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왜 학교에서는 빛나지 않았을까요?”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저렇게 빛나는 친구들이 왜 학교에서는 빛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제한적으로만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2019. 07. 16)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4~5시간. 그마저도 잠드는 시간은 들쭉날쭉, 정확히 기억할 수도 없다. 책상에 앉아 감기는 눈꺼풀과 씨름하다 잠드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열여섯, 중3의 시간이었다. 주변에는 더 적게 자는 친구들도 많았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니 견제도 불가피했다. 파사삭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인데, 편하지 않기는 몸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수행평가, 고등학교 입시 준비에 치이며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사이 “나는 점점 피폐해졌다”고, 은재는 적었다.
아이는 용감하게 ‘갭 이어!’를 외쳤다. 갭 이어(Gap 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여행, 봉사, 진로탐색, 교육,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시간. 은재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1년의 반은 세계 여행을 하고, 나머지 6개월은 ‘전적으로 마음대로 짠 계획’에 따라 여행하듯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터키, 이집트를 여행하며 갭 이어의 1학기를 보냈다. 수영을 하고, 수학과 한자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강연을 들으며 2학기를 마쳤다. 1년이 지난 후, 은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열일곱 은재에게 쉼의 시간이 무엇을 남겼는지, 왜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는지, 모든 이야기가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에 담겼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사실 내 삶은 대한민국 평균 청소년의 것이었다”고 적었던 은재는, 인터뷰를 마치는 순간에도 “저는 되게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치며 남긴 한 마디는 예사롭지 않았다. 어른들도 쉬어봐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쉬어본 적이 없어서 아이들을 재촉한다고, 은재는 말했다. 갭 이어는 생각도 못해보고 쫓기듯 어른이 됐더니 ‘좀 쉬어 본’ 열여섯 아이에게 한 방 제대로 맞았다.
너무 무서워서, 일단 미루고 싶었어요
올해 3월부터 다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네, 힘들었어요. 5월이 제일 힘들었어요. 중간고사를 보고 멘탈이 엄청 흔들렸거든요(웃음). 이제는 약간 적응을 했고, 마음을 비우는 자세를 갖고 있어요(웃음).
‘왜 다시 학교로 돌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했나요?
어떻게 해야 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 학교에 안 다닐 때는 ‘다시 학교에 가면 예전처럼 진 빼지 말고 재밌게 다녀야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요. 정작 학교에 가니까 수행평가 같은 것도 많고, 정신도 없고, 마음가짐이랑 다르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진짜 마음을 비운 것 같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되는 만큼만 하지, 뭐’ 하고요. 그냥 웃고 넘어가자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아예 부딪히는 걸 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어차피 시험이 제 앞에 있으니까 ‘이걸 어떻게 다시 넘어서야 되나’ 고민하게 돼요.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방법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갭 이어를 갖기 전에는 ‘어떻게든 잘 해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맞아요. 하나라도 틀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고 강박이 심했어요. 그런데 중간고사 때 조금 무너지고 나니까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웃음).
갭 이어를 보내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선행 학습을 했잖아요. 후회되지는 않아요?
뭔가 더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했는데요. 지금은 그냥 ‘지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수학은 혼자 공부하기도 했었고, 특히 한자 공부했던 게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시간을 되게 잘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는 어땠어요? 중3 때였죠?
네. 그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오히려 고등학교에 온 지금은 괜찮은데,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는 거예요. 고등학교 생활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너희 고등학교 가면 다 큰일 난다, 중학교 때 잘했던 애들도 성적 떨어진다, 선행 학습도 진짜 많이 해야 된다, 다른 애들은 이미 3년치 선행 학습을 끝냈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는 거죠. 그리고 저는 쌓아놓은 게 없었는데 주위에 보면 텝스가 800점대인 친구들도 있고... 저는 그게 안 되니까 ‘이렇게 가다가는, 고등학교는 이미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학교 때 성적이 좋았잖아요?
중학교에서는 외워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지만 고등학교 때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가면 내 실력이 들통 나겠구나,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싶었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주변에서 계속 ‘이 속도로 가다가는 뒤처질 거야’하고 불안을 부추기니까, 갭 이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저는 ‘어차피 이렇게 계속 가도 할 수 없을 거야’는 생각이 너무 강했어요. 너무 무서워서 일단은 조금 미루고 싶었어요. 갭 이어를 가지면 남은 시간에 부족한 걸 조금 더 채운다든지,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갭 이어를 가져보면 어떨까?’라는 이야기는 누가 먼저 꺼낸 거예요?
아빠가 먼저 말씀하셨어요. 저희 오빠가 엄청 자유로운 영혼인데(웃음),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하반하 세계 여행 학교’를 통해서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래서 오래 전부터 아빠가 저한테도 제안을 했었죠. ‘너도 한 번 가볼래?’ 하고요. 그런데 제가 ‘절대로 학교 밖을 나가지 않겠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중반쯤 되니까 ‘여행 다녀와 보니까 어땠어?’ 이런 말을 꺼내게 됐죠.
부모님이 지지를 많이 해주셨네요. 쉬어가도 된다고 말씀해주시고요.
네, 감사한 거죠. 이렇게 계속 가면 오래 못 간다고, 오히려 추천해주셨어요.
가족 외에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요?
반대는 없었어요. 주변 선생님들도 멋있다고, 잘 다녀오라고, 다녀와서 꼭 이야기해달라고 하셨고 지지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친구들은 놀라기도 했는데, 힘들고 쉬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왜 학교에서는 빛나지 않았을까요?
‘하반하 세계 여행 학교’에서는 집단으로 생활했잖아요. 짜여진 시간표에 맞춰서 단체로 움직이고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는 않았나요?
정말 아쉬웠어요. 요즘 느끼는 건데, 제가 생각보다 자유로운 것 같아요(웃음). 여행 하면서 구경도 더 많이 하고 싶었고, 만나는 사람들 인터뷰도 더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직접 계획을 짜는 것도 더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그게 안 됐어요.
단체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점도 있었나요?
저는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주장이 조금 강하고 고집이 세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남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도 내가 맞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의심 같은 걸 하게 된 것 같아요. 사소하게는, 집에 있을 때는 제일 맛있는 걸 제가 먹었거든요. 계란후라이도 제일 잘 된 걸 먹고요(웃음). 그런데 공동체 생활에서는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 처음에는 그게 되게 서러웠어요(웃음). 그리고 처음에는 제가 진짜 밑바닥이었거든요.
공동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는 거죠? 못하는 일이 너무 많았고요.
맞아요. 나중에는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동생들도 제 이야기를 듣지 않는 거예요. 학교였으면 다들 그렇게 하자고 따라줬을 텐데, 아무도 따르지 않는 거죠. 말을 하면 공중에 날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제 모든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잘하는 모습을 조금만 보여줘도 될 때는 배려도 할 수 있지만, 전체를 다 보여줄 때는 또 다르잖아요. 그러면서 제가 실제로는 되게 작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제 걸 챙기려고 하고, 더 나누지 못하고, 운동 같은 것도 못하고, 남한테 의지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학교 안에서는 모범생이었는데, 밖으로 나갔을 때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학생이 돼버린 거죠. 충격이 컸을 것 같아요.
네, 충격이 컸어요. 마지막 여행지가 이집트였는데, 제가 거기에서부터 정말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더 친절하게 대해보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리고 원래는 아무데나 잘 앉는데, 그러면 너무 약해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절대 아무데나 앉지 않았고, 짐도 항상 ‘한 사람 몫은 꼭 들자, 절대 맡기지 말자’ 생각하면서 노력을 많이 했어요.
반대로, 학교에서는 문제아 취급을 받았는데 ‘하반하 여행 학교’에서는 우등생인 친구들도 있었죠?
맞아요. 일을 잘하는 것과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은 또 다른 것 같아요. 하반하에서는 저렇게 빛나는 친구들이 왜 학교에서는 빛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제한적으로만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갭 이어 2학기에는 ‘나다’라는 교육 공동체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어요. 지금의 학교 시스템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던데요.
네, 하반하에서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웠고 ‘나다’에서는 강의를 들으면서 잘못된 것들이 많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 제가 중학교 때 회장을 했었는데 모두가 교복을 입어야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걸 다 지도하고, 규칙을 더 꼼꼼하게 체크해야 완벽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완전히 방향이 잘못된 거더라고요. 애초에 그럴 수가 없는 건데... 화장하는 친구들 볼 때도 예전에는 ‘왜 저러는 거야?’ 하고 잘 몰랐는데, 지금 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 이해가 돼요.
여행하는 동안 부모님과 연락은 어떻게 했어요?
2주에 한 번씩 영상통화를 했어요.
집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안 했어요?
엄청 많이 했죠. 초반에는 집에 가고 싶어서 많이 울었거든요. 마지막 여행지가 이집트였는데, 솔직히 거기에 갔을 때 제일 잘 적응했고 그 전까지는 정말 힘들었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매일 운동을 하는데 숨이 차고 죽을 맛이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근육이 생기고, 그게 눈에 보일 때부터 재밌더라고요.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갑자기 돌아가는 건 조금 그렇잖아요(웃음). 뭔가 실패한 것 같고. 정말 돌아가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게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힘든 과정 속에서도 멋진 풍경을 보면 사르르 녹더라고요. 제가 도시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야경을 좋아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진짜 힘든데, 이런 것 때문에 여행하는구나’ 싶었어요.
일단 쉬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갭 이어 2학기에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보냈어요.
네, 엄청 자유로웠죠(웃음). 한자도 배우고, 수영도 하고,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도 읽고, ‘나다’에서 수업도 들으면서 지냈어요. 갭 이어를 시작할 때부터 학교에 다시 돌아가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냥 놀 수는 없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으면서도 학교에서와는 다른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어요.
1년 동안 학교를 쉬면서 ‘고등학교 졸업이 필수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요?
많이 했죠. 학교에 안 다니면서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다 너무 좋아 보이고요. 저는 오전에 움직일 수 있는 게 너무 좋았고, 사실 학교를 안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는데... 결국 돌아왔죠.
결정적인 이유는 뭐였어요? 책에 쓰기로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그립고, 불안함도 있었다고 했는데요.
일단 불안함이 컸어요. 만약에 학교를 안 다닌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일단 가기로 했죠.
예전에 학교에서 쓰던 글은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어요. 이제는 ‘내 마음대로 솔직하게 써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요.
하반하에서 ‘일주일 보고서’라는 걸 썼는데,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지지를 받으니까 용기가 생겼어요. 어떤 일을 할 때도 ‘안 되더라도 일단 해보지, 뭐’ 하고 생각하게 되고 ‘뭘 하든 배우는 게 있을 거고 그걸 글로 쓰면 되지’ 싶더라고요. 제가 단 음식을 좋아하고 도시를 좋아한다고 책에 썼는데, 원래는 이런 이야기를 절대 안 하거든요. 이렇게 솔직하게 글을 써본 게 정말 처음이에요. 엄청나게 먼 나중의 이야기처럼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는 걸 쓰는 건 정말 어려운데, 현재에 대해서 쓰는 건 되게 재밌더라고요. 그냥 싫으면 싫었다고 하고, 그렇게 하는 게 속도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달콤한 음식을 먹을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죠(웃음). 어머니께서 ‘그럼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해보는 게 어떨지’ 제안하셨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지난 겨울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는데요. 지금은 또 모르겠어요. 계속 고민인 것 같아요. 요즘 들어서 제가 사람한테 관심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과 관련된 일이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교육과 관련된 일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요.
갭 이어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한지’를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어요.
네. 요즘에도 운동장 잔디에 누워서 하늘을 보는 게 되게 좋더라고요. 사막에서 봤던 것만큼은 아니어도 별이 조금 보이거든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험 끝나면 친구랑 같이 누워서 하늘을 보기로 했어요. 마음이 진짜 편안해지고 너무 좋아요.
이 책을 읽고 ‘갭 이어를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청소년과 학부모가 많을 것 같아요. 선뜻 실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한데요. 망설이는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없나요?
일단은, 그냥 쉬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한 뭔가를 해야 한다거나 이 시간 안에 꼭 마쳐야 된다고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해도, 모두가 압박을 느끼는 환경 속에 놓여있는 거잖아요. 그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바쁜 상태에서는 뭘 보려고 해도 당연히 안 되는 것 같아요. 일단 쉰 다음에 보이는 것 같고요. 그러면 나중에 돌아간 뒤에도 예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갭 이어 동안에는 ‘학교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걸 봤는데, 막상 돌아오니까 다시 집착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이게 아니라는 걸 배웠었잖아’ 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쉬어 보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반하 여행 학교’를 다녀온 뒤에, 2018년의 목표로 ‘카르페디엠’, ‘시즈 더 모먼트’를 설정했어요. 올해의 목표는 뭔가요?
‘나누면서 재밌게 공부하자’예요. 중학교 때 너무 머리 싸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올해는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고요. 친구들 견제하지 말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견제하는 사람은, 그게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잖아요. 가까이 대하기도 어렵고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편한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려운 것 같아요.
경쟁을 부추기는 건 어른들이겠죠.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어요?
어른들도 조금 쉬어야 알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어른들도 그렇게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자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모든 선생님들이 ‘그 길은 가장 어려운 길이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길을 안 가보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잖아요. 그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한테라도 일단 그런 기회를 주면, 다음 세대는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이은재 저 | 나무를심는사람들
밀려드는 시험과 수행 평가, 고등학교 선행에 휘둘리며 살던 대한민국 표준 청소년 은재가 일 년 동안 자신을 변화시켜 새로운 자신을 만드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은 그 어떤 글보다 반짝거린다.
관련태그: 딱 일 년만 놀겠습니다, 이은재 작가, 학교, 갭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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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은재,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공부밖에 모르고 살던 저질 체력 은재,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나머지, 과감하게 학교를 벗어나기로 한다. 이 책은 은재가 지금껏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법을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일기이자 여행 에세이이다. 봉지 라면도 끓여 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