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혜 “내 아이 영어 공부, 언제부터 시작할까”
『영어 그림책 공부법』 펴내 입력과 출력이 함께 되어야 영어 실력 늘 수 있다
엄마의 영어 발음을 따라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것보다 영어 영상 시청, 오디오북을 통해 듣는 양이 훨씬 많아지면 아이의 전체적인 발음은 많이 듣는 소리 쪽으로 가게 된다. (2019. 06. 05)
신생아 시기를 극복하고 났더니,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찾아오고, 원했던 유치원에 당첨되고 보니 이제는 ‘영어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나?’가 가장 큰 숙제가 됐다. 영어 못하는 부모들은 매일이 걱정이다. 영어 발음은 3세에 결정이 난다고 하는데, 내 아이는 과연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적기를 놓치면 영영 콩글리시 발음 신세가 되는 것은 아닐까?
18개월 아이부터 초등 6학년까지, 수많은 아이들의 영어 수업을 지도해온 정정혜 강사. 현재 YBM 커리어캠퍼스 영어지도자 과정 대표 강사로 일하고 있는 그가 『영어 그림책 공부법』 을 썼다. 영어 리터러시 분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론인 ‘균형 잡힌 문해법’을 토대로 22년차 어린이 영어 교육으로 얻은 노하우를 ‘영포자’ 부모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영어 발음이 좋지 않은 부모도 시도할 수 있는 ‘우리 아이 영어 그림책 공부’. 과연 몇 살부터 언제까지 하는 것이 좋을까? 좋은 영어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을 물었다.
6,7세부터 시작하면 가장 효과적
공대에 나와 영어 강사가 됐다. 뒤늦게 영어 수업을 시작했는데.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외벌이로 살 수 없는 서울 생활이라 전공을 살려서 아이들 과학 수업을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영어가 수요가 가장 크니까 과목을 바꾸게 됐다. 영어 수업을 시작한 건 서른이 넘어서다. 우리나라에 막 유아 영어가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함께 일했던 영어 강사들은 지금 다 사라졌다. 영어 수업도 멀티가 되어야 하는데, 한 우물만 판 경우는 오랫동안 일하지 못하더라.
멀티가 되어야 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 영어 수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한 편이라,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이것이 나의 숙제였다. 그동안 진행한 영어 수업을 살펴보면, 요가 잉글리시, 실험 잉글리시, 노래 잉글리시 등 정말 다양하다.
1998년부터 ‘영어 그림책 수업’을 진행했다. 많은 교육법 중에 ‘그림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영어를 가르치면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너무 일찍 영어 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이미 영어에 거부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억지로 영어 수업을 듣곤 하는데, 그림책 수업의 경우 두 달쯤 지나면 슬그머니 영어에 관심을 가졌다. 이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다른 수업에서는 볼 수 없었다. 영어를 좋아하고 글자를 읽고 쓰는데 크게 관심이 있어 학원에 온 아이들을 보면, 영어 그림책을 1년 이상 꾸준히 읽어온 경우가 많았다.
영어 발음이 좋지 않은 부모의 경우, 쉽게 시작하기가 어렵다.
부모의 영어 발음이 좋고 안 좋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영어 그림책 수업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 중 부모의 영어 실력과 관계 없이 뛰어난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엄마표 영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우, 영어 실력보다는 열정과 끈기가 훨씬 큰 효과를 보였다. 아이는 영어의 소리를 엄마에게서만 듣는 게 아니므로 엄마의 영어 발음을 따라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것보다 영어 영상 시청, 오디오북을 통해 듣는 양이 훨씬 많아지면 아이의 전체적인 발음은 많이 듣는 소리 쪽으로 가게 된다.
영어 그림책 수업은 아이가 몇 살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가?
보편적으로는 6세, 7세에 시작하면 적당하다. 1학년 때부터 시작하면 더 편하게 따라올 수 있지만 나는 나중에 손주가 생기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영어 그림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작하면 늦을까?
정서적으로는 좋다.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영어 학습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다. 이 때는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을 시작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자녀 둘(7세, 초등 2학년)과 같이 공부하려는 경우, 어떤 아이에게 수준을 맞춰야 하나?
2학년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다. 마더구스를 들려주거나 영어 영상을 보여주면서 영어 그림책 공부를 하면 가장 좋다. “하루에 영어 그림책을 10권씩 읽으면 무조건 영어가 는다”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부모님은 매일 10권씩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건강만 해치고, 아이는 영어를 싫어하게 됐다. 아이가 어떤 방식의 공부를 좋아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또 하나, 두 자녀 중 한 명의 영어 실력만 는다고 걱정하면 안 된다. 보통 7세 아이의 영어 실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최소한 1년 후를 보는 게 좋다.
한글 자막을 보여주면 소용없다
영어 그림책 공부 초기 단계에는 어떤 그림책을 선택해야 할까?
아이가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을 때는 그림만 봐도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게 좋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한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 책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으니 과감하게 수준이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좋다. 아이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줄거리가 있는 책을 선호하니, 조금 늦게 그림책 읽기를 시작한 경우는 단순한 책보다는 짧고 쉽지만 이야깃거리가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Good Night, Gorilla』 , 『That is Not a Good Idea』 , 『The Chick and the Duckling』 , 『Five Little Monkeys Sitting in a Tree』 같은 책을 추천한다.
부모가 영어 그림책을 읽어줄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재밌는 책을 고르는 것, 부모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 미리 연습을 하는 것. 이 세가지에 중점을 두면 좋다. 공부에도 약간의 전략이 필요하다. 부모가 미리 연습을 하면 더 재밌게 읽어줄 수 있다. 문제는 부모가 그림책 읽기를 즐기느냐다. 한 엄마는 그림책 읽기 수업을 8번 정도 받으셨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책이 달라서 공부 시간이 너무 지루하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그림책은 모두 다르다. 픽션을 좋아하는 아이도 논픽션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골고루 섞는 것이 좋다. 부모 입장에서도 내가 재밌어야 책을 읽는데 영혼이 실릴 수 있다.
영어 그림책을 읽은 후, 어떤 활동을 함께하는 것이 좋은가?
『Good Night, Gorilla』 를 읽고 북메이킹을 하거나, 『Go Away, Big Green Monster!』 를 읽고 클레이로 미술 놀이를 할 수도 있다. 『Five Little Monkeys Sitting in a Tree』 를 읽고 엄마는 악어가 되고 아이는 원숭이가 되는 역할 놀이도 할 수 있다. 또 『A Dragon on the Doorstep』 을 읽고 아이와 집 안을 돌아다니며 숨바꼭질을 하는 것도 재밌는 독후 활동이 될 수 있다. 아이들은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한다. 그림책을 읽고 간단한 연극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 읽기에 이어 꼭 ‘학습’을 연계해야 하나?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길 원한다면 물론이다. 읽기, 듣기, 시청하기. 이 세가지를 함께 해야 아이의 영어가 늘 수 있다. 영어로 말을 잘해도 문장 쓰기는 잘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곧 입력과 출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많이 들은 만큼, 많이 말하고 써야지 영어가 늘 수 있다.
영어 쓰기는 언제부터,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영어 쓰기는 한꺼번에 뚝딱 되는 것이 아니므로 아이가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함께 읽기 단계에서부터 따라 쓰기 등 간단한 쓰기 활동을 조금씩 해주면 좋다. 파닉스를 배운다면 단어 쓰기가 시작될 것이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본격적인 쓰기는 유도적 읽기 단계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읽기 수준에 비해 말하기 수준이 낮은 편이라, 아이가 어느 수준의 책을 읽을 때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아이가 영어로 말문이 터질 때, 영어로 문장을 만들 수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좋다.
꾸준함이 중요, 다른 아이들과 비교는 절대 금물
영어 동영상은 어떻게 활용하는 게 가장 적절한가?
매일 꾸준히, 오랜 기간 보는 게 좋다. 영어 학습이라는 것이 1,2년에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진행하는 것이 좋다. 우리 딸아이는 엄마표 영어로 공부한 케이스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1학기까지는 매일 영화 한 편을 보여줬다. 한 달에 최소 20편은 본 것 같다. 말문을 틔우는 데는 영상물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때 중요한 건 아이의 연령에 맞는 적절한 시간 배분이다.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긴 영화를 끊어서 보는 게 좋다.
아이가 하나의 영상을 반복해서 보려고 할 때, 보여줘도 괜찮은가?
학습에서 반복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다. 아이가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려 한다면 보여줘도 괜찮고, 반대로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 걸 싫어한다면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통해 큰 틀 안에서라도 반복이 되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한글 자막은 보여줘도 되나?
절대 안 된다. 한글 자막을 깔아놓고 영어 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는 귀를 완전히 닫아버린다. 시작부터 한글 자막은 철저하게 배제해야 한다. 영어 자막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가장 좋은 건, 자막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자막이 있으면 아이는 듣기보다는 읽기에 집중하게 되어,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TV 시리즈를 보여줘도 될까?
물론이다. 주의할 점은 그림책과 영상물의 수준 차이다. 텍스트의 난이도가 정확하게 나와 있는 그림책에 비해 영상물은 상영 시간, 말의 속도 등 난이도의 차이가 크다. 전 세계에 핑크돼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페파 피그』 의 경우, 영상은 유아 수준인데 그림책의 글밥과 난이도는 초등 2학년 수준이다. 반대로 『트럭타운』 시리즈는 읽기를 시작하는 7세~ 초등 1학년이 스스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의 내용은 짧고 쉬운데, 영상은 말의 속도도 바쁘고 표현도 다양해서 알아듣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부모가 미리 시리즈 영상의 1편을 보고 아이 수준에 맞는지 판단하는 게 좋다.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고 있다면, 부모는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하나?
아이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영어책 한 권을 고르기도 낯설겠지만, 진도에 맞게 차근차근 하다 보면 혼자서 즐겁게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넘게 엄마표 영어를 했는데, 실력이 늘지 않으면 학원에 가는 것이 나을까?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부모가 너무 부담스러우면 굳이 엄마표 영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너무 힘들지 않은 한에서 교육을 하는 게 좋다. 중요한 건, 다른 아이들과 절대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파닉스 책을 다섯 권 정도 떼고 나면 영어를 갑자기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건 착시 현상이다. 파닉스 규칙을 금방 이해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1년 후, 2년 후를 보면 중요한 건, 꾸준히 학습을 했느냐의 문제다. 처음 2,3년은 머리 좋은 아이들이 실력이 확 늘지만, 성실하게 오래 공부하는 아이들이 결국엔 더 빛을 발한다. 그 힘을 부모들이 믿어줬으면 좋겠다.
영어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재미없어 한다면 그만두는 게 좋은가?
몇 달 전, 다섯 살 아이의 엄마가 꼭 같은 질문을 하셨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힘든 거 안 해도 된다”고 말씀 드렸다. 하지만 영어교사로 드릴 수 있는 팁은 약간은 견뎌 보시라는 조언을 드릴 수 있다. 영어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도 영어 실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 아이들은 한 두 달 있다가 공부에 재미를 발견한다. 약간 참으면 재미가 따라올 수 있다. 영어는 절대 시간이 비례한다. 오래한 아이들이 잘하게 되어 있다.
유아기에 영어를 시작하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이 사회 행동학적으로 타인을 의식한다. 영어 발음이 좋지 않으면 쉽게 영어를 입 밖으로 못 꺼내게 된다. 물론 언어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도 외국어를 잘 습득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이미 밝혔듯 발음에 관해서는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존재한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모의 태도다. 아이에게 너무 부담을 주면, 영어도 못하고 한글도 못하게 된다. 영어 그림책 학습이 좋은 점은 아이와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어 그림책 공부법정정혜 저 | 북하우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은 부모들을 위해 22년 영어 수업 노하우를 모조리 담았다. 영어책 한 권 고르기도 낯설고 막막했던 부모들에게 가장 확실한 처방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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