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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독서는 왜 치료일까 - 문요한 대표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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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감응은 책을 통해서 공감과 위로를 느낄 때 극대화 된다. 상담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듣고 공감해주며 나아가 치유를 돕는 면에서 비슷하다. 독서는 왜 치료가 될까? 두 정신과전문의에게 들어보았다. (2019. 0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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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요한(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독서는 치유와 창조를 가져오는 내면의 화학반응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측면에서 상담과 독서는 어떤 점이 비슷할까요? 

 
상담이 치유적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해요. 첫째가 공감이에요. 상담을 받는 사람에게 안전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필요한 요소죠. 둘째는 상처나 문제를 재경험하는 것입니다. 공감을 받고 안전감을 느끼면 해결되지 못한 채 마음 속에 쑤셔놓은 마음의 상처나 문제를 다시 꺼내서 펼쳐낼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새로운 관점과 통합이 있어요. 안전한 환경에서 상처나 문제를 다시 경험하고 나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삶의 한 부분으로 통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1인칭에서 벗어나 2인칭 혹은 3인칭의 관점에서 보고,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적 배경이나 맥락도 살필 수 있게 돼요. 어떤 독서는 그러한 역할을 합니다. 책을 통해 공감을 받고 자신의 해결되지 못한 상처나 문제를 재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는 일이 종종 벌어져요.

 

독서 치료는 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의 힘을 발휘해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책이 주는 치료의 힘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흔히 하는 낭독이나 기계적인 필사보다 자유 연상하면서 기록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독서는 일방적인 침투가 아니라 섞임이에요. 저자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교류해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창조적 경험이 일어나는 거죠. 이러한 창조의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쓰기’라는 영역이고요. 독서를 하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연관된 생각들이 이어지죠. 그러면서 책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자기화되는 연쇄 작용이 일어나고요. 이런 내면의 화학반응이 바로 독서에 재미를 주고 치유와 창조의 경험을 제공해준다고 생각해요.

 

최근엔 독서치료를 소모임 형태로 진행하면서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치료 모임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독서모임 역시 집단치료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아닐까요? 상담의 영역에서도 집단치료는 개인치료보다 훨씬 효과가 커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연대감이라는 측면이 있어요. '나만 유독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하는 동질감과 소속감이 강력한 위로와 안도감을 주는 거죠.  또 상호자극과 교류가 있는데, 개인치료보다 집단치료는 외부의 자극도 크고 ‘섞임’이 활발해서 자기변형을 위한 여건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어요. 능동성도 있습니다. 집단치료는 집단 자체가 치유의 강력한 도구가 돼요. 치유자는 보조적 역할만을 하고 집단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의 기반이 되어주는 거죠. 이런 이유들에 덧붙여 독서 모임은 의존적인 참여가 아니라 스스로 어떤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거잖아요? 당연히 환자나 피해자의 정체성이 아니라 행위자나 주체자로서의 정체성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최근 책  『관계를 읽는 시간』 에선 관계의 문제를 풀어낼 열쇠로 ‘바운더리’를 제시했습니다. 바운더리란 무엇인가요? 


바운더리란 쉽게 말해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해주는 자아의 경계에요. 우리 몸의 피부가 내 몸과 몸의 바깥을 구분해주는 것과 같죠. 때문에 외부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의 역할을 하기도하고 반대로 외부와 교류하는 통로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어요. 사람들은 자아를 개별적인 것으로 분리시켜서 생각하지만 사실 자아는 관계와 집단 안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요. 건강한 자아 즉, 건강한 바운더리를 가진 사람은 '자기보호'와 '상호교류'가 조화를 이루지만 건강하지 못한 경우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혹은 둘 다 제대로 해내지 못해요. 바운더리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자아의 구조와 관계 방식을 그림처럼 쉽고 명징하게 드러내줍니다.

 

건강한 바운더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단 멈추는 거예요. 관계방식 역시 습관이죠. 바운더리를 건강하게 하려면 습관적인 반응이 아니라 의식적인 반응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자동적인 반응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입니다. 또 바운더리를 살펴봐야 해요. 이것이 나의 책임인지 상대의 책임인지, 나와 상대는 서로의 바운더리를 존중하고 있는 것인지, 이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는 거죠. 정중하면서도 솔직한 자기표현을 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정중하고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하기 위해선 두 가지가 필요한데, 판단을 하지 않아야 하고 감정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표현해야 합니다. 만약 연인이 생일선물을 챙겨주지 않아 속상하다면 “당신은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 대신 “나는 당신이 생일선물을 챙겨주면 좋겠어”라고 하는 거죠. 물론 결심만으로는 잘 되지 않아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상상 속에서 수많은 리허설을 해봐야 해요. 

 

건강한 인간관계에 대해 돌아 볼 수 있거나, 도움이 될만한 책을 추천해 준다면 무엇일까요?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책으로는 논어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논어는 한마디로 동양의 인간관계 심리학의 고전이에요. 예를 들면 논어에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라는 문장이 있는데, 군자는 화합하되 남들에게 같아지기를 요구하지 않으며, 소인은 같아지려고 하지만 서로 화합하지 못한다는 뜻이에요. 제가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메시지, 자아와 관계의 균형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아요. 다만, 지금의 시대에 맞게 그 균형점은 옮겨가야 하겠지요.  


 

 

관계를 읽는 시간문요한 저 | 더퀘스트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는 관계방식, 이것을 이해하고 바꾸지 않는 한 관계에서 겪는 괴로움도 반복된다. 그러면 관계틀은 어떻게 알아보고 바꿀 수 있을까? 그 여정은 ‘바운더리’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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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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