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요.

 

1인 다역은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경험했지만, 2인극은 처음이죠? 두 배우가 계속 인물을 바꿔가며 무대에 있다는 게 상상이 안 됩니다.


2인극은... 그러네요, 처음이네요. <카포네 트릴로지>는 대본이 탄탄하고 다른 인물로 바뀌는 의상 변화들이 확실했어요. 의상을 갈아입기 위한 시간을 드라마틱하게 애드리브 형식으로 만들었고요. 이번에는 1인 11역 정도를 하게 되는데 형식이 달라요. 일단 두 배우가 만담하듯이 계속 무대에 있어요. 식별할 수 있는 인물의 특징, 예를 들어 뭘 하나 두르면 특정 인물이 되는 방식이에요. 관객들과 저희의 무언의 약속이죠. 초반에 인물 변화가 많은데, 그 약속을 잘 만들어놓으면 관객들이 잘 따라오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참여했던 작품 중에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도 극이나 무대 연출 자체가 상당히 신선했잖아요.


그랬죠. 그런데 <오만과 편견>  은 무대보다는 인물들이 다양하게 변해요. 시각적으로 뭘 보여드리는 공연은 애초에 아니고, 두 사람이 극 안에 있는 인물을 밀도 있게 채워 나가는... 배우들이 기막히게 만들어야죠(웃음). 

 

배우들 입장에서는 힘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겠네요.


어떤 작품이든 초연은 녹록치 않고 고단한 작업이지만, 배우들은 초연을 선호하죠. 새로운 상황에서 나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이 막상 딱 만들어놓으면 굉장히 크거든요. 최근 몇 년 동안 재연을 계속 했는데, 그래서 새로운 걸로 저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할 텐데, 김지현, 정운선 씨는 객석에서 봤을 때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다르죠. 서로 다른 매력을 가졌고, 성격 자체도 전혀 달라요. 지현 누나와는 작품을 꽤 많이 했더라고요. <올모스트 메인>,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카포네 트릴로지>는 세 시즌을 함께 했고요. 운선이 누나는 학교 바로 위 선배라서 인연이 15년 정도 됐어요. 좋아하고 연기자로서도 존경했던 누나죠. 이런 사람들과 공연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복 받았구나 싶어요. 연기자로서 호흡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교감하는 거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워낙에 잘 받아주고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누나들이라서 상대 배우 입장에서는 정말 수월하고요.

 

두 분이 완전히 다르면 결국 1인 20역 정도를 하게 되는 셈이겠네요(웃음). 남자 주인공은 다아시인데, 어쩔 수 없이 ‘오만’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캐릭터입니다. 관객들은 윤나무 씨가 표현하는 다아시를 많이 기대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배우가 재밌는 것 같아요. 불과 한 달 전까지 전혀 다른 저의 모습을 보셨을 텐데. 저도 준비하면서 재밌고, 뚜껑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공연을 할 때면 더 기대가 되고요. 오만은 약간 부정적인 단어잖아요. 저는 다아시가 오만하기보다는 굉장히 솔직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솔직한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오만해 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감 넘쳐 보일 수 있는 거겠죠. 사실 토지나 재산 등에 따라 계급이 나뉘던 시대잖아요. 그 시대상을 지금의 관객들이 이해하실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게 너무 많거든요. 하지만 제인 오스틴이 묘사하는 인간의 심리는 지금 봐도 통통 튀고 솔직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부각해서 흥미롭게 보여드리는 게 저희의 몫이겠죠.


외적인 이미지에서도 윤나무 씨와 다아시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만과 편견>이 나름 멜로드라마이니 역시 새로운 도전이고요.
윤나무 씨의 생각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금까지 겪거나 또는 가졌던 가장 큰 ‘편견’은 어떤 건가요?


사실 <킬 미 나우>를 하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해 깊숙이 생각하지 못했어요. 몸이 불편하고 안쓰럽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편견이더라고요. <킬 미 나우>를 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소수인 분들에 대한 사고가 조금은 바뀐 것 같아요. 지금까지 내 생각 자체가 무언의 격리이지 않았나. 공연을 보고 있는 분과 똑같은 사람이고 가치 있는 존재인데. 삼연까지 하면서 제 생각도 성장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보면서도 느끼는 건 남녀가 자기식대로 생각해서 갖는 편견은 인류가 끝까지 풀 수 없지 않을까. 저도 연애할 때 ‘나는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르겠다’ 생각했거든요(웃음).

 

관객들이 배우에게 갖는 편견 가운데 하나는 ‘드라마나 영화를 하게 되면 이제 무대에서는 보기 어렵겠다’입니다. 마음은 있어도 스케줄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드라마 촬영을 함께 하고 있는데 확실히 병행하기는 힘들어요. 예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어요. <킬 미 나우> 전에 1년 정도 공연을 하지 않고 드라마 촬영을 했는데 오해를 사기도 했고요. 그런데 저의 경우 드라마 때문에 못한 것 보다는 솔직히 저를 새롭게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없었어요. 5~6년 동안 30개 정도의 작품을 했는데, 쉼 없이 저의 새로운 모습을 꺼내다 보니 이제 뭘 더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결국 새로운 대본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건데, 비슷한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에 참여하면 정말 일처럼 하게 될 것 같아서 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 관객분들이나 관계자분들이 이제 공연을 안 하려나 보다... 몇 달만 쉬어도 그런 생각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기도 하니까요(웃음). 소속사에서도 무대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 주력하는 편인데, 윤나무 씨는 예상보다 꾸준히 무대에 오르셔서 나름의 철학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제 삶을 설계하는 건 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로는 누군가의 권유에 흔들릴 때도 있지만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야 보시는 분들도 더 행복할 텐데, 어떤 바람 때문에 작업하다 보면 제가 없어질 것 같아서. 연기자로서 내가 손상이 되면 다른 인물을 구현하기가 힘들거든요. 흔들릴 때도 있지만 최대한 중심을 잘 잡고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럼 윤나무 씨는 앞으로도 무대에서, 또 이렇게 인터뷰로 만날 수 있겠네요(웃음).


저는 연기를 무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극장에서 배우고 받아가는 게 굉장히 커요. 공연을 하면서 드라마를 할 수 있게 됐고, 공연을 했기 때문에 촬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모두 다른 기쁨이 있겠지만, 경계 없이 연기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고. 무대는 자극도 되고 채찍질도 되고, 나름의 책임감도 있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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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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