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의 대표작, 인간 갈릴레이를 말하다 -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하고 싶은 걸 하고야 마는 갈릴레이의 삶을 그린다
갈릴레이가 연구를 시작하고 종교재판을 받는 과정과 이후까지의 삶에서 그의 업적보다는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두며 진행된다. (2019. 04. 10)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는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표작이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처음 접한 뒤부터 30여년간의 연구 업적과 인간적인 고민을 담았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통해 천체 탐구를 하며,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는 증거를 ‘눈’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로마 교회는 지동설이 신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는 온갖 탄압 속에서도 연구를 지속했지만, 결국 종교재판에서 자신의 의견을 철회한다.
연극은 갈릴레이가 연구를 시작하고 종교재판을 받는 과정과 이후까지의 삶을 그리며, 그의 업적보다는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두며 진행된다. 때로는 이기적이고 비겁했던 선택에 이유를 붙이고, 연구밖에 몰랐기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갈릴레이의 선택을 보여주다
연극의 시작은 갈릴레이의 연구실이다. 당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갈릴레이는 가정부 사르티 부인의 아들 안드레아에게도 과외를 해준다. 어린 안드레아지만, 갈릴레이는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자신이 발견한 것과 아는 것을 신나게 이야기한다. 갈릴레이와 어린 안드레아는 마치 오래된 동료처럼 보인다.
두 사람의 대화 중간에 들어온 사르티 부인은 ‘수학을 배우러 온 청년이 있으니 친절하게 대하라’고 충고한다. 갈릴레이가 그 청년에게 친절하게 수학을 가르쳐야만 빵과 우유를 살 수 있다. 극 중 사르티 부인은 갈릴레이의 수입으로 모든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수학 강사로 일하지만 수입이 부족하다. 과외를 하려면 연구에 몰두할 시간을 빼앗긴다. 당시 갈릴레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돈과 시간이었다. 갈릴레이를 찾아온 청년은 네덜란드에서 본 망원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갈릴레이는 그의 말에 힌트를 얻어 망원경을 만든다.
자신이 만든 망원경을 들고 베니스 공화국에 발명품인양 소개하고 판매해 돈을 번다. 또 망원경으로 관측한 목성의 위성 4개에 메디치가의 이름을 붙여 헌정해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다. 위대한 수학자인 갈릴레이는 생활비와 시간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생활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 하고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연구할 시간을 벌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자신의 연구 결과를 누구에게도 증명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지구가 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종교재판에 오른 갈릴레이는 자신의 연구 전체를 부정한다. 그렇게 살아남은 갈릴레이는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이 등을 돌린 후에도 끝까지 연구해 ‘디스코르시’라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다양한 무대 연출로 입체적으로 그리다
갈릴레이의 연구실, 메디치 가문을 위해 떠났던 토스카나, 로마 등 갈릴레이의 생이 펼쳐졌던 곳에 따라 무대 배경은 다양하게 연출된다. 원형 무대 위에는 하얀 계단과 직사각형 무대가 연결되어 설치돼 있다. 공간이 달라지면서 설치 무대가 움직이고, 무대 위 스크린에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바라본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들은 배경에 따라 다양한 의상을 선보인다. 갈릴레이가 자신의 이론을 설득하기 위해 로마의 사재들과 만나는 장면에서는 가면무도회라는 설정으로 완전히 다른 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세 시간 남짓 이어지는 연극은 다양한 요소로 무대를 채운다.
종교재판 이후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위험한 순간에 말 한마디로 자신을 내던지기보다 끝까지 살아 하고 싶은 것을 해내고 마는 인간 갈릴레이의 모습에 더 애정이 간다.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는 4월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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