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황윤 감독 “돼지를 캐스팅한 후 달라진 삶과 식탁”

『사랑할까, 먹을까』 북 토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너무 당연하게 먹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어떻게 식탁 위에 올라오는지, 누군가는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황 감독은 돼지를 캐스팅했다. (2019. 02. 08)

1.jpg        

             북토크가 열린 홍대 팟빵홀

 

 

지난 1월 30일 홍대 팟빵홀에서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의 저서 『사랑할까, 먹을까』 의 북 토크가 열렸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구제역이 발생한 어느 겨울, 태어나 처음으로 살아있는 돼지를 만난 감독을 따라간다. 산골 마을 농장과 돼지를 사육하는 공장에서 태어나 처음 살아있는 돼지를 만난 황윤 감독은 마트의 식재료 코너 앞에서 망설이는 시간이 많아진다. 감독의 고민은 가족의 먹거리에서 시작해 사회로 뻗어 나가고,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들로 연결된다. 영화는 내 식탁 위의 돼지고기가 현재와 미래의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에 관해 같이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다큐멘터리에는 담기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 이후의 삶, 생각들이 『사랑할까, 먹을까』 에 담겼다. 영화에 등장했던 돼지 농장과 공장부터 시작해 양계장의 모습, 구제역 당시 수많은 가축을 살처분했던 공무원들의 목소리, 이것들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의 단면들까지 영화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북 토크 1부에서는 황윤 감독이 영화를 만든 계기와 책에 담긴 고민에 관해 강연했고, 2부에서는 임수정 배우와 함께 채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jpg      

       황윤 감독이 농장에서 만난 새끼 돼지 ‘돈수’         

 

 

돈가스 말고 ‘돼지’를 알아가는 과정


강연을 시작하며 황윤 감독은 동물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찍게 된 여정에 관해 설명했다. 2000년 우연히 동물원에 방문한 감독은 우리 안에서 마구 머리를 흔드는 북극곰을 보며 이상했다. 손뼉 치며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 선 황 감독의 눈에는 너무 덥다고, 여기에서 꺼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북극곰의 모습을 본 황 감독은 동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개를 키우면서 배웠던 것 중 하나가 감정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니까 동물원 안에서 하는 북극곰의 행동이 정말 예사롭지 않은 거예요. 그 이후에 동물원의 동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니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울타리 밖에서 동물을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 안 동물들의 시선을 담고 싶었다. 그렇게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황 감독의 첫 번째 작품 <작별>이다. 이후 만든 <어느 날 그 길에서>에서는 로드킬 당하는 야생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았다. 힘들 때마다 한번식 한탄하면서도 계속 동물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도 돼지를 캐스팅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머릿속에는 온통 야생동물들뿐이었죠. 돼지에 관해서 아는 건 영화를 시작했던 때 세 살이었던 아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어요.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을 때 번뜩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육아에 바빴고, 아들과 저는 돈가스 마니아였거든요.”

그러던 차에 임순례 감독에게 전화가 왔다. 구제역이 돌면서 수많은 가축이 죽어가는 지금 뭔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선뜻 내키지 않았다. 돼지의 디귿도 몰랐고, 육식을 하던 터라 주제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책장에 『육식의 종말』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읽기 시작한 거예요.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생명을 대우하는 세상인데, 사람이라고 계속 제대로 대우받고 살 수 있을까. 여기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무엇도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당연하게 먹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어떻게 식탁 위에 올라오는지, 누군가는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황 감독은 돼지를 캐스팅했다.

 

 

3.jpg

            황윤 감독

 

 

식탁 위 먹거리로 연결된 세계를 고민하다


황윤 감독은 공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와 농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의 모습을 나란히 담을 생각으로 섭외에 들어갔다. 새끼 돼지들에게 지어줄 이름도 ‘돈오돈수(頓悟頓修)’라고 지었다. 공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가 돈오, 농장에서 태어난 새끼 돼지가 돈수였다. 불교용어로 ‘단박에 깨달아 더는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뜻한다. 영화가 돈오돈수의 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황 감독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장은 촬영을 허락하는 곳이 없었고, 농장은 촬영할 만한 곳이 없었다.


“전국을 헤매다 겨우 강원도 평창의 진부 산골에서 채소를 키우면서 소규모로 돼지도 키우는 농장을 만났어요. 원중연 선생님이 운영하는 원가농장이라는 곳이었어요. 처음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게 똥 때문이었다고 해요. 유기농 채소를 키우는데 화학비료를 쓰지 않기 위해서 거름을 주기 위해서 돼지를 키우기 시작하셨다는 거예요.”


황 감독은 그곳에서 처음 엄마 돼지 십순이를 만났다. 십순이가 출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지막으로 나온 여덟 번째 새끼에게 돈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돈오는 끝내 찾지 못했다.


겨우 허락을 받은 공장식 축산은 잦은 촬영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한 마리에 집중해서 촬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돼지들은 자기 몸에 꼭 맞는 스툴에 갇혀 주사를 맞으며 새끼를 낳았고, 어미 돼지와 새끼는 교감할 시간도 없이 분리되었다. 어미돼지는 다시 새끼를 낳을 수 있을 때가 되면 우리에 갇혀서 새끼를 낳아야 했고, 새끼를 낳는 숫자가 어미 돼지의 성적이었다. 성적이 떨어지면 어미 돼지는 죽게 되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고통을 많이 받는 생명체가 동물인데, 동물 중에서도 축산 동물, 그리고 여성 동물인 것 같았어요. 우리에 갇혀서 정액주사로 임신을 하고, 분만 유도제를 맞으면서 새끼를 낳는 어미 돼지들의 눈동자는 절망에 빠진 눈동자였어요. 공장 촬영을 하면서는 정말, 정말 힘들었어요.”


돈가스 마니아를 자처하던 황 감독 역시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한 번도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다. 책을 완성한 지금도 완벽한 길을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가이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4.jpg

          황윤 감독이 농장에서 찍었던 ‘십순이’의 출산 장면을 북 토크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임수정 배우와 황윤 감독의 ‘슬기로운 채식 생활’

 

황윤 감독의 강연을 마치고 임수정 배우가 등장했다. 2부에서는 임수정 배우와 황윤 감독의 대화가 이어졌다.

 

황윤 : 제가 수정 씨 팬이긴 한데 오늘 처음 뵈었거든요. 북 토크를 한다고 했을 때 누군가를 모셔서 함께 대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때 수정 씨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아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모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연락을 드렸거든요. 거의 안 될 거로 생각하고 연락을 드렸는데 선뜻 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임수정 : 감독님께서 연출하셨던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재미있게 봐서 감독님을 알고 있었어요. 관련된 책을 출판하신다고 연락이 왔을 때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여쭈었더니 비건으로 산 지 3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하면 된다고 답을 주셨어요. 어려운 이야기라면 고민했겠지만, 그런 일상에 관한 이야기라면 편안하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오게 됐어요.

 

황윤 : 2015년부터 채식을 하셨잖아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신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임수정 :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했는데요.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환경이나 동물들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야생동물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길 동물들도 그렇고, 동물원, 유기견도 그렇고요.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더라고요. 처음엔 개인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신념 같은 게 추가되어서요. 즐겁게, 할 수 있는 한 채식인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채식인도 종류가 많은데요. 저는 고기뿐만 아니라 해산물, 유제품 등 일체의 동물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는 비건으로 지내고 있어요. 이렇게 선택한 분이 한국에는 많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희귀한 존재가 되었어요. 

 

황윤 :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어요?

 

임수정 : 저의 경우는 전보다 훨씬 건강해진 것 같아요. 전반적인 영양소의 균형이 잘 맞춰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음식을 먹을 때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내가 원하지 않는 독성물질을 먹게 된다거나, 필요 없는 성분이 쌓이게 돼서 그게 나중에 피부나 종양이나 기타 등등으로 드러나잖아요. 이제는 그런 게 없으니까 훨씬 몸이 좋아졌어요. 채식하기 전에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리고, 자주 아팠는데 지금까지는 크게 아프지 않고 면역력도 좋아져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황윤 : 어느 인터뷰에서 우울증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하셨잖아요.

 

임수정 : 우울은 내 친구라 항상 같이 있는데요. 깊이가 달라졌죠. 깊은 슬픔에 빠져 있거나 영향을 받았을 때 예전엔 헤어나오기가 힘들었다면, 지금은 금방 기분전환이 돼요. 나쁜 것들이 끌어당기는 게 없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황윤 : 수정 씨는 <각설탕>이라는 영화도 출연하셨잖아요. 그때는 어떠셨어요?

 

임수정 : 그때는 한창 고기를 먹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들과 교류하는 게 감사했어요. 영화를 계기로 한 가지 결심한 것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영화를 촬영할 때 출연하는 동물의 대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거의 학대 수준으로 카메라 앞에 서요. 그래서 역할을 마치면 거의 대부분의 동물이 스트레스 때문에 죽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가 출연했던 <각설탕>의 주연 동물도 촬영 후에 안타깝게도 하늘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그 이후로 동물 영화에 참여할 기회가 온다면, 계약할 때 출연 동물에 관한 조항도 함께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황윤 : 책을 쓰면서 알게 된 건데 <꼬마돼지 베이브>에서 농장주로 등장하는 제임스 크롬웰이 영화를 찍고 비건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수정 씨는 음식도 직접 하세요?

 

임수정 : 비건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생존을 위해서 요리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밖 에서 먹을 데가 없어요. 그래서 채식 레스토랑을 선언하고 운영하는 곳은 열심히 찾아가서 먹어요. 좀만 버텨달라고 하기도 하고요. 여러 이유로 요리를 시작했고요. 지금은 취미처럼 하고 있어요.

 

황윤 : 주로 어떤 음식을 하세요?

 

임수정 : 현미밥을 기본으로 하고요. 된장찌개, 김치찌개 다 만들어 먹어요. 대신 육수를 채수로 바꾸는 거죠. 표고버섯이랑 다시마, 양파껍질 같은 걸 넣고 채수를 우려서 만들고요. 김치찌개에 넣는 김치도 비건 김치를 사용하고요.

 

황윤 : 김치를 직접 담그세요?

 

임수정 : 아니요.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하고요. 유명 셰프의 일생, 가게나 음식을 배우는 다큐멘터리인 <셰프스 테이블>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마스터 셰프로 소개된 정관 스님이라고 계세요.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정관 스님이 계신 곳에 김장을 도우러 가서, 몇 포기 주셔서 그걸로 겨울을 나고 있어요. 사찰 김치라 젓갈을 쓰시지 않기 때문에 비건 김치이고요. 잘 익혀서 김치찌개 해 먹고, 과분하게 먹고 있어요.

 

황윤 : 촬영장에 갈 때는 어떻게 하세요? 밥차 나오면 다 고기잖아요.

 

임수정 : 그러니까요. 정말 비건 메뉴 좀 있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도시락을 싸서 다녀요. 이제는 나름 노하우가 생겨서 식당에 가도 식재료 뭐 넣으셨는지 물어보고, 싸 가지고 간 간식 같은 걸 같이 먹기도 하고요. 

 

황윤 : 일부러 비건 페스티벌도 찾아서 가신다고요.

 

임수정 : 비건이 되면서 외국인 친구들이랑 자주 여행을 다니게 됐어요. 채식 음식을 먹는 여행인 거죠. 잘 살펴보면 정말 훌륭한 퀄리티의 채식 레스토랑이 많아요. 교토도 있고, 발리도 있고요. 유럽은 워낙 오래돼서 말할 것도 없고요.

 

황윤 : <잡식가족의 딜레마> 상영을 위해 베르린 영화제에 갔을 때 개막식 파티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모든 메뉴가 비건 채식이었어요. 맛도 끝내줬고요. 머무는 동안 내내 아무 식당에 가도 다 비건을 위한 요리가 있고요.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도입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채식 인구도 늘고, 채식하지 않는 분들도 쉽게 채식을 접할 수 있게 되니까요.

 

임수정 : 맞아요. 보통 건강이나 신념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기 때문에 선뜻 하지 못하는 분이 많은데요. 채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취향에 따라서 ‘오늘은 비건 먹을래.’ 하면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비건 메뉴가 한식이나 중식 같은 음식의 한 장르가 되는 거죠. 비건을 먹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어느 식당에 가도 맛있는 채식 메뉴가 있는 거죠. 우리나라도 실제로 채식 레스토랑에 가면 굉장히 퀄리티 높은 음식들이라서 깜짝 놀라요. 아. 감독님한테 저 그 이야기 듣고 싶어요. 정부 신년회에 초대돼서 가셨었잖아요.

 

황윤 : 청와대에서 주최한 신년회였는데요. 저는 시민 20명 중 한 명으로 초대되어 갔어요. 식이 열리기 전에 먼저 메뉴가 뭐냐고 물었더니 떡국이라는 거예요. 고기 떡국일 게 뻔한데, 어떻게 하나. 가서 물만 마시고 올까. 물어볼까. 며칠을 고민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곳곳에서 숨죽이면서 눈물 흘리고 있을 채식인들을 위한 목소리일 수 있잖아요. 물어나 보자고 생각하고 전화를 건 거예요. 혹시 채식 떡국도 가능하냐고 조심스럽게 여쭸어요. 이런 제안이 처음일 거고, 피곤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잖아요. 역시나 조금 당황하신 목소리로, 셰프님께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전화를 끊으셨어요. 며칠이 지났는데 전화가 안 오는 거예요. 안 되는 거구나. 생각하고 행사장에 갔죠. 갔는데 음식을 나눠주기 전에 하시는 말씀이 채식 떡국이 30인분 있으니까 원하는 분이 있으면 이걸로 하시라고 하는 거예요.

 

임수정 : 사진 올리신 걸 봤는데 떡국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황윤 : 국물이 정말 진하고요. 노란 복주머니가 들어있었어요. 아마 치자를 넣어서 반죽한 거겠죠. 여기서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감동적인 일이 있었는데요. 행사를 담당하는 분이 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셨던 모양이더라고요. 앞으로 정부에서 하는 행사에 이 사례를 반영해서 채식 메뉴를 넣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야기는 해보고 볼 일이고 느꼈어요.

 

임수정 : 말씀 잘하셨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황윤 : 그동안 벽을 보면서 사는 느낌이었거든요. 공장식 축산이라는 엄청난 벽, 육식주의의 벽, 이런 거대한 벽 앞에서 누가 문을 열어줄지 쳐다보면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저도 정말 감동이었죠.

 

임수정 : 채식 문화나 커뮤니티가 소수잖아요. 그렇게 간다는 건 소수의 의견도 다르지만 옳다고 인정하는 거잖아요. 내가 맞고, 너는 틀린 게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거든요. 그게 필요한 건데, 이게 뚫리기 시작한 건 전반적인 시스템이 연결된다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네요.

 

황윤 : 교육감 선거를 할 때 진보교육감 후보 열일곱 분께 질의서를 보냈어요. 학교 급식에서 일방적으로 고기 위주 식단으로 가는데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지를 물었어요. 당장 비건을 하겠다고 답하는 분은 없었지만, 인권 차원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밝히는 분도 계셨어요. 아이들이 특히 너무 고기에 길들어 있어요. 엄마들이 이미 고기 세대이기 때문이거든요.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도 만들고 싶어요.

 

임수정 : 이 책은 감독님 영화와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요.

 

황윤 : 혹시 책 구절 중에 인상 깊었던 구절이나, 말들이 있었나요?

 

임수정 : 정말 많았는데요. (책 보여주며) 이렇게 많이 접혀 있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읽어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읽어드리려고 해요. 영화에도 등장하시고, 책에도 나오는 원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신대요. 강원도 평창에서 인도적으로 가축을 기르고 계신 농장 주인분이십니다. 그분이 말씀하신 것 중에 이런 말이 나와요.

 

“열량이 높은 사료, 고단백 사료, 이런 걸 먹이면 체중증가가 빠르고 빨리 커요. 비만한 돼지라고 보면 되지. 사료 회사나 축산업자는 수지가 맞을지 모르지만 먹는 사람에겐 치명타예요. 비만 돼지들에게서 나온 퇴비도 똑같이 균형이 무너진 거름이 되죠. 시중의 일반 퇴비를 생각해보세요. 악취가 심하잖아요. 공장식 축산 돼지들이 먹는 사료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수입 옥수수가 주원료인데, 대부분 유전자 변형이에요. 열량이 높으니까 비육은 빨리 되는데, 돼지고기에서 포화지방이 높아지죠. 이런 돼지들이 만들어낸 퇴비를 밭에 뿌리고 파종을 하면 발아가 잘 안 돼요. 그걸 쓰려면 땅에 미리 섞어놓고 보름을 기다렸다가 파종을 해야 겨우 발아가 돼요. 그런데 우리 돼지들이 만든 퇴비는 밭에 뿌리고 파종을 하면 씨앗이 바로 발아가 되지요. 가축, 가축이 먹는 사료, 가축이 싸는 똥, 똥이 뿌려지는 땅, 그 땅에서 난 작물, 작물과 가축을 먹는 사람의 건강,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사람복지, 동물복지가 다른 게 아니에요. 가축이 좋은 것을 먹고 편안하게 살면 사람복지가 자동으로 되는 거예요. 한 고리예요. 하나가 온전하면 나머지가 온전해지는 거예요.” (69쪽)

 

이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결국은 다 하나인 것 같아요. 인간이 건강하기 위해서만 채식을 해야 하는 게 아니고, 결국에는 사람을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채식이 필요하다는 말인 거죠. 여러분도 시도하셨다가 포기하셔도 되고,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셔도 돼요. 두려워하지 마시고요.

 

황윤 : 채식 다큐멘터리도 찍고 싶다고 이야기하셨잖아요.

 

임수정 : 워낙 다큐멘터리를 좋아해서 자주 보는데, 채식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뭔가 가르쳐주는 듯한 느낌으로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즐겁게 채식하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즐거운 채식 생활, 슬기로운 채식 생활 이런 걸 만들고 싶어요.


 

 

사랑할까, 먹을까황윤 저 | 휴(休)
과도한 육식이 가져온 모든 문제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대안, ‘채식’에 대해서도 밀도 깊게 다룬다. 채식의 이로움과 채식의 즐거움, 슬기로운 채식생활의 팁까지, 저자만의 생활밀착형 정보들이 가득하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

사랑할까, 먹을까

<황윤> 저13,500원(10% + 5%)

“잡식가족, 돼지가족을 만나다” 개봉 이후 수만 관객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은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황윤 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 이전,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 대한민국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황윤 감독의 대표작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의 주인공은 돼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진짜 수학 세계사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유명한 수학자는 대부분 유럽 남자다. 훌륭한 비유럽 수학자가 많았는데도 말이다. 『다시 쓰는 수학의 역사』는 지금까지 쓰여진 수학사의 공백을 채운다. 인도, 중국, 마야 등 다른 대륙에서 발달한 수학 들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간절하게 원했던 보통의 삶을 위하여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집’. 이 집이라는 출발점부터 비뚤어진 한 소녀가 어떤 여자를 만나고, 생판 모르는 남들과 살게 된다. 가출 청소년, 빚쟁이 등 사회 속에서 외면받은 이들이지만,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삶의 복잡한 내면을 다룬 수작이자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

국민을 위한 완벽한 나라가 존재하는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2036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이 아예 두 나라로 분리된다. 양국이 체제 경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중립지대’가 소설의 주요 배경이다. 그 속에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이복자매 스파이들. 그들의 치열한 첩보전을 통해 적나라한 민낯들이 펼쳐진다.

‘시’가 전하는 깊고 진한 위로

장석주 작가가 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 시인으로, 작가로 50년 가까이 글을 읽고 써온 그가 사랑한 77편의 명시와 이를 사유한 글들을 전한다. 과잉의 시대에서 덜어냄의 미학을 선사하는 짧은 문학, '시'가 선물하는 절제된 즐거움과 작가만의 울림 가득한 통찰을 마주해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