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종 “유튜브로 전하는 재밌는 과학 이야기”
『과학을 쿠키처럼』 과학이 대화의 소재가 되기를
제가 희망하는 건 답을 모르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예요. 예를 들어 왜 아메리카노 색깔은 검지? 답은 물론 있겠죠. 하지만 답과 상관없이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잖아요. 과학이 그만큼 멀지 않고 충분히 쉽고 재미있는 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과학쿠키’는 인문학 수준으로 과학이 대중화되길 꿈꾸는 유튜브 채널이다. ‘대체 하늘은 왜 파란색으로 보이는 걸까?’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이 잘못된 사실이라면?’ ‘힘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과학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통해 수업에서 배워온 과학 개념의 탄생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 이중 물리학 부분을 모아 『과학을 쿠키처럼』이 나왔다.
채널을 운영하는 이효종 저자는 과거 물리 교사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실 밖에서도 올바르면서도 재밌게 과학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꿈은 그를 선생님에서 '과학 크리에이터'로 뒤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운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클래식 역학’부터 시작해 전자 기학, 열역학, 20세기 최대 업적 ‘양자역학’까지 과학사와 과학자들의 정보를 토대로 교과서처럼 기본을 이야기하지만,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쿠키처럼 가볍게 전하고 싶었다.
인터뷰 장소 앞에는 자동문이 있었다. ‘자동문은 무슨 원리인가요?’라고 묻는 순간 인터뷰, 아니 즐겁고 가벼운 과학 토크가 시작되었다.
무거운 과학을 가볍게
이렇게 들어오니 자동문의 원리를 묻고 싶어지네요.
자동문, 간단하죠. 실제로 작동하려면 복잡한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지만요.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복잡하게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어요. 예를 들어 동전을 튕겨서 앞면이 나올까 뒷면이 나올까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면 끝이죠. 이걸 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일일이 모든 변수를 다 분석해야 답을 예측할 수 있어요. 복잡한 내용을 간단한 모습으로 만들어 현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게 물리학이라고 생각해요. 간단한 원리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과학쿠키’에서 하는 일도 비슷할 것 같아요. 이름의 유래는 무엇인가요?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과학을 생각하면 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 나중에 성공하기 위해 지나쳐야 할 과정을 떠올려요. 그렇게 교육해 오기도 했고요. 과학의 이미지가 딱딱한 것, 절대 문화가 될 수 없는 것이 되면서 거부 반응이 생기는 거죠. 반대로 달달한 쿠키는 생각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식사처럼 무겁지 않고,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고요. 과학에 담긴 무거움을 쿠키에 담긴 가벼움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자 플랫폼이 되고 싶었어요.
민트 초코칩 쿠키 같다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는 좋아하겠지만, 누구나 좋아할 순 없는 쿠키요. (웃음)
쉽지 않죠. (웃음) 이게 쿠키냐고 항의하는 댓글이 달린 적도 있어요.
‘과학쿠키’에 올린 과학 영상 콘텐츠를 토대로 『과학을 쿠키처럼』 이 나왔어요.
영상을 올리면서 나중에라도 이 콘텐츠를 한번에 정리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구독자 분들이 영상에 나온 그림을 직접 가지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동안 정리했던 자료로 만들 수 있었어요.
책을 만들면서 영상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유튜브 스크립트를 짤 때는 생생하게 말하는 내용 그대로 구어체로 하려는 반면, 책으로 가공하려니까 조금 더 명확한 용어를 쓰고 문장의 구성 요소를 바꿔야 했어요. 문어체를 고수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수정을 하다 보니 기존 색과 달라진 점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주석을 조금 더 확실하게 제공할 걸, 이런 부분은 다르게 풀어볼 걸 하는 후회는 있어요.
물리 교사를 했다고 들었어요.
교직은 2년 6개월 정도 했어요. 학생에게 어떻게 하면 물리를 재밌게 전달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과학사로 접근하면 학생들이 물리를 공부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역사나 이야기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교육자 입장에서는 30명에게 전달할 뿐이지만, 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교직을 그만두지 않은 상태에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 유튜브와 더 맞닿아 있다고 느껴서 나름 과감하게 그만뒀어요.
다른 계기도 있을까요?
외국에 베리타시움(Veritasium)이라는 과학 크리에이터가 있어요. 일반인이 쉽게 갈 수 없는 연구원도 보여주면서 과학의 업적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분이에요. 너무 부러웠어요. 왜 한국어 쓰는 사람들은 저런 콘텐츠를 누리지 못하지 싶어서 번역을 해볼까 싶다가,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퀄리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야지 일반인이 잘 모르는 연구소도 문을 열어줄 테니까요. 제가 하는 일에 분명한 비전이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 공부하고 미디어적 감각도 기르면서 다음 영상을 올리기 전에 조금만, 한 부분이라도 그 전 영상보다 발전한 영상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만들다 보니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영상으로 과학을 푸는 방법
그림으로 과학 이론이나 과학사를 설명할 때가 많아요.
개념을 전달할 때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하더라고요. 화학이나 생물, 지구과학은 모형과 표본 등 보여줄 것이 많은데 물리학은 보여줄 게 없어요. 양자를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그리는 개념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려면 그림이 최고예요. 교사로 판서할 때도 비슷한 스타일로 했었는데, 그리다 보니까 늘었어요.
영상으로 보면 10초면 끝나지만, 그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거의 반나절 걸리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그림도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할지 구도배치부터 시작해 고민을 많이 해서 콘티를 짭니다.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쉬웠는데,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더라고요.
실제 영상을 올리기까지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해요.
주제 선정은 이미 다 되어 있어요. 채널을 시작하기 전에 1,2개월 정도 주제 선정 작업을 하고 개념도를 그려서 시대순으로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정리했어요. 어떤 주제를 이야기할 때가 되면 그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보통 주제에 관련된 학자들의 배경을 살펴봐요. 그당시 어떤 문화적 배경이 있었고 어떤 서신을 주고받았는지, 과학사적 배경과 주변 발견을 보고 거기서 얼개를 잡은 다음 이야기를 풀죠. 스크립트를 완성하고 나면 어느 부분을 말로 설명하고 어느 부분을 그림으로 할지, 사진이나 동영상 무엇을 보여줄지 분류해요. 말로 하면 좋을 부분이 있고 어떤 건 그림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어요. 그걸 분류해놓고 제일 먼저 녹음을 한 다음, 자막을 다 만들어놓고 블록쌓기처럼 필요한 요소를 촬영해서 넣고 있어요. 그걸 편집하고 배포합니다.
업로드 주기는 어느 정도 되나요?
보통 일주일 정도 됩니다. 하지만 일주일이라고 해서 일주일이 걸리는 건 아니고요, 한 달 걸려요. 일주일 만에 하나를 만들면 오류가 생기거나 할 위험이 있는데, 4주 동안 오래 기획하고 풀어가면서 제작하면 숙성이 된다고 할까요. 조정할 게 눈에 보여요. 그리고 연구원 취재를 가면 업로드 일정과 안 맞을 수도 있어서요. 네 편을 한 달 주기로 연달아 만들어 병렬적으로 일하고 있어요. 약간 헷갈리긴 해도 이 형태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전달하는 역할'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확성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해요. 유튜브로 전달되는 지식 중에 제대로 된 지식이 아닌 것들, 픽션인데 사실인 것마냥 전달하는 콘텐츠가 있어요. 흥미 위주로 된 콘텐츠가 더 관심을 받아서 그런 것 같아요. 흥미는 곧 돈이 되고요. 그게 학생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배워야 할 것들을 가짜 정보 때문에 못 배우게 되고요. 올바르게 전달하는 채널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학생들이 그렇게까지 악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여기까지 오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과학이 아닌 걸 과학이라고 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많이 없어졌어요. 올바르게 전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과학 장르가 생겨나고, 그 장르 안에서 정화 작용을 한 것 같아요.
물리 교사 출신으로 다른 비전공 과학 분야를 다루면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일반론에서는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깊은 부분을 설명하려면 어려운 부분이 있죠. 물리교육을 전공했지만 물리도 마찬가지예요. 한 분야를 정말 깊게 들어가면 더 쉽게 말하기 힘들어지고요. 과학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제 입장은 확실해요. 제가 다 알기 때문에 지식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어려운 지식을 전체적으로 개괄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학습할 만한 형태로 가공해서 전달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해요. 과학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물리학의 본질이 어려운 것들 안에서 간명함을 끄집어내 그 간명함으로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형태잖아요. 여러 사람들의 조언과 감수를 받아 그 본질을 잘 조합하고 배합해서 쉽게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인 거죠.
사람들이 과학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요?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는 과학을 한 게 아니라 과학 교육을 한 거죠. 개념을 알고 외워야지만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만 배웠어요. 인문학은 그래도 언어로 되어 있고, 우리가 충분히 합리적이고 납득이 갈 만한 사고 방식과 대응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데 과학은 그렇지 않거든요. 과학은 명확하게 답이 있는 학문이고 그 답을 진리로 규명해서 배우고 그 진리를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저는 그게 과학을 싫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과학은 물론 답이 있죠. 하지만 답은 현재 절대 다수가 동조하는 이론 체계 아래서의 답이라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우리가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는 형태의 과학 교육이 있었다면 과학을 문화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과학을 문화로 즐기기 굉장히 힘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교육을 넘어 과학을 재밌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서양은 과학과 철학을 분리하지 않고 자연철학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중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가지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문제해결력에 집중해요. 제 채널에서만 해도 서로 이제 맞다 틀리다 댓글을 달면서 싸워요. 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진영이 갈려서 대립한다고 하더라도 한 진영만이 맞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사실 과학이 인문학과 그렇게 멀지 않거든요. 과학에도 인문학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걸 못 보는 것 같아요. 과학이 하나의 술안주나 대화의 소재가 될수록 과학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요? 제가 희망하는 건 답을 모르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예요. 예를 들어 왜 아메리카노 색깔은 검지? 답은 물론 있겠죠. 하지만 답과 상관없이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잖아요. 과학이 그만큼 멀지 않고 충분히 쉽고 재미있는 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시대 정신이 인문에서 과학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과학을 문화로 즐기는 추세 역시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면서도 변화를 느끼시나요?
뭔가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과학 문화가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많은 곳에서 계속해서 과학 문화를 확산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모여서 이렇게 된 건지, 세태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세대에 우연하게 선택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최근 블랙홀 이야기를 사람들이 즐겨 했어요. 과학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블랙홀의 발견이 광속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지더라고요.
참 신기하죠? 사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특수상대성이론은 연역법을 이용했거든요. 기존의 체계를 가지고 새로운 결과를 도출했지만, 확장된 게 아니라 전가되는 방식이잖아요. 기존에 있던 수많은 지식을 이용해 유도해 낸 지식이거든요. 기존의 지식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연역적으로 실제로 그런지는 몰라도 간접적으로 예측은 증명됐어요. 중력이라는 게 질량이 있는 물체가 떨어지는 건데, 빛은 질량이 없으니까 중력의 영향을 받으면 안 돼요. 그게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었죠. 그런데 중력이 매우 강한 태양에 의해 멀리 있는 별빛이 휘었어요. 그걸 실제로 블랙홀을 통해 확인한 거죠. 이번에 블랙홀을 보면서 확실히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본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과학 같아요. 왜라는 호기심이, 교육과정에서 잘려나간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형태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누군가 평소에 궁금하지 않았던 것들이 궁금해진다면, 그걸로 저는 행복해요.
『과학을 쿠키처럼』 이 ‘물리 편’이라고 하셨는데, 시리즈로 다른 내용도 다룰 생각인가요?
화학과 생물학, 지구과학도 다루고 싶은데 궁극적인 목적은 학문의 범주를 다 없애고 싶어요. 나중에 이제까지 나왔던 모든 과학을 한꺼번에 등장시키는 완결편을 쓰고 싶기도 해요. 많은 과학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해왔는지, 이 과학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책을 어떻게 읽어줬으면 하나요?
책에 공식이 나와요. 공식은 알 필요도 없고요. 알아 봤자 쓸모 없을 수도 있어요. 공식에 연연하지 마시고 내용의 본질에 충실하게 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몇몇 분들은 공식만 나오면 이해하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으시더라고요. 그러지 말고 넘어가세요. 이 책은 공부하지 마시고 편하게 읽어주세요(웃음).
과학을 쿠키처럼이효종(과학쿠키) 저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식 너머에 있는 수많은 과학자의 열정과 노력, 즐거움과 감동이 담긴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어느새 과학과 한층 가까워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관련태그: 이효종 교사, 과학을 쿠키처럼, 과학,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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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과학 유튜버인 ‘과학쿠키’의 물리학 개괄서. 이 세상을 움직여 온 물리학사의 커다란 흐름을 들여다보면서, 수업에서 배워온 물리학 개념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과학의 진정한 재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