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뇌, 글, 태도를 읽는 책
『뇌는 춤추고 싶다』, 『문맹』, 『태도의 말들』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2019. 02. 07)
읽으면 춤추게 되는 책 『뇌는 춤추고 싶다』 ,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글과 말 분투기 『문맹』 , 프랑소와 엄의 첫 번째 에세이 『태도의 말들』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뇌는 춤추고 싶다』
장동선, 줄리아 크리스텐슨 저/염정용 역 | arte(아르테)
<알쓸신잡 2>에 출연하셨던 뇌과학자 장동선 씨 아시죠? 이 분이 독일에서 태어나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면서 공부를 하셨는데, 주로 인간 인지와 행동을 주로 연구하셨대요. 뇌과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이기도 하고요. 공저자인 줄리아 크리스텐슨은 덴마크 출신의 학자인데요. 덴마크에서 태어나서 프랑스, 스페인, 영국에서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데요. 이 분이 다섯 살 때 발레를 시작했고 무용수가 꿈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사고로 척추를 다치셔서 꿈을 포기하고, 이후로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공부했는데, 공부하다 보니까 ‘몸의 움직임이라는 주제를 신경과학과 정신으로 풀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두 저자는 학술대회에서 처음 만났다고 해요. 대화를 하다가 둘 다 춤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고, 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 책이 나오게 된 거예요.
춤을 출 때 우리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춤을 추면 뇌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관한 여러 가지 과학적 사실들이 나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장 나가서 춤을 추라’는 거예요. 이 책을 읽으면 춤을 추게 됩니다. 과학의 힘을 빌려서 ‘춤이 얼마나 우리에게 좋은가’를 설파해요. 문제아로 일컬어지는 10대 청소년에게 8주간 댄스 수업을 진행했더니 얼마나 좋아졌는지 실제 사례를 들려주기도 하고요. 춤으로 인해 좋아진 경우를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책의 마지막에는 ‘아직까지 춤을 출 자신이 없다면, 이 춤을 춰보는 건 어때?’ 하고 춤의 종류와 특성을 설명해줘요. 줌바, 살사, 스윙, 힙합, 브레이크 등 훈련을 통한 모든 종류의 춤을 총망라하면서 ‘이것들 중에 네가 추고 싶은 춤이 있을 거야, 찾아 봐’ 하면서 끝을 맺습니다.
톨콩의 선택 -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백수린 역 | 한겨레출판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 출신의 작가이고, 프랑스어로 쓴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죠. 우리나라에도 팬들이 많고, 저도 그 책을 참 충격적으로 읽었는데요.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에서 헝가리어를 쓰던 유년시절이 있었고, 스물한 살 때 프랑스어를 쓰는 스위스로 가게 됐어요. 거기에서 살기 위해서 말을 배우기는 했지만 글을 읽고 쓸 수는 없는 상태로 5년 정도를 지냈어요. 나중에는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고, 작가가 되고, 프랑스어로 쓴 그 책이 40여 개 나라에 번역 출간이 된 거죠. 『문맹』 은 아고타 크리스토프 작가의 글과 말,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국어라고 하는 것은 고유의 리듬이 있잖아요. 모국어의 단어에서만 환기되는 정서, 우리만 아는 것들이 있고요. <어떤, 책임>에서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를 이야기했지만, 번역이 안 되는 말들이 있죠. 지난 시간에 노지양 번역가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요. 그 부분이 항상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우리가 모국어에서만 누릴 수 있는 마당 같은 게 있는데,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그 마당을 순식간에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작가가 프랑스어를 읽게 된 다음에 다시 한 번 문자의 바다에 뛰어들게 되는데, 결국은 이런 말을 해요.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이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운명에 의해,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나에게 주어진 언어다. 프랑스어로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뒷부분은 읽을 분들을 위해서 남겨둬야겠어요.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을 때 찡하거든요.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쓴 프랑스어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 현란하지 않아요. 툭툭 끊어지고 단문으로 되어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충격적인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주 아름답기도 하고, 너무나 새롭기도 하고요. 그것은 작가가 계속해서 분투해 온 결과물인 거죠.
그냥의 선택 - 『태도의 말들』
엄지혜 저 | 유유
개인적으로 저에게도 굉장히 의미가 있고, 저희 옆집(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의 ‘프랑소와 엄’ 님께도 큰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예스24에서 '채널예스'를 만드는 엄지혜(프랑소와 엄) 기자님의 책 『태도의 말들』 이에요. 부제는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인데요. 사실 프랑소와 엄 님이 정말 예리한 분이에요. 사소한 것들도 아주 잘 포착하는 분인데요. 머리말에 이렇게 쓰셨어요.
“'중요한 것은 진심보다 태도.' 2015년 봄,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를 읽다 표지 앞날개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어떻게 진심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느냐고 누군가 반문한다면 할 말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쓰기로 했다. 그동안 인터뷰하며 들었던 한 마디, 책에서 발견한 문장을 모았다. 혼자 듣고 흘려버리긴 아까운 말들이었다.”
책을 펼치면 한 면에는 작가의 한 마디, 책 속의 한 문장이 쓰여 있고요. 그에 보태는 엄지혜 기자님의 짤막한 글이 이어집니다. 제목처럼 ‘태도’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그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해요. 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인간관계에서 상처 받거나 화가 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엄지혜 기자님이 기자들의 속마음을 정말 솔직하게 쓰셨거든요(웃음). 관련 직종에 있지 않은 분들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힐 것 같아요.
엄지혜 기자님이 인터뷰를 바탕으로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것만은 아니라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엄지혜 기자님의 몸 안에 자리하고 있던 한 마디, 한 문장이 일상에서 튀어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거든요. 저도 읽으면서 두고두고 곱씹고 싶은 말들, 실제로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말들이 많았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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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