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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이디어가 자라나게 할 것인가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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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해보세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지금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나 문제에 빠져드는 겁니다. 먼저 관심을 두고, 그다음에는 천천히 그 문제를 관찰하고 고민하고 관련된 데이터도 찾아봅시다. (2019.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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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창의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할 수 있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한 10여 년 동안 제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창의성의 패턴을 보고 느끼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스태프는 물론 매일 프로그램에 찾아왔던 수많은 출연자가 제게 새로운 영감을 (때로는 극도의 피로감을) 안겨주곤 했지요.


그러나 제가 창의성의 패턴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난 곳은 책입니다. 인간의 모든 역사를 녹여낸 창의적 사고의 패턴들이 살아 숨을 쉬는 책 속에서 그동안 제가 만난 사람들의 그것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빽빽하고 촘촘히 늘어선 창의성의 패턴을 봤으니까요.


책에 언급된 창의성의 패턴은 대부분 인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놀라운 발견을 한 인물들로부터 얻은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모두 매 순간 상대성이론을 발견할 수는 없겠지요. 만일 우리가 원하는 것이 ‘역대급’ 창의성이 아니라면 어떻게 소중한 아이디어가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창의성이 탄생하는 패턴을 세심하게 흉내 내보는 겁니다.

 

먼저 ‘다양한 경험’입니다. 효율적인 습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런 목표도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시도해본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요. 이런 사람들은 일단 범위를 조금 좁혀서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낯선 도시로의 여행, 나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평소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않았을 낯선 음식 먹어보기… 어떤 것도 좋아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가능한 한 많은 연결점을 만들어두는 것이니까요. 이왕이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연결점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일상을 낯선 경험으로 채워보세요.

 

다음으로 ‘빠져들기’에요.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거기서부터 출발해보세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단 지금 여러분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이나 문제에 빠져드는 겁니다. 먼저 관심을 두고, 그다음에는 천천히 그 문제를 관찰하고 고민하고 관련된 데이터도 찾아봅시다. 문제만 보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부터 고민하던 과거의 모범생 같은 태도는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그저 문제가 놓인 상황을, 맥락을, 무엇보다 문제 자체를 아주 천천히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자전거를 골랐다면 자전거의 크기, 길이, 무게, 모양, 종류와 같은 외형적인 부분도 좋지만 자전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라든가, 요즘 새로 나온 자전거라든가, 자전거를 다룬 영화나 소설, 만화도 좋습니다. 딱딱한 문제도 거부감이 없는 사람은 자전거 관련 규제라든가, 사람들의 선호도도 좋아요. 얼핏 쓸모없어 보이는 모든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고 있는 부분, 가려진 부분도 찾아보세요. 그렇게 자전거를 뒤집어도 보고, 거꾸로도 보고, 어느 순간은 스스로 자전거가 되어도 봅시다.

 

이제 가장 중요한 ‘연결’의 시간입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뇌의 무의식 단계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죠. 그래서 일단은 우리 뇌의 의식 단계에서 가능한 한 많은 연결점, 즉 노드를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점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사실 이번 단계는 앞의 두 단계에 관한 결과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만일 같은 연결점을 가지고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 고민이라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노드들을 실제로 종이나 태블릿 등에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그려진 연결점들을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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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떠올렸다면 이 시스템 속에서 자전거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전동 킥보드를 연결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바로 공유 스쿠터 서비스입니다. 이번에는 킥보드 자리에 강아지와 산책을 연결해보면 어떨까요? 자, 공유 강아지 산책 서비스가 탄생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서비스도 꽤 인기가 있어요. 혼자서는 온종일 강아지를 돌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 여가를 공유해서 강아지들을 함께 산책시켜주는 방식이에요.

 

공유 자전거 서비스 시스템의 수요와 공급 체계를 바꿔보는 시도도 해볼 수 있어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자전거를 공급하는 중앙의 회사가 존재합니다. 남는 자원을 공유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서비스와는 조금 다른 구조인 셈이에요. 만일 이렇게 하나의 회사가 자전거를 공급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직접 자기 집에서 사용하던 자전거를 거리에 내놓도록 유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플랫폼은 지속 가능할까요?

 

이처럼 가능한 한 많은 새로운 연결점들을 떠올리고, 연결하고, 변형해보세요. 연결 구조는 계속해서 변형되고, 수정되고, 추가되고, 뒤틀리고, 통합되는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답니다. 호기심과 관심과 집착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연결해보세요. 힘들 때는 산책이나 샤워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의력보다 먼저(또는 함께) 통찰력이 탄생할 거예요.

 


 

 

새로운 세상을 공부하는 시간줄리 입 윌리엄스 저/공보경 역 | 나무의철학
읽기 쉽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동시에 무수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간간이 등장하는 삽화와 배경음악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경영서를 끝까지 읽게 하는 당의정 구실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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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승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로스쿨을 마친 뒤 제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현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TMT(Technology, Media and Telecom) 팀에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 전문 변호사로 일하며 구글, 우버, 넷플릭스, 애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IT 기업에 법률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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