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특집] 지구를 살리는 식사 혁명
<월간 채널예스> 2019년 6월호 특집
영양학자 남기선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맛에 집착해 과식하는 습관을 줄이고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우리 몸뿐만 아니라 환경을 돌보자는 것. 지금의 우리에겐 이것이 식사 혁명이다. (2019. 06. 24)
남기선(㈜풀무원 풀무원기술원 박사,
『식사혁명』 저자)
“ 『식사혁명』 의 관심 대상은 인간이에요. 인간이니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식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죠.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 입맛에만 맞는 음식이 아니라 ‘내가 먹어 나를 만드는 음식’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어요. 음식이 되는 대상, 음식이 되어 오는 길, 음식을 나누는 세상에 대한 태도를 함께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지요.”
우리가 느끼는 맛
인간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의 다섯 가지 기본 맛을 느껴요. 감칠맛은 수프나 고기를 먹었을 때 입안에 남아 감도는 맛인데, MSG의 맛이죠. 이 외에 매운맛과 지방 맛이 있어요. 매운맛은 엄밀히 말해 쓰라림 같은 일종의 통증이고, 지방 맛은 기름진 음식에서 느끼는 맛이에요. 라면 국물 맛은 감칠맛에 지방 맛이 더해진 맛,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은 단맛과 유지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맛이죠. 한데 이런 맛은 중독되기 쉽고 많이 먹게도 만들어요. 도파민과 베타 엔도르핀을 유발해 쾌감을 주니까요. 그래서 맛있다고 느끼는 건 뇌가 하는 거지, 혀가 하는 게 아니에요. 뇌가 느낀다는 건 뇌가 판단한다는 것인
데, 이건 어린 시절의 식습관, 음식에 대한 경험과 기억, 오랜 시간에 걸쳐 내려 온 사회 관습이 영향을 줘요.
왜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끌릴까
음식을 개발하는 분들은 판매 전에 관능 평가라는 걸 하는데, 먼저 맛을 본 모니터 요원들은 일단 싱거우면 맛이 없다고 말해요. 조금 짜야 맛있다고 하죠. 부모들도 아이한테 우유를 먹이기 위해 초콜릿이 든 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아이는 우유 대신 단맛에 길들여져요. 달지 않으면 안 먹으려고 하고요. 어느새 짜고 단 것이 맛있는 게 돼 버렸고 우리는 그런 식습관에 길들여졌어요. 맛집과 먹방의 시대에 우리 사회가 많이 먹는 걸 조장하고 좀 더 강한 맛의 쾌락에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식사 - 과식의 습관부터 버리자
과식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에요. 불필요하게 과잉 소비하는 만큼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지 않죠. 많이 먹는 만큼 쓰레기가 많아지는 문제도 있고요. 지금껏 과식을 하는 식습관이 있었다면 고비를 한 번 넘겨야 해요. 얼마 동안은 한 번에 먹는 음식량을 줄여서 조금 배가 고픈 듯해도 수저를 놓아야 해요. 또 빨리 먹지 말고 천천히 씹으면서 먹는 것도 방법이죠. 음식이 소화ㆍ흡수되면서 뇌에서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내릴 때까지 보통 20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10분 만에 다 먹어 버리면 가늠하기가 어렵잖아요. 천천히 먹으면 그런 만큼 천천히 소화ㆍ흡수되는 시간을 버는 거예요.
환경을 생각하는 식사 - 2:1:1 식사
우리 식문화는 반찬이며 찌개 등을 같이 먹는데 이게 자기만의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는 굉장히 안 좋아요. 내가 얼마만큼 먹었는지 알기 힘들잖아요. 먹을 만큼 내 그릇에 따로 담아 먹는 습관이 필요해요. 이렇게 자기 양을 정하고 필요한 만큼 먹는 것을 기본으로 제가 권장하는 2:1:1이라는 식사법이 있어요. 식사의 반을 채소로 채우고 나머진 단백질과 탄수화물 식품으로 짜는 거죠. 채소는 제철 채소면 더욱 좋은데, 하나는 생채소, 또 하나는 숙채소, 두 가지를 제안해요. 생채소는 쌈이 될 수도 있지만 샐러드로 먹어도 좋고요. 숙채소는 데치거나 볶아서 만든 나물 등을 말하죠. 단백질 반찬은 두부나 달걀, 생선, 고기 등 다양해요. 탄수화물 공급원으로는 밥 대신 국수나 빵도 괜찮고, 고구마든 감자든 전분이 많이 함유된 것도 대용이 될 수 있어요. 먹는 순서는 채소부터 먹음으로써 포만감을 채운 다음에 단백질 식품, 곡식 순서로 먹으면 밥양을 좀 줄일 수 있어 과식을 피하게 해 줘요. 대부분의 사람이 밥부터 먹는 습관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싱거우니까 김치든 장아찌든 짠 반찬을 찾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 2:1:1 식사법은 육식보다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해 환경을 지킬 수 있고, 나트륨 함량도 줄이고 과식을 안 하게 해줘 건강도 챙기고 식재료 낭비도 줄일 수 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식사 - 고기, 꼭 안 먹어도 된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 섭취하는 육류가 환경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우선 과잉된 육식 문화로 인해 어마어마한 가축이 도축되고 있어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 중 축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운송 부문(14%)보다 높고, 분뇨와 폐수로 땅과 물을오염시키며 목축장 증가로 인한 산림 훼손도 만만치 않고요. 밀집해서 사육하는 환경 탓에 항생제를 먹일 수밖에 없는데, 그 고기를 그대로 인간이 먹는 것 그리고 조류 독감이며 구제역 등 가축을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지구 환경과 인간의 건강 문제로까지 연결되죠. 이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고기를 먹기까지의 시스템은 효용성이 떨어지는 방법이에요. 가축을 먹여 키울 때 사료를 주잖아요. 사료의 대부분은 곡물이고요. 결국 곡물을 고기로 바꿔 섭취하는 거예요. 콩과 옥수수를 바로 먹으면 더 효율적인데 말이죠.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고기를 먹고 있어요. 사람마다 다를 순 있겠지만 성인의 경우 영양 섭취를 위해 먹는 거라면 고기를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단백질은 다른 것으로 섭취할 수 있으니까요. 또 고기엔 부위에 따라 단백질보다 지방 함량이 더 많기도 해요. 육류의 지방은 포화 지방산의 비율이 현저히 높고요. 곰국을 식혔을 때 위에 굳은 기름이나, 고기를 먹은 후 접시에 허옇게 남아 있는 기름이 포화 지방인데,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되어 건강에는 굉장히 좋지 않은 기름이에요.
환경을 생각하는 식사 - 고기보다 콩
우리나라 고기 소비율이 예전에 비해 꽤 올라갔는데, 2015년 자료에 따르면 평균 고기 소비량이 연간 1인당 52kg 정도예요. 적은 양이 아니죠. 사람들은 근육을 키우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를 먹는다고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볼때 단백질은 고기가 아니라도 다른 것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콩이 있는데, 콩은 무게당 단백질 비율로만 봐도 소고기보다 많아요. 부위별로 다르긴 하지만 고기의 평균 단백질 비율이 20%라면, 콩은 대두의 경우 36~40%예요. 완두콩도 16~18%는 되죠. 그러니까 단백질 섭취는 콩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요. 고기의 단백질보다 양은 적고 질은 좀 떨어지지만 심지어 쌀과 밀에도 단백질이 들어 있어요. 하루 세끼 밥을 먹는 한국인은 실제로 단백질의 제1급원 식품이 쌀이에요. 고기는 그다음이고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 노블 다이어트
지혜로운 인류라면 자연에서 받은 선물을 훼손하지 않고, 받은 만큼 사용하다 잘 물려줘야 하죠. 식생활도 그런 관점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제안하는 노블 다이어트예요. 필요한 만큼만 먹고 잘 돌려주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죠. 자연에 군림하기보다 더불어 살 줄 아는 인류의 품격 있는 식습관이 곧 노블 다이어트랍니다.
식사 혁명남기선 저 | MID 엠아이디
친절한 문투로 저자가 제시하는 ‘노블 다이어트’는, 인류가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고 자신의 흔적을 줄여야 하는 이유를 인류가 자연에 군림하기보다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로운 존재라는 데에서 찾는다.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남기선> 저13,500원(10% + 5%)
‘지속가능한 먹거리’는 왜 필요할까?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지혜로운 존재의 등장 이 책은 ‘지속가능한 먹거리’가 왜 필요한지, 앞으로의 식사는 어떤 길을 향해 가야 하는지를 살피고, 인간의 지구를 생각하는 한 끼 식사가 어떻게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매일같이 고기 반찬이 들어간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