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음악 > 주목, 이주의 앨범
<장범준 3집>의 성공은 그의 브랜드 가치에서 나온다. 「당신과는 천천히」 「노래방에서」로 이뤄진 더블 타이틀이 차트에서 여전히 순항 중이고, 벚꽃이 만개할 즈음 특수를 누린다는 「벚꽃엔딩」이 차트 50위권 안으로 들어온 시기가 공교롭게 겹치는 데에는 의도적 노림수가 존재한다. 이는 상업적으로 당연한 전술일 수 있으나 그 맞들어짐이 음악적 완성도까지 담보하지는 않는다.
‘노래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어떤 점을 기대하시고 좋아하실까 고민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이번 앨범은 늘 그랬듯 친절하고 편안하다. 만인이 가볍게 받아들일 사랑을 소재로 강렬한 감정적 어필 없이 쉬운 선율을 뽑아낸다는 점에서 장범준의 대중 감각은 뛰어나다. 다만 이 선율감이 음반의 모든 외연을 완성시킬 구성요소는 아니다. 다시 말해 잘 들리는 멜로디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운드 구성, 가사의 지향, 음반의 입체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총 8개의 수록곡은 버스커 버스커 커리어부터 장범준 솔로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술회되던 사랑을 품는다. 가사의 미학보다는 ‘사랑의 꿈에 취해 / 뒤척이는 밤이라도 / 당신과는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래하는 「당신과는 천천히」는 이 바다와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말하던 「여수 밤바다」와 맞닿아 있고 ‘내가 처음 만났던 / 그녀는 그대로 / 예뻐질 필요 없어요’ 흥얼거리며 아내에게 전하는 사랑찬가 「그모습 그대로」 역시 앞 선 발화와 큰 차이점을 두지 않는다.
‘시계 바늘 위로 올라가 / 초침으로 심장을 찔러서’와 같은 ‘외로움 증폭장치’의 영특한 관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과거 순박하고 풋풋한 감성 노래하는 장범준 음악이 익숙하면서도 새로울 수 있는 지점이었다. 20살 초 음악을 향한 앞뒤 가릴 것 없는 욕심을 담은 「엄마 용돈 좀 주세요」가 젊음이 던진 호기로움에 웃음을 전하기보다,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건 데뷔 초 버스커 버스커가 견인한 가사의 관점 비틀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정체가 자리한다. 개별 곡의 유의미함이다. 모든 트랙이 골고루 조명 받던 <1집 버스커버스커>나 이후 정규 음반에 비해 솔로로 선 장범준 디스코그래피는 눈에 띄게 히트곡이 줄었다. 전체적인 만듦새에 주목해 들어봐도 후반부 특히 「왜」 「상상속에서」를 통해 특별한 감흥을 포착하기란 어렵다. 상쾌한 일렉트릭기타, 아기자기한 신시사이저를 통해 구성을 잡아도 앞에 들었던 사랑 노래, 전에 들었던 분위기, 비슷한 멜로디에 특기할 소구력이 이어지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이번 음반의 성공은 그의 브랜드 가치에서 기인한다. 장범준이라는 뮤지션이 가진 봄처럼 풋풋한 이미지, 「여수 밤바다」 「벚꽃엔딩」으로 포획한 그 때 그 감성, 그 호흡. 그 언저리를 맴도는 음악 스타일이 어렵지 않게 대중의 입맛을 다시 한 번 샀다. 한철 활동하고 철저히 매스컴에서 사라졌다 잊을만하면 다시 돌아오는 그의 기사회생에 대중이 언제까지 반응할지 의문이다. 히트와 별개로 이번 정규 3집은 재연에 충실했다. 잘 만든 복기, 복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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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장범준>13,400원(19% + 1%)
장범준 2집은 가사보다는 멜로디나 반주의 여러 가지 실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번 3집은 좀더 작사 작곡에 균형을 맞추며 제 노래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어떤 점을 기대하시고 좋아하실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현재에서 써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하더라도 현재시점에서 바라보는 느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