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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봄 “시험 준비를 위해서만 가르치지 않는다”

EBS 고교강의 사회문화ㆍ법과정치 박봄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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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복지제도가 존재하지만, 대개의 학생들은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채 글로 배웁니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공부하지만, 이론일 뿐인 거죠.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의 사례로 이해해야만 다양한 제시문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2019.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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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봄 선생님은 EBS강사로 사회문화와 법과정치를 가르친다. 동명인 가수가 있어 수강생이 아니더라도 이름이 친숙한 그는 이름을 떠나서라도 사회탐구 영역 대표교사로 노출 빈도가 높은 편이다. 2019년 수능개념 법과정치와 사회문화로 다시 돌아온 그에게 강의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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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에 감동하는 수강생이 많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나?

 

교실에서 다짜고짜 “책 펴~” 하면 학생들이 실망합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기까지 책을 뒤적이고, 다이어리를 적는 것처럼 본격적인 무언가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인강은 혼자 하는 것이지만, 실제 강의를 하는 순간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오프닝을 통해 소통을 하죠.


진짜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진심. 처음 강의를 할 때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또는 참 오글거리는 말들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냥 문득 느끼게 되는 감정들, 일상의 이야기, 진심,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족, 친구관계, 행복, 시간 등등……. 뭔가 교훈을 남겨야 한다거나 명언을 나열한다거나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반사회 강사로서 자부심이 있다면?

 

아주 가끔 새벽에 현관문 밖으로 종이 신문이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기사를 검색할 수 있어도 종이신문 1면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쭉 넘겨야 하는 이유는 그게 내가 좋아하는 것이며, 일반사회 강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을 통해 우리 사회 갈등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해결되는지 또는 잊히는지,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은 내가 그냥 교과를 시험 준비를 위해서만 가르치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법과 정치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의 많은 일들을 보고 느끼고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시험에 나오는 개념들, 암기해야 할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습들을 체계화하고 이론화해 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노미’라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겪는 방황의 모습이고, ‘관료제’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내가 속한 학교의 모습입니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개념들이 담고 있는 사회 현상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참 큽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알아가는 즐거움’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회학을 공부하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는 ‘사회구조’가 무엇인지, ‘사회적 불평등’이 무엇인지 눈으로 보여주고 가슴으로 이해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비록 수능 사회문화, 법과정치, 경제를 배우지만 그렇기에 참 많은 개념들을 암기하고 어려운 문제를 푸느라 머리가 아프지만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이 저와 공부하면서 이 과목들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유는 책 속의 개념들이 우리 삶의 부분이며 일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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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법과정치, 경제 전천후 강사로 알고 있다. 특별히 강의준비에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 과목별 매력은?

 

개념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사례를 찾는 것이죠. 사례로서 이해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사회구조’, ‘행정부 수반’, ‘국가 원수’, ‘신자유주의’ 등등. 일반사회교과의 주요 내용이 되는 핵심 개념들은 실제로 매우 추상적이고 때론 관념적입니다. 국가, 사회, 화폐, 종교……. 사실은 실체가 없는 것들이죠. 눈으로 보이고,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사회문화를, 법과정치를, 경제를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알게 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귀가 뜨이는 것처럼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사회 공부를 하면 TV 뉴스가 들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드라마 또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일반사회 교과의 어떤 개념을 만나면서 학생들은 공부하는 재미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재밌다’는 말을 합니다. 그 말이 EBS 강사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재밌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일반사회를 공부하는 힘이 됩니다. 제가 강의마다 ‘사회문화에 푹~ 빠지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다소 유치한 멘트를 하는 이유는 수능 사회문화 고득점을 위해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홀릭 되어서 하게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로 ‘개념홀릭’이라는 교재명을 정하면서 어쩌면 투박하게 만들어진 멘트이기도 하지만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 과목의 매력에 빠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학교와 EBS 강의의 다른 점이 있다면?
 
EBS 강의가 훨씬 체계적이죠. 달리 말하면 유연성이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약간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EBS에서는 오프닝이나 사례 외에 다른 얘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여느 사설 인강과 달리 인강이면서도 방송이거든요. RT(Running Time)를 염두에 두어야 하고, 용어, 이야기의 내용 등에 아무래도 신경을 쓰게 되죠. 물론 교실 수업과는 달리, 성능 좋은 빔을 통해 수업의 구조, 문제 전체를 살펴 볼 수 있으며, 그림, 사진 자료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교실 수업보다는 밀도 있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EBS 강의의 다양한 시도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가 있나? 

 

기획특강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연이죠. 수능 사회탐구가 아닌 진짜 사회탐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통계로 보는 사회문화, 이슈로 보는 경제,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른 과목과 함께 이야기를 엮어 나갔던 링크, 사회학 속 실험이야기까지 모두 소중합니다. ‘내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이라는 주제의 강연은 사회탐구가 아닌 제 얘기였습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때로는 안정적인 직업을 꿈이라 말하는 아이들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꿈은 한 발짝 떼면 닿을 곳에 있지 않다’는 말이었죠. 제가 해보니까 그랬어요. 어른이 되어도 우린 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하잖아요. 집과 학교, 친구가 전부였던 그때 우리가 평생의 직업, 꿈, 목표를 정할 수 없는 건데, 사회가 그렇게 강요하잖아요. ‘뭐든 그럴 듯한 것으로 정해!’라고 하면서. 우리의 인생이 시행착오의 연속, 실패와 다짐의 연속이라고,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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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부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표 분석의 패턴』이란 교재가 있던데, 정말 패턴이 있나?

 

사회 탐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념 이해’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사회 탐구는 혼자 공부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죠. 문제집의 내용 정리 부분을 읽고, 밑줄을 긋고 암기합니다. 사회탐구의 개념은 추상적입니다. 선거제도, 복지제도가 존재하지만, 대개의 학생들은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채 글로 배웁니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공부하지만, 이론일 뿐인 거죠. 추상적인 개념을 현실의 사례로 이해해야만 다양한 제시문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고득점의 관건은 문제지의 제시문을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문제의‘평가 요소’를 찾아내고, 평가 요소와 관련된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개념 이해를 위해서는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의미를 읽고, 특징을 암기하기보다는 실제 재정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금융정책의 사례는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각 정책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강의로 사회탐구 공부를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첫 수능이 1994년. ‘수능형 문제’라는 말도 일상적으로 씁니다. 수능형 문제의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고난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패턴이 있죠. 물론 매년 신유형이 나오지만, 그 역시도 몇 차례의 모의고사가 반복되면서 패턴으로 굳어집니다. 사회탐구를 잘 하는 방법은 자주 출제되는 개념의 유형을 스스로 파악하고 문제의 유형을 아는 것입니다. 사회문화 과목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표 분석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표 분석 문제는 운 좋으면 맞추고, 대개는 찍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제가 고난도 문제를 대비하는 표 분석 강의와 교재를 ‘표 분석의 패턴’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그것입니다. 표 문제, 선지에도 패턴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 유사한 패턴을 분류하고, 패턴별로 대비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여 고난도 문항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회문화, 법과정치와 관련해 읽을 만한 영화나 책이 있을까?

 

강의 중에 시사 이슈,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책의 내용을 많이 소개하는 편이라 학생으로부터 영화나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많이 있어요. 학생들이 사회학이나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적인 관심이 생기나 봅니다. 많이 어렵지는 않은 전공서 수준의 책을 읽고 싶다고들 합니다. 제가 사회학, 정치학, 법학,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강의 전반에 걸쳐 자주 강조하는데 무척 설득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사람들은 누구나 지적 욕구가 있잖아요. 이 강의를 통해 수능 대비뿐만 아니라 뭔가 똑똑해진 느낌이 드나 봐요. 뿌듯하죠.

 

근데 사실 제가 강의 중 사례를 찾을 때 도움을 받은 책들은 사회학, 정치학 등의 개념서인 경우는 많이 없어요. 오히려 다독이 도움이 되죠. 여러 분야의 책들을 밀도 있게 읽는 것. 최근에 가장 좋았던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였습니다. 꼭 다시 읽고 공부하듯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류의 탄생부터 현재까지 매우 거시적인 체계를 관통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는 조르바라는 인물을 통해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하고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명작입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부자의 경제학, 빈자의 경제학’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경제학자의 의 주장이 사실은 그 학자들이 지향하는 가치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전개되었다는 점을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경제학이 부자를 위한 논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려는 시도를 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어쩌면 모든 이론이 그렇게 사회적으로 효용성에 따라 존재하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하게 되었습니다.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의  『오래된 미래』  는 과연 현대 사회, 문명사회가 전통 사회보다 행복한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됩니다. 돈, 물질이 참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실제로 물질을 추구하면서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현대인들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경리의 『토지』  나 조정래의 『아리랑』  , 『태백산맥』  , 『한강』  처럼 장편 소설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 시대에 박봄이라는 한글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의 영향일 수 있죠. 늘 책을 봤던 아빠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에게 10권이 넘는 시리즈는 대수롭지 않았어요. 한권, 한권 떼는 맛이 있다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또 촛불혁명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현대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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